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싸이냐부리 코끼리 보호센터에서 코끼리를 목욕시키고 있는 모습.
이영란
내가 라오스를 왜 여전히 좋아하는 지는 이미 첫글에서 고백했다. 라오스 사람들의 마음 씀이 좋아서, 사람들이 좋아서라고. 그럼에도 여행자들이 남쪽 이웃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비견할 만한 것이 라오스에 있느냐고 물으면, 그 기원이 된 짬빠싹의 왓푸 유적과 섬세하고 화려한 란쌍 제국(백만 코끼리의 제국이라는 뜻. 예전 지금의 라오스 북부 루앙파방, 중부 위양짠, 남부 짬빠싹을 각각의 수도로 삼아 번성했던 라오스 왕국들을 가리킨다. 지금까지 밝혀진 라오스 최고의 황금기랄 수 있다)의 루앙파방을 들어주곤 했다. 또 북쪽 이웃 중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이 있느냐 물으면 또 당연히 굽이굽이 메콩이 도도한 라오스의 금수강산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제일은 라오스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변했다. 아니 라오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메콩 강돌고래는 잘 살아온 사람한테만 보여요"
지난 1월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들의 모임'(이하 환생교)의 라오스 연수 전체 일정을 맡아준 백두산(라오스에서 쓰는 별명) 덕분이다. 공연이나 행사가 거의 없는 겨울이나 한 여름에는 늘 라오스에 머문다는 그는 우리가 본격적으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다시 온 2월까지도 라오스에서 기다려 주었다. 백두산은 환생교 선생님들처럼 라오스 산골학교에 태양광발전기를 지원하는 것도 그렇고 이를 보다 확대하고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교육에도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방콕의 여행자 거리에서도 타이 맥주보다 인기가 있는 비야라오(라오스 맥주)를 마시면서 좀 호기롭게 한 약속이기는 하지만 2014년까지 우리 활동을 돕겠노라 약속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실은 그는 그것보단 나에게 씨판던(4천 개의 섬이라는 뜻. 라오스의 남쪽 끝 캄보디아와 맞닿아 있는 지역으로 메콩의 강폭이 급격히 넓어져 수많은 하중도가 형성되어 붙여진 이름이다)의 강돌고래를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 우연치 않게 라오스 싸이냐부리에서 처음 만나게 된 임순례 영화감독께도 백두산은 메콩의 강돌고래 이야기를 했다.
동물보호 활동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임 감독님은 라오스를 거쳐 타이의 코끼리 보호센터를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인연인지, 감독님은 마침 나처럼 라오스에 마음을 준 서울청소년미디어센터 김주영 선생님을 수도 위양짠에서 만나 싸이냐부리라는 시골에도 라오스 코끼리 보호센터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함께 오셨다. 백두산은 그런 감독님이니 더욱 강돌고래를 보여주고 싶었을 터였다.
예년 같지 않게 3월인데도 라오스가 그다지 덥지 않았다. 이상기후다 싶으면서도 당장 덥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역시 남부는 달랐다. 뭍에서 '던댓'(댓 섬)으로 가는 배는 판자지붕을 이고 있어도 라오스의 햇빛에, 메콩의 '강물 볕'에 튀겨질듯 덥다. 방학이 끝나서인지 동양인들은 우리뿐이고 헐렁한 서양인들이 그나마 한산한 섬을 차지하고 있다. 아, 좀 의외인데 라오스 사람들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타이 단체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