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청소하고 돈 벌고 진정한 사장을 만났습니다

등록 2013.04.13 17:42수정 2013.04.1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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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골목을 다니면서 쓰레기를 수거하여 고물상으로 싣고 가는 과정. ⓒ 황복원


세상에 흔하디 흔한 사장이라는 말은 많이도 들었지만, 누가 진정 사장인지는 고희를 훌쩍 넘긴 필자는 아직도 잘 모른다. 돈만 있으면 사장. 그것은 아니다. 부산남구 유엔평화공원에서 사장을 만났다. 말은 짧지만, 귀동냥을 했다. 태산 같은 짐을 손수레에 싣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있는 이 어르신들은 필연 부부사장이다.


이 어르신들이 가정에서 쓰레기를 자기 집 앞에 내다 놓으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수거하여 재활용품은 별도로 또다시 분류한다. 동일 재질을 모아가야 제값을 받기 때문이며, 재질마다 중량에 따라 받는 값이 다르다. 이 분들이 진정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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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합심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고 부부는 일심동체. ⓒ 황복원


젊었을 적에는 잘 나갔던 사람이지만 몸과 마음이 늙었으니 일자리가 없어서 고육책으로 손수레를 장만하여 새벽부터 쓰레기를 수거하러 골목을 다니신다. 이것도 잔손이 꽤 많이 가는 일이다. 재질별 재분류가 여간 힘들지 않다.

두 부부가 한 달 동안 수거하여 버는 돈은 젊었을 적 월급보다 더 소중하다. 땀 흘리고 노력한 것에 대한 보수는 적지만 이게 어디인가. 재료비가 들어가나 자기노력 여하에 따라 월 소득이 달라진다. 즉 노력한 만큼 보수가 손에 쥐여준다.

젊었을 적 월급은 한 달을 하고 받지만, 이것은 싣고 가면 바로 현금으로 계산하여 주기 때문에 사장이다. 솔직히 말해서 노인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는 사회복지관에 일자릴 알아보려고 가면 승용차 '소득' 재산 따지고 해주지도 않을 것을 사람만 실망시킨다. 고작 한 달을 일하고 받는 돈은 2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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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좀 비켜요. 손수레에 수거한 재활용품을 싣고 고물상으로 가고 있는 앞에 가고 있는 산책인. ⓒ 황복원


이것도 등록하면 아무나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필자도 등록을 몇 번 했지만 무슨 이유를 대면서 한 번도 일을 해보질 못했다. 이 어르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을 시작했지만, 복지관 일자리창출보다는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더 짭짤하다며 나도 사장입니다. 라고 한다. 얼마나 순수 하느냐,


한편, 쓰레기수거도 동업자가 많아서 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자기만 부지런하면 꽤 괜찮은 수입원이 된다. 노부부도 힘이 닿는 순간까지 열심히 일해서 손자들에게 용돈도 주고 여행도 가야 한다.

얼마나 좋은 사고를 가진 어르신들인가? 자식에게 손 벌이지 않고 자업자득하는 어르신이 있는 동안 골목길은 깨끗하다. 어르신 부디 병원에 돈 보태주지 마세요, 당신이 진정 사장입니다.
#재활용품 #쓰레기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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