작은 농촌 교회를 돕는 따뜻한 마음 하나

키보드 메모 다이어리를 전도용 선물로 기증받고

등록 2013.03.18 14:24수정 2013.03.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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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값나가는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선물은 상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증표거든요.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를 기억하고 그것의 표시로 주는 것이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고맙고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벌써 며칠이 지났네요, 닷새가 흘렀습니다. 도서출판 풍경 대표인 김성찬 집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도용 다이어리 200부를 택배로 발송했다는 겁니다. 전도할 땐 선물이 필수입니다. 지금 저희 교회에 꼭 필요한 것을 적절한 때 보내주는 사랑과 정성이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김 집사님은 2013년도 1/4이 지난 늦은 시기에 다이어리를 보내드려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큰 선물을 받고 이리저리 궁리를 해 보았어요. 컴퓨터 책상용 다이어리에 상호가 찍혀 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판매용인 것 같았습니다. 전도용으로 사용하려면 무언가 표시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티커를 제작해서 부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와 아내는 똑같이 했습니다.

어떤 내용이 좋을까로 한참 숙의를 했습니다. 성경 구절을 넣으면 좋겠는데,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교회 이름과 담임목사 그리고 교회 전화번호를 최소로 집약해서 넣기로 하고 거래하는 인쇄 기획사에 달려가 부탁을 했습니다. '문일지십(聞一知十)'이란 말이 있듯이 이 기획사 대표는 하나를 이야기하면 모든 걸 마음에 쏙 들게 만들어 주는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제작된 스티커를 키보드 다이어리 하단 오른쪽에 붙이니 '딱'이었습니다. '안성맞춤'이란 말은 이런 것을 두고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바탕 색상도 같으니까 제 자리에 글자를 인쇄해 넣은 같이 보였습니다. 아내는 신이 났습니다. 마침 교회에 들린 학생회 교사 혜선이와 스티커 작업을 후딱 해치웠습니다.

전도를 나가기 전, 교회 식구들에게 먼저 한 부씩 선물로 주기로 했습니다. 학생회는 토요일 모이고 장년 성도들은 주일 예배로 모이니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며칠 사이지만 시간이 그렇게 더디 흐를 수가 없었습니다. 사춘기 때 마음에 두고 있는 여학생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토요일 아이들이 20명 넘게 모였습니다. 평소보다 많이 출석한 것입니다. 예배가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선물에 대해 배경 설명을 했습니다. 설명을 듣기보다는 선물 자체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작은 농촌 교회에 나오다 보니 예상 밖의 횡재를 할 때도 있네'라는 표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제(3월 17알) 주일날은 더 했습니다. 젊은 성도들에게만 한 부씩 전해 줄 예정이었습니다만 노인 분들이 무척 서운해 하셨습니다. 눈이 어두워 성경을 읽지 않을 뿐이지 글자를 아는데, 자기들만 빼놓고 선물을 줄 수 있느냐는 겁니다. 어떤 할머니는 멀리 사는 아들네 오면 손주들 주게 다이어리를 달라는 것입니다. 선물은 좋든 안 좋든 공평하게 전해야 함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a 키보드 메모 다이어리 어려운 농촌 교회에 전도용으로 사용하라며 보낸 키보드 메모 다이어리. 보낸 이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키보드 메모 다이어리 어려운 농촌 교회에 전도용으로 사용하라며 보낸 키보드 메모 다이어리. 보낸 이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 이명재


이 다이어리를 좀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앙증맞습니다. 보통의 다이어리들이 가로가 조금 더 큰 장방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가로가 세로보다 세 배 가량 더 큰 균형을 완전히 깨뜨리고 있습니다. 다이어리는 연말 늦어도 연초 겨울의 추위를 뚫고 전해 주는 것이어서 그랬을까요. 핑크 빛 색상이 보는 순간 따스함을 느끼게 합니다.

역시 핑크색의 이중 스프링이 좌우로 철돼 있군요. 일 년 열두 달을 든든히 지켜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보이기도 하고, 기록된 메모는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께 가겠다는 무언의 약속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 해를 성공적으로 엮어나간 것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바입니다.

또 하나의 파격이 제 눈에 잡혔습니다. 파란색 아라비아 숫자가 그것입니다. 다이어리 한 복판 조금 위에 '2013'이라고 적혀 있는 글자체가 그래서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금아 피천득이 그의 글 '수필'에서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수필을 정의하면서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가지런한 연꽃 잎 중 하나가 옆으로 꼬부라져 있었는데, 균형을 깨뜨렸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는 이런 파격이 수필이라고 했습니다. 파란 '2013'은 파격의 미(美)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 다이어리의 내용과 성격을 알려주는 영문 글자들이 가지런히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핑크 빛 색상으로 된 큰 알파벳 글자는 다이어리의 제목이 될 것입니다. 'WEEKLY SCHEDULE CALENDAR'로 되어 있고, 그 밑에 보다 작은 회색 글자로 'Keyboard Memo Planner'라고 다이어리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오른쪽 하단에는 키보드들 포함해서 작은 PC룰 그려 놓고, 키보드 앞에 이 다이어리를 배치한 뒤, '키보드 앞에 놓고 쓰는 메모 플래너·키보드 손목 보호대'라는 글귀를 넣고 있습니다.

표지 안쪽 면에는 2013년의 열두 달 월력이 여섯 달씩 두 줄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한 주간 단위로 면을 달리하게 되어 있으니까 다이어리의 면수가 50이 넘게 되어 있습니다. 매 면마다 한 주의 계획을 적게 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그 달 월력과 함께 전 달과 이어지는 다음 달 월력이 마치 어미 개의 젖을 물고 있는 강아지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스프링을 함께 의지하고 이어지는 면에는 일주일을 일곱으로 나누어 상세하게 계획을 잡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마지막 석 장은 'Free Note' 면으로 자유롭게 만상을 적어 넣기에 좋습니다.

저는 이 제품도 제품이지만 어려운 농촌 교회를 생각하고 전도 선물로 전하는 김성찬 집사님의 따뜻한 마음에 더 감사했습니다. 우리 경기가 전반적으로 불경기라고 하는데, 출판 인쇄업계도 예외가 아닐 텐데 이렇게 좋은 전도 선물을 다섯 상자나 보낼 수 있는 그의 넉넉한 마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아가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전도 선물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러 나갈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러 가가호호(家家戶戶) 대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좋아하시겠지요? 한 가지 걱정은 좋은 전도 선물을 받은 저희들이 도서출판 풍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돈으로 갚을 수도 없고 가서 노동으로 도울 수도 없습니다. 농촌 마을에서, 청량한 공기를 호흡하며 기도로 도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선한 일에 대한 일을 대산 갚아주시리라는 믿음을 갖고서 말입니다.
#키보드 메모 다이어리 #농촌 교회 #전도용 선물 #도서풀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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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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