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산 사람한테만 보인다는 고래, 신기하죠?

[기획- 메콩의 햇빛②] 메콩강에서 만난 강돌고래

등록 2013.03.28 18:32수정 2013.04.1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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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착한여행과 함께 라오스 산간학교에 햇빛발전을 지원하는 공동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부터 꾸준히 라오스 산간학교에 태양광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이 사는 메콩강 유역 산간 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10km이상 걸어서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이들 산간학교 기숙사에 지원되는 태양광 시스템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라오스 산간학교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햇볕발전 이야기에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라오스 싸이냐부리 코끼리 보호센터에서 코끼리를 목욕시키고 있는 모습.
라오스 싸이냐부리 코끼리 보호센터에서 코끼리를 목욕시키고 있는 모습. 이영란

내가 라오스를 왜 여전히 좋아하는 지는 이미 첫글에서 고백했다. 라오스 사람들의 마음 씀이 좋아서, 사람들이 좋아서라고. 그럼에도 여행자들이 남쪽 이웃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비견할 만한 것이 라오스에 있느냐고 물으면, 그 기원이 된 짬빠싹의 왓푸 유적과 섬세하고 화려한 란쌍 제국(백만 코끼리의 제국이라는 뜻. 예전 지금의 라오스 북부 루앙파방, 중부 위양짠, 남부 짬빠싹을 각각의 수도로 삼아 번성했던 라오스 왕국들을 가리킨다. 지금까지 밝혀진 라오스 최고의 황금기랄 수 있다)의 루앙파방을 들어주곤 했다. 또 북쪽 이웃 중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이 있느냐 물으면 또 당연히 굽이굽이 메콩이 도도한 라오스의 금수강산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제일은 라오스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변했다. 아니 라오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메콩 강돌고래는 잘 살아온 사람한테만 보여요"

지난 1월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들의 모임'(이하 환생교)의 라오스 연수 전체 일정을 맡아준 백두산(라오스에서 쓰는 별명) 덕분이다. 공연이나 행사가 거의 없는 겨울이나 한 여름에는 늘 라오스에 머문다는 그는 우리가 본격적으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다시 온 2월까지도 라오스에서 기다려 주었다. 백두산은 환생교 선생님들처럼 라오스 산골학교에 태양광발전기를 지원하는 것도 그렇고 이를 보다 확대하고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교육에도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방콕의 여행자 거리에서도 타이 맥주보다 인기가 있는 비야라오(라오스 맥주)를 마시면서 좀 호기롭게 한 약속이기는 하지만 2014년까지 우리 활동을 돕겠노라 약속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실은 그는 그것보단 나에게 씨판던(4천 개의 섬이라는 뜻. 라오스의 남쪽 끝 캄보디아와 맞닿아 있는 지역으로 메콩의 강폭이 급격히 넓어져 수많은 하중도가 형성되어 붙여진 이름이다)의 강돌고래를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 우연치 않게 라오스 싸이냐부리에서 처음 만나게 된 임순례 영화감독께도 백두산은 메콩의 강돌고래 이야기를 했다.

동물보호 활동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임 감독님은 라오스를 거쳐 타이의 코끼리 보호센터를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인연인지, 감독님은 마침 나처럼 라오스에 마음을 준 서울청소년미디어센터 김주영 선생님을 수도 위양짠에서 만나 싸이냐부리라는 시골에도 라오스 코끼리 보호센터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함께 오셨다. 백두산은 그런 감독님이니 더욱 강돌고래를 보여주고 싶었을 터였다.

예년 같지 않게 3월인데도 라오스가 그다지 덥지 않았다. 이상기후다 싶으면서도 당장 덥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역시 남부는 달랐다. 뭍에서 '던댓'(댓 섬)으로 가는 배는 판자지붕을 이고 있어도 라오스의 햇빛에, 메콩의 '강물 볕'에 튀겨질듯 덥다. 방학이 끝나서인지 동양인들은 우리뿐이고 헐렁한 서양인들이 그나마 한산한 섬을 차지하고 있다. 아, 좀 의외인데 라오스 사람들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타이 단체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오랫동안 메콩 물살에 몸을 맞춰 누워 선 나무들이 대견하다.
오랫동안 메콩 물살에 몸을 맞춰 누워 선 나무들이 대견하다. 이영란

이제 던댓까지 들어오고 나니 백두산의 말이 달라진다. 어쩌면 메콩 강돌고래를 못 볼 거라고. 그가 라오스를 처음 찾은 7,8년 전만 하더라도 강돌고래는 가기만 하면 볼 수 있었단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수십 마리가 헤엄치고 노는 것이 보였다고. 하지만 점차 해마다 눈에 띄게 마릿수가 줄어들더니 최근엔 채 열 마리에 이르지 않는단다. 실제로 한 해에도 몇 번씩 찾는 그가 못 보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지난 1월 환생교 선생님들 연수를 마치고 모임의 간사인 박병삼 선생님과 와서도 아주 멀리서 얼핏 한 마리를 겨우 보았단다. 그러면서 백두산은 박 선생님께 나름 부담을 팍팍 얹어준 모양이다. 강돌고래가 나타나고 안 나타나고는 보러온 사람이 지금까지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에 달렸다고 말이다. 백두산의 주문은 강력했다. 몇 번 듣다보니 정말 그럴 것 같아지는 거였다.

