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성인 동화, <여왕의 교실>

등록 2013.07.12 09:45수정 2013.07.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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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장면들. ⓒ MBC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지만, 동화 수준의 감동과 교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드라마보다도 현실적이고 어찌보면 잔혹스럽까지 하다. 특히 마여진(고현정 분) 선생의 촌철살인 대사들은 여느 공포영화보다도 오싹하다. 그렇지만 동화적 감동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향기, 김새론, 서신애 그리고 천보근까지 내로라하는 아역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는 정말 볼만 하고, 극중 역할 속에서 그들이 풀어내는 그들만의 이야기는 무척 감동적이다.

성인인 내가 보는 잔혹동화 <여황의 교실>은 친구, 꿈, 이상, 정의 등 우리 삶에서 소중한 가치들을 '이것이 현실이야!'라는 미명 아래 애써 외면하려고만 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내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다른 사람을 왕따시켜야 하고 자신이 누명을 벗으로면 친구를 고자질해야 하며 부당하게 차별을 받더라도 자본주의적 계급차이에 의한 당연한 차별이라고 생각하며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음을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저렇게 해야 한다'라는 명제가 '참'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다. 그 말이 다 맞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참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그 찜찜함.

국사교육의 중요함을 알지만 수능 위주의 공부를 해야 하니 국사를 가르치지 않은 학교, 특목고 신설이 교육을 서열화하고 사교육을 부추겨 기러기아빠를 만들어내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 자식은 특목고를 보내야만 하는 부모, 빚 갑기가 너무 힘들고 두렵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수 억 씩 대출해서 집을 사는 하우스푸어들 등등. 이 시대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생각들이다.

마 선생의 교육 방식은 이런 현실을 아이들의 '신체'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철저한 체험위주 생채교육의 교육방식이다. 이런 교육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미지수고 과연 마 선생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예상하기에, 마 선생의 교육 목적은 이 세상 모든 부조리함에 대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이해하고 해답을 찾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혹자는 이 드라마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본질적으로 비현실적이다. 가장 비현실적인 드라마가 현실을 가장 가깝게 그려낼 수 있다. 이것을 아마도 전문용어로 '핍진성'이라고 할 것이다. 현실 밖에서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그것은 예술의 가치다.

<여왕의 교실>은 시청률이 낮다. 그렇지만 시청률이 낮다고 해서 나쁜 드라마는 아니다. 11일 방영된 내용에서 '하나'(김향기)는 공부와 친구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는 마 선생에 대해 '꼭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둘 다 하면 안되는 걸까? 그래도 난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친구를 선택할래!'하면서 '보미'(서신애)와 다정하게 웃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듯이 늘 하나의 현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현실이 있고 개인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좋은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단 몇 가지 선택지만 주고 선택을 강요한다.

극중의 아이들은 마 선생으로부터 과연 어떤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무거운 현실의 벽 앞에서 어떻게 맞설 것인가?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드라마 <여왕의 교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almadore/?t__nil_login=myblog 에도 실렸습니다.
#김향기 #천보근 #김새론 #서신애 #이영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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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땐 영문학 전공, 대학원땐 영화이론 전공 그런데 지금은 회사원... 이직을 고민중인 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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