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일간 철탑 매달린 두 생명 살리려 울산 갑니다

8월 31일에 2차 현대차 희망버스... "현대차는 법원판결 이행해야"

등록 2013.08.06 15:38수정 2013.08.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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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희망버스 기획단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1일 2차 희망버스 계획을 발표했다. ⓒ 강민수


"두 사람을 살려야 합니다."

박점규 집행위원(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두고 "채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묘사했다. 이어 "농성 중인 천의봉 사무장에게 내려오라고 했지만, '저렇게 몰아치는데 어떻게 내려가느냐'고 했다"며 울먹였다. 그는 "오늘로 김진숙 위원장의 309일 크레인 농성 기록이 깨지기까지 보름이 남았다"며 "그 전에 그들을 살리기 위해 우리가 8월 31일과 9월 1일에 다시 희망버스를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월 31일, 1박 2일간의 현대차 2차 희망버스를 출발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몽구 회장과 현대자동차 측에 현대차 공장의 비정규직이 불법파견임을 확인한 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이 문제 때문에 노동자들이 벌인 투쟁의 책임은 모두 사측에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는 목숨까지 끊는데, 재벌은 법원 판결도 무시"

한국기독교협회 인권센터 소장인 정진우 목사는 "이 문제는 사실 오래 끌 문제가 아니었다"며 "3년 전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누구도 이 문제로 이렇게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사회와 기업이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을 지키느냐의 문제"라며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노동위원장 권영숙 교수는 "자본이 벌인 폭력을 넘어 우리는 철탑 위에 있는 두 사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2차 희망버스를 타는 이유는 오로지 고공농성 중인 두 사람을 땅으로 무사히 내리는 것과 현대차가 법원 판결을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데 있다"고 했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만 볼트가 넘는 철탑에 올라가야 겨우 한 구절의 기사가 나고, 목숨을 끊어야 TV 자막의 한 쪽을 차지한다"며 "노동자들에게 법은 없고 법전만 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희망을 찾기 위해 희망버스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지난 7월 15일 현대자동차 사측의 태도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고 박정식 사무장의 유족도 참여했다. 박 사무장의 어머니인 이춘자씨는 눈물을 참으며 "우리 아들이 20일째 냉동실에서 장례를 못 치르고 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3년 전 대법원에서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이 났다고 들었다"며 "그런데도 현대차는 그 판결을 무시했고, 결국 한창 나이의 내 아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그래서 희망버스를 타고 간 건데, 그걸 폭력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1차 현대차 희망버스 현장에 있었다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정부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노동자가 스스로의 권리를 찾지 못하고 죽어간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요즘 세태를 보면 재벌과 경찰이 법 위에 군림한다"며 "노동자들이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가며 부당함을 알리고 있는데, 재벌은 대법원 판결에도 눈 하나를 깜짝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몽구 회장과 현대자동차가 고 박정식 사무장의 죽음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검찰과 경찰에 현대차 불법파견의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유정아 기자는 <오마이뉴스> 18기 인턴기자입니다.
#현대차 #희망버스 #노조 #박정식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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