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개입, 박 대통령은 서울광장에 나와 사과하라"

[현장] 대구 500여 명 모여 8차 시국대회 열고 국정원 규탄... 책임자 처벌 촉구

등록 2013.08.18 10:04수정 2013.08.18 10:04
4
원고료로 응원
a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8차 시국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다양한 손피켓을 들고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조정훈


무더운 날씨도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열기를 꺾지 못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17일 오후 열린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규탄 8차 시국대회에서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책임자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16일 열린 국정조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선서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자신들의 위증을 정당화하기 위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였다"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처음으로 길거리에 나와 시국선언을 했던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권혁시 신부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더운 날씨에도 거리로 나왔다"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촛불이 타올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신부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책임자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자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대구마가교회 서일웅 원로목사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야비한 자들만의 시대 같다"며 "어제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나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자신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만을 증언하겠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했다"고 비난했다.

서 목사는 이어 "우리가 여기서 머뭇거리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을 무시하고 비웃으며 임기를 마칠지도 모른다"며 "우리 자녀들에게 자유와 주권과 민주주의를, 살만한 이 땅을 물려주기 위해 아비의 역할을 하자"고 호소했다.

a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17일 오후 열린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규탄 8차 시국대회에 참가한 한 여성이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a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규탄 8차 시국대회에 거리에 나온 여고생들도 참여했다. ⓒ 조정훈


이날 시국대회에는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인 홍의락 국회의원과 정의당 박원석 국회의원도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했다. 박원석 의원은 러시아의 문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박 의원은 "어제 열린 것은 국정조사도, 청문회도 아니다"며 "후안무치한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더 이상 저들에게 법과 제도와 상식에 다라 국정조사를 마무리하자고 말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대구에서 야도의 근성이 살아있는 것을 느꼈다"며 "박근혜의 고향인 대구에서 신부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시민들이 나서 분노를 표하는 것은 그만큼 자존심이 상하고 분노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자유벌언도 이어졌다. 서울에서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다 경찰에 연행돼 유치장에 갇혔다가 오전에 나와 시국대회에 참가했다는 차호진씨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원세훈, 김용판의 뻔뻔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며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들을 얕잡아보고 위증죄를 모면하려는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칠문(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64)씨는 "박근혜의 지역구인 달성군에서 왔다"며 "민주주의 훼손하는 국정원을 비판하고 책임자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우리가 좌파이고 빨갱이이냐"고 반문했다. 차씨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고 약자들을 위해 바른 소리를 하는 우리는 선량한 국민"이라며 "새누리당과 정부는 더 이상 색깔론을 들먹이지 말라,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판, 원세훈 청문회를 보면서 국민에게 사과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뻔뻔하다"며 "국정원의 도움을 받고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가 아닌 서울광장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17일 오후 열린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8차 시국대회에 참가한 쌍둥이들도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a

대구노동세상과 대구여성광장은 국정원 불법 정치개입 규탄 시국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을 위해 300간의 커피를 준비했으나 금방 동이 났다. ⓒ 조정훈


이날 시국대회에 앞서 통합진보당 대구시당은 국정원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서명도 받았다. 대구노동세상과 대구여성광장 회원들은 300잔의 냉커피를 준비해 시국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또한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서명을 받았다.

국정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서명에 참가한 이영지(대구시 서구 비산동, 43)씨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 온 국민이 알고 있는데도 책임자 처벌은커녕 사과 한 마디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열린 8차 시국대회는 규탄발언과 문화공연이 이어지면서 2시간여 동안 계속된 뒤 해산했다. 이들은 오는 24일에도 한일극장 앞에서 오후 7시에 시국대회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국정원?선거개입 #대구 시국개회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낙동강 해평습지서 '표범장지뱀' 본 전문가 "놀랍다"
  2. 2 "이게 뭔 일이래유"... 온 동네 주민들 깜짝 놀란 이유
  3. 3 팔봉산 안전데크에 텐트 친 관광객... "제발 이러지 말자"
  4. 4 공영주차장 캠핑 금지... 캠핑족, "단순 차박금지는 지나쳐" 반발
  5. 5 3일마다 20장씩... 욕실에서 수건을 없애니 벌어진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