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이석채 어색한 만남... '노타이' 지적에 화들짝

[현장] 미래부 장관-통신3사 CEO 간담회... 주파수 얘기는 없었다?

등록 2013.06.10 16:19수정 2013.06.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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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통신3사 CEO들이 10일 낮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이석채 KT 회장 지적에 뒤늦게 넥타이를 푼 최문기 장관(오른쪽 두번째)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통신3사 CEO들이 10일 낮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이석채 KT 회장 지적에 뒤늦게 넥타이를 푼 최문기 장관(오른쪽 두번째) ⓒ 김시연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10일 낮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장관과 통신3사 CEO 간담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한 식당은 '불청객'들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취재진 수십 명이 출입문은 물론 식당 복도까지 차지하자 급기야 호텔 안전요원이 나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민폐까지 끼쳐가며 버틴 취재진도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미래부에서 이달 중 확정하기로 한 'LTE 주파수 할당 계획'이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정작 이동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주파수는 오늘 의제에 없다"고 일축했고, 최문기 장관과 대표들도 주파수 문제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통신3사 첨예한 이해 갈등에 '주파수' 논의 빼

현재 통신3사는 '1.8GHz KT 인접대역' 할당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 KT가 이 대역을 할당받아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면 경쟁사보다 2배 빠른 LTE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KT는 주파수 배분 효율 차원에서 인접대역 할당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공정 경쟁'을 앞세워 반대하고 있다.(관련기사: '황금주파수' 경쟁에 소비자 뒷전... "속도보다 요금!" )

이날 간담회를 앞두고도 일부 언론에서 KT 인접대역도 주파수 할당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미래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통신사들의 첨예한 이해 갈등 사이에 낀 미래부로선 이래저래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고 의제에서 가장 큰 현안인 '주파수'를 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통신3사를) 미래창조 3사라고 바꿀까요?"


이날 언론에 공개된 간담회 초반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과 이석채 KT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모두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통신3사를 '미래창조 3사'로 바꾸자는 이상철 부회장 말에 최문기 장관도 이들을 '미래창조 3인방'이라며 부르며 덕담을 쏟아냈다. 최 장관은 "ICT 발전에 공헌 많이 하신 분들인데 여러 가지 일로 바빠 이제야 만나게 됐다"면서 "창조경제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곳이 3사"라며 창조 경제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잠시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특히 이석채 회장, 이상철 부회장 모두 '정통부 장관'을 지낸 '대선배'인 탓에 최 장관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취재진들이 철수하던 짬에 최 장관 옷차림이 잠시 화제에 올랐다. 3사 대표들은 최 장관 재킷에 달린 '6월 호국보훈의 달' 배지를 언급하며, 전날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회담에서 북측 대표가 단 큰 배지를 떠올렸다.


이어 이석채 회장은 다른 참석자들이 모두 노타이 차림인 반면 유독 최 장관만 넥타이를 맨 것을 두고 자신들이 격식을 못 차렸다고 사과했다. 이에 오히려 당황한 건 최 장관이었다. 최 장관은 "평소 안 하는데 대표들 만나느라 일부러 하고 왔다"면서 재빨리 넥타이를 풀었다.

이석채 '노타이' 사과에 최문기 '화들짝' 

마침 최근 때 이른 무더위와 전력난 때문에 공무원들의 가벼운 옷차림이 권장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정통 관료 출신 이석채 회장과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교수 생활에 익숙한 최 장관이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은 미래부에 바라는 것이 뭐냐는 기자 질문에 "한 몸, 한마음이 돼서 움직이는 것"이라며 다시 분위기를 바꿨다.  

간담회 마무리도 평소 때와 달랐다. 보통 '주빈'인 최 장관을 환송하면서 자리를 마감하는 게 관례였지만, 이날 오후 1시쯤 최 장관 일행이 먼저 자리를 뜬 뒤에도 통신3사 CEO들은 계속 남아 5분 정도 더 환담을 나눈 뒤 헤어졌다. 밖에 대기중인 취재진들을 감안해 최 장관을 나름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보기에 따라 결례로도 비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최 장관은 이날 "(통신3사가) 플랫폼을 가장 잘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활성화시키냐에 달렸다"며 "통신요금만 가지고 경쟁해서는 성장하기가 힘들다"면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사업 활성화를 주문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통신3사 대표들도 저마다 창조경제 실현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정부 정책에 따라 오는 8월까지 이동전화 가입비를 40% 인하하기로 했다. 최문기 장관은 올해 1분기 통신3사 마케팅비 지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20~50% 증가했다며 마케팅 경쟁을 줄여 네트워크 고도화, 기술개발 등 투자에 활용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들은 대부분 정부 발표나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들이어서 새로울 것은 없었다. 정작 안에선 주파수 얘기가 전혀 없었다고 했지만 밖에 있던 통신3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주파수 문제가 단연 화제였다. 애초 지난달 27일 열릴 예정이었던 간담회가 이날로 늦춰진 것도 주파수를 둘러싼 이통사간 여론전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을 정도다. 일상적인 상견례 자리라고 해도 알맹이 없는 간담회에 남는 건 결국 최문기 장관의 넥타이뿐이었다.
#이석채 #최문기 #미래부 #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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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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