'이거 내가 잘 못 살아서 강돌고래 못 보고 가는 거 아냐?'  은근 나의 과거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백두산의 주문에 걸려 기분이 이상한데 엎친 데 덮친 격, 라오스 메콩의 끝에 강돌고래 보호구역으로 가는 길은 완전한 별세계다. 강가 바위들 위에 나무가 나는 것도 신기한데 그 나무들이 모두 누워서 잔다! 유역이 급격히 넓어져 하중도가 생김에도 불구하고 우기의 메콩은 나무들이 절대 수직으로 자랄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수량과 속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짙은 물빛에 고고한 백로가 헤엄치듯 난다. 강돌고래 만나러 가는 십여 분의 뱃길이 모터 소리보다 내 심장 박동으로 더 울렁거린다.

드디어 캄보디아 모래밭이 건너 보이는 탁 트인 곳에 닿았다. 라오스 쪽으론 프랑스가 식민지 개발을 목적으로 선박과 철도를 연결하려고 만든 특이한 구조물이 보였다. 안내판에는 포구(port)라고만 되어있다. 뱃사공 웡(둥굴다라는 뜻이다)이 모터를 껐다.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나타날까. 백두산이 나의 긴장을 알아챘는지 놀리듯이 말했다.


"선생님이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곧 알 수 있…"
 
백두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 오른쪽으로 쉬이잇 쉬이잇 소리가 들렸다. 한 놈이 스윽 고개를 물위로 올렸다. 큰 파도를 타는 듯이 머리를 등지느러미를 꼬리를 천천히 한번 보여 주었다. 짧게 한번 보여주었다. 따라서 나의 환호도 길었다가 짧았다 했다. 백두산은 보호구역에 이르기 전부터 켜둔 카메라 렌즈를 서둘러 당겼다. 정신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해녀들의 숨비소리 같은 돌고래 소리가 가까이서 났다. 곧이어 한 놈이 더 모습을 보였다. 우와! 나는 환호밖에 할 수 없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었을 백두산은 이 와중에도 계속 주문을 왼다.

 "이거 박병삼 선생님한테 자랑해야겠는데요, 이렇게 많이 보이는 건 제가 잘 살아서일 겁니다. 하하하."

돌고래에 정신 빠져 외친 한마디 '5분만!'

 메콩강에서 운 좋게 만난 강돌고래
메콩강에서 운 좋게 만난 강돌고래 백두산

 메콩강에서 운 좋게 만난 강돌고래 모습
메콩강에서 운 좋게 만난 강돌고래 모습 백두산

왼쪽에서도 숨비소리가 난다. 좌우의 강돌고래가 만났다. 모두 셋이다. 세 놈은 한 동안 함께 유영을 하더니 잠시 숨은 듯 조용해졌다. 언제 나타날까 기다리는 고생도 않고 불과 십여 분만에 돌고래를 제법 보고났다고 생각했는지 뱃사공 웡이 그만 돌아가잔다. 나는 순간 돌고래에 빠져있던 정신을 일으켜 외마디로 '5분만!'을 외쳤다.

그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나보다. 고래들이 더 놀자는 듯이 인사를 하는 듯이 물 위로 뛰어오르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절대 시선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때 녀석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 사람 같다. 라오스 사람처럼 웃는다!
 
"강돌고래가 꼭 라오스 사람처럼 착하게 생겼지요?"
  
헉, 백두산도 그렇게 생각하나보다!

강돌고래가 있는 씨판던 바로 위 메콩 상류에도 대규모 댐이 계획되어있다. 댐은 이 메콩의 영물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댐을 통한 대전기보다 햇빛을 통한 작은 전기를 주창하는 우리의 행동은 녀석들의 생존을 지킬 수 있을까? 그나저나 내가 샴푸로 머리감고 세제로 빨래해 버린 물은 그대로 녀석들이 헤엄치고 노는 그곳으로 흘러갈 텐데 이는 어쩌나? 90년대 중반엔 천연세제를 쓰자는 등 생활 속 실천을 강조하는 환경운동이 성했던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된 거지? 그렇잖아도 느린 나의 목욕시간이 씻어내지 못하는 생각들로 더욱 길어진다.      

☞[캠페인] 라오스 산간학교에 햇빛 발전소를 짓자
☞[착한여행] 지속가능한 여행지 만들기 프로젝트
덧붙이는 글 필자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연구원이며, <싸바이디 라오스> 저자입니다.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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