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리따운 교회가 해병대와 관련 있었다니

해방촌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를 살펴보다

등록 2013.03.26 20:03수정 2013.03.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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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친구들과 남산 아래 해방촌을 산책하던 중 아파트 사이에 있는 작은 교회를 발견했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해방촌에 있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해방촌에 있다김수종

크지 않은 건물이었지만 오래되었다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정갈한 멋과 오후의 햇살을 받아 전체를 화강암으로 장식한 외벽과 정면의 조그만 십자가·외부 벽돌 기둥·아래편의 나무 계단 등 너무나도 멋있는 교회의 자태에 반하여 한참을 살펴보았다.

아래쪽은 군부대가 있는 것 같아 더 이상 내려가 보지는 않았지만, 교회 옆에 컨테이너하우스가 2동 있어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다. 아래 쪽 나무 계단 끝에 기념비가 있어 살펴보니 '해병대 사령부 초대교회'라고 적혀 있었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해방촌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해방촌김수종

그래서 다시 올라가 교회를 더 살펴보니 머릿돌에 '1959년 11월 12일 기공' 이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튼 우리나이로 55세가 된 교회 건물이 너무 깨끗하고 외양이 예뻐서 강한 남성을 상징하는 해병대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주는 여성스러움에 나는 넋이 빠진 사람처럼 서성이면서 둘러보았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해방촌 군인 아파트 내에 있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해방촌 군인 아파트 내에 있다김수종

더 자세히 보니 화강암으로 보이는 외양은 요즘은 집이나 건물을 지을 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시멘트 블록(concrete block)조로 건립 당시에는 전후라 자재가 풍요롭지 않아 담장을 쌓는데 주로 쓰는 블록으로 벽을 올리고 지붕은 내 짐작으로는 함석(galvanized sheet·양철)을 언진 것 같아 보였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해방촌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해방촌김수종

현재의 모습은 대략 10년 정도 전에 개·보수를 하면서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가운데, 기둥을 보강하기 위해 벽돌을 중간 중간에 쌓아 올리고 외부도 보강하여 현대식으로 동판을 올린 듯 보였다.

이런 교회라면 50년이 넘었으니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존 가치도 있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도무지 이야기가 될 만한 것이 별로 보이지는 않았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해방촌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해방촌김수종

원래 '해병대 교회는 1949년에 천막교회로 경남 덕산비행장에서 설립되어 제주를 거쳐 진해·부산·서울 남산·후암동으로 이동하였으며 천막교회로 있다가 1959년에 비로서 해병대 공병대의 도움으로 시멘트 블록에 양철지붕을 올린 교회를 완공했다'고 되어 있었다. 

'구체적으로 설계를 한 건축가는 알 수 없고 해병대 내의 공병부대가 설계를 하여 지은 것으로 남산 아래 후암동 산언덕에 위치한 관계로 헌당이 된 1959년에는 서울의 반원 전경이 보이고, 멀리 인천 앞바다가 보일 정도로 풍치가 좋았다'고 전한다.  


저녁 늦게까지 찍어온 사진을 이러 저리 살펴보다가 도무지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다음 날 오후 교회로 전화를 걸었다. 월요일은 통상 교역자들이 쉬는 날인데도 교회를 지키고 있던 '한국기독해병선교회' 사무총장인 문한구 장로와 통화가 되어 교회를 다시 찾았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해방촌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해방촌김수종

문한구 장로에게서 초대교회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초대교회는 지난 1949년에 설립된 교회로 현재의 건물은 1959년에 지어져 1973년까지 사용되었다고 했다.

연유는 1973년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되면서 27년간 교회 건물이 창고와 사무실 등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는 등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해병대 사령부의 해체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던 초대교회는 1999년 수경사 소속 주영수, 최정호 목사의 "이 건물이 초대교회 같다"는 조언으로 해병대 출신의 김윤근 장로 등 초대교회가 역사 속에서 사라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많은 교우들의 충정을 모아 2000년 수경사에서 육군 예비역 출신 목사를 위촉, 부대 교회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게 되었다.

이어 2001년 해병대사령부의 지원을 받아 초대교회의 역사적 상징성을 되살리기 위한 기념비를 설치하게 된다. 이후 훼손된 교회 건물을 원형대로 유지하는 개보수 계획을 추진해 2002년 10월 내 외부 개·보수 착공을 겸한 기념예배를 드렸다.

현재 초대교회는 담임목사는 계시지 않고 매월 6~7회 정기적으로 목사님을 초빙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문 장로는 "해병대 초대교회는 전군에서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군인교회로 역사적인 의미도 강하고, 건축물 또한 아름답고 훌륭하여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길 모두가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장로와 이야기를 나눈 다음, 잠시 현재는 방위사업청의 일부 건물로 쓰이고 있는 예전 '해병대 사령부' 건물을 보기 위해 허가를 받고 문 장로와 함께 방위사업청 안으로 들어가 해병대 사령부를 살펴보았다.

이곳에 교회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건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보기에도 좋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건물이 아니고 군대에서 쓰는 건축물이라 지정이 가능할지는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말이다.

전 해병대사령부  방위사업청 내에 있다
전 해병대사령부 방위사업청 내에 있다김수종

나는 괜스레 횡재한 기분까지 들었다. 비록 크고 웅장한 교회 건물은 아니지만 현재도 그 쓰임을 다하고 있는 작고 아름다운 교회를 발견한 기쁨과 그것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기독해병선교회 회원들을 보면서 우리의 소중한 사랑과 믿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전 해병대사령부 청사 #해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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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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