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실명제법 시행 2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김재진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김동환
금융실명제 20년... "경제정의 실현하려면 더 강화해야"최근 금융실명제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 때문이다. 투명한 금융거래 환경을 마련해야 세금을 누수 없이 걷을 수 있다는 논리다. 얼마 전에는 CJ 이재현 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이 터지며 차명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관심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관측됐다. 토론회에는 강길부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과 김정훈 정무위원회 위원장, 안철수 의원 등 정치인들은 물론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등 금융관련 관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객석에도 200여 명의 일반인 청중들이 들어찼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축사 중에 "금융실명제법이 금융질서를 획기적으로 바꾸긴 했지만 진정한 경제정의를 완전히 실현하지는 못했다"면서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이번주 내에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 하여금 자금의 실질 소유자를 파악하게 하고 범죄수익 은닉의 경우 자금세탁방지법으로 규제·처벌한다는 내용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병두 의원은 이미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민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차명거래가 확인될 경우 실제 소유주와 명의 제공자 모두 거래 자산의 30% 내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같은 당의 이종걸 의원은 차명 거래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법안을 내놨다. 본인 동의없이 명의를 도용해 금융거래를 할 경우 금융회사에만 500만 원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현행법이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하경제 양성화하려면 차명거래 금지해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역시 금융실명제법 강화를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다만 세부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학자들은 차명 거래의 전면적인 금지를, 정부 관계자들은 전면 금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쳤다.
발제를 맡은 김상헌 서울대 교수는 "금융실명법 실시가 지하경제 감소추세를 만들고 자금 추적을 용이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면서 "지하경제를 줄이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려면 차명계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도별 금융소득종합과세 통계를 보면 신고인 수가 계속 증가하다가 지금은 약간 정체기인데 차명거래를 통해 금융종합소득과세를 피하려는 노력이 있지 않나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금융실명제법 강화가 사회의 소득재분배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면서 차명 거래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과태료가 2억8000여 만원에 5년 이하의 징역형도 나오고 캐나다는 (거래금액의) 1000배에서 10만 배를 과태료로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진정한 지하경제 양성화는 차명거래 금지법을 원칙적으로 실시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명거래 사전등록제를 통해 선의의 차명계좌는 용인하고 악의의 차명계좌는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의의 차명계좌란 부모가 가족 명의로 만든 주택마련 통장이나 펀드, 동창회비 통장 등 탈세 목적이 아닌 차명계좌를 말한다. 이들까지 처벌하기에는 금융 소비자들의 저항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김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금융실명제법 강화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병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차명거래를 금지하더라도 차명계좌 여부를 금융회사가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 "특히 선의의 차명거래는 더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을 강화해도 적발이 어렵다는 얘기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정은 "금융 계좌는 자산이 아니라 현금을 창고나 금고에 넣어둔 셈이기 때문에 소유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 필요성에는 동감한다"면서도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잉 입법의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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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 못하게"... 금융실명제법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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