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남은 직원 70명·환자 3명 "끝까지 지키겠다"

[경남도 폐업 발표 이틀째] 긴장 상황 계속... 밤샘농성 벌이며 경찰과 대치

등록 2013.05.30 14:04수정 2013.05.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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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와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했지만, 직원들은 의료원을 떠나지 않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 70여 명은 의료원 건물 안쪽 로비에서 '끝까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진주의료원 지키기' 투쟁을 벌인지, 30일로 93일째다. 이들은 경남도가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를 한 뒤부터 이곳에서 농성을 벌여왔던 것이다. 경남도는 폐업 발표했던 29일 남아 있던 직원들에 대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했던 것이다.

a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정문 쪽에서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이 '의료원 정상화'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정문 쪽에서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이 '의료원 정상화'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a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 조합원들이 모여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 조합원들이 모여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경남도청 파견 공무원들이 의료원 진입을 시도하며 마찰이 불거지기도 한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벌어진 지 처음으로 29일부터 현장에 경찰이 배치됐다. 진주의료원 안팎에는 계속해서 긴장 상태다.

조합원 농성 계속 "해고통보 예상했다"

진주의료원 건물 안에는 현재 조합원 70여 명과 환자 3명이 있다. 경남도청 파견 공무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막힌 것이다. 폐업 발표 뒤 30일 오전 처음으로 언론에 건물 안 로비 농성장이 공개되었다.

몇몇 여성 조합원들은 간호사 복장을 하고 농성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최권종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과 안외택 울산경남본부장, 박현성 조직부장 등이 이들과 함께했다.

오주현(총무팀)씨는 "어제 해고 통보서를 받았는데, 93일간 투쟁해 오는 속에 해고통보가 사실상 실감 나지 않았다"며 "어제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았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눈물이 났다, 아이를 둔 아빠로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조합원을 믿고 함께 투쟁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우리를 이렇게 만든 한 사람(홍준표)을 어떤 식으로든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하상혁씨는 "어제 해고통보 문자를 받았는데, 예상 했던 대로였다"며 "끝까지 의료원을 지킬 것이고, 지금 마음으로는 내년 6월(지방선거)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내 발로 걸어 나갔으면 나갔지 누구에 의해 끌려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a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서 조합원들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속에, 이날 아침 선전전을 마친 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서 조합원들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속에, 이날 아침 선전전을 마친 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 윤성효


a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서 조합원들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속에, 경찰병력이 배치되고 있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서 조합원들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속에, 경찰병력이 배치되고 있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 윤성효


조미영 전 노조지부장은 "93일간 투쟁해 오면서 한때 같이 했던 일부 동료들이 떠난 뒤에 남아서 끝까지 투쟁하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의료원을 살리기 위해 끝까지 함께하자"고, 박석용 노조지부장은 "국민들이 우리를 엄호 지지하고 있다. 국민들은 끝까지 의료원 사수를 위해 연대 지지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입원환자 3명, 경남도 '내용증명' 보내

진주의료원에는 환자 3명이 입원해 있다. 경남도는 최근 '퇴원 명령'과 함께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그동안 하루 10만 원 안쪽의 입원비를 내왔는데, 경남도는 내용증명을 보내 계속 입원해 있으면 46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 정아무개(94)씨의 딸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신데다가 팔다리에 힘이 없어 거동을 하지 못한다"며 "지금까지 두 차례 퇴원명령을 받았는데, 다른 병원으로 갈만한 처지가 못된다. 치료야 해봤자 특별한 진료가 없이 약만 받아 먹는 정도인데, 하루 병원비를 46만 원씩이나 내야 한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치매 증상이 있는 환자 정아무개씨의 아들은 "아버지는 3년가량 입원해 계시고, 그 전에 어머니께서 중풍을 앓아 오랫동안 의료원에 계셨으며, 부모님들은 전체 5년째 의료원 생활을 하고 있다"며 "병원비는 일반병원보다 훨씬 저렴하고, 시설도 좋아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폐업 발표를 했지만, 항의 차원에서도 끝까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업 발표 당일 의료원을 찾아 환자들을 면담했던 강성훈 경남도의원(통합진보당)은 "환자들은 모두 계속 있고 싶어 하고, 이곳에서 나가면 갈 곳도 없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며 "경남도로부터 받은 내용증명을 보여주면서 특별한 진료도 없는데 하루 입원비를 그렇게 많이 내야 하느냐며, 근거를 대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은 "폐업을 하면 진료를 못하게 되고, 건강보험 신청 등도 못하게 되어 병원과 관련한 비용은 모두 본인 부담이 된다"며 "경상대병원에서 출장진료도 와야 하고 해서 관련한 비용을 계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밤샘농성 계속... 의료원 안팎 긴장 계속

진주의료원 주변에는 항상 긴장 상태다. 경찰과 경남도청 파견 공무원들이 배치되어 있고,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의료원 현관 앞을 지키고 있다. 조합원들은 29일부터 밤샘농성하고 있다.

a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경남도청 파견공무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경남도청 파견공무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윤성효


a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서 조합원들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속에, 이날 아침 선전전을 마친 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서 조합원들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속에, 이날 아침 선전전을 마친 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 윤성효


29일 저녁에 열린 촛불집회를 마칠 즈음 충돌이 발생해 부상자가 생겨났다. 조합원과 공무원들이 충돌했는데, 공무원 3명과 전경대원 1명이 병원에 후송되었다. 30일 현재, 공무원 1명은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은 교대로 의료원 현관 앞을 지키고 있다. 강성훈․김경숙 의원은 지난 29일부터 밤샘농성했고, 30일에는 조재규 교육의원도 농성에 동참했다.

김경숙 의원은 "홍준표 지사가 경남을 '홍준표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 공화국 안에서 행복해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인지 묻고 싶다. 대부분 불행하다고 호소한다"며 "홍 지사는 지난 2월 폐업 발표 뒤 한 번이라도 의료원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보고만 받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청 앞에서 곡기와 물을 끊은 '아사단식'을 사흘동안 벌였던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29일 오후 경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투쟁 현장에 나섰다. 경남도청 앞에서 지난 3~4월 사이 23일간 단식했던 강종순·조미영씨도 의료원 지키기 투쟁에 나섰다.

경남도청은 공무원들을 교대로 의료원에 배치하고 있다. 박권범 원장직무대행은 "채권채무 독촉을 받고 있는데, 의료원에 들어가지 못해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 업체에서는 돈을 받지 못해 부도가 날 처지라고 한다"고 말했다.

a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서 강성훈 경남도의원과 조재규 교육의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한지 이틀째인 30일 오전 의료원 현관 앞에서 강성훈 경남도의원과 조재규 교육의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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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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