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고른 지방대 '인 서울' 안 부럽다

[주장] 특성화학과-희귀학과 찾고 지역할당제 혜택 받자

등록 2013.08.22 12:06수정 2013.08.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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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는 A씨(25,여)는 고교시절 서울소재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수능점수를 얻고도 집 근처에 있는 지역 국립대학교로 진학했다. 지역 거점국립대학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그녀의 선택을 의아해했다.

A씨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등록금이 싼 이유도 있었지만 이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가 특성화 되어 있었고 대학 인근에 대형조선소가 자리 잡고 있어 졸업 후 취업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대학에 진학하여 열심히 공부한 A씨는 4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 대형 조선소에 취직이 확정되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a  입학사정관으로부터 진로특강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입학사정관으로부터 진로특강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 이혁제


바야흐로 입시철이다. 2014학년도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수험생 대부분은 지금쯤 지원할 대학과 학과의 결정이 끝났을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시 6회 지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직 결정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신중을 기하여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무조건적으로 수도권 대학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은 다시 한번 본인의 선택이 올바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200개가 넘는 대학이 있다. 하지만 서울 중심 사회가 고착되면서 대학 숫자는 늘었지만 대학 선택의 폭은 오히려 좁아졌다. '인(in) 서울'이라는 괴상한 용어까지 등장하였고 서울이 아니면 차선책으로 수도권 소재 대학이라도 가려 한다. 이름도 생소한 수도권 소재 대학이 50년 전통의 지역 명문 사립대를 내려다보는 세상이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재단 비리 문제로 장기간 학사 행정에 차질이 있거나, 부실대학으로 지정되더라도 서울소재 대학들의 입시 경쟁률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대학 설립자의 순간의 선택(대학부지 선택)이 대학 존립을 평생 책임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회현상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서울소재 대학에 합격하면 성공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198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상위권 대학과 수준이 비슷했던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이 서울 소재 중하위권 대학에 합격생을 빼앗기는 꼴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것이다. 달콤했던 연애기간의 기억만으로는 결혼생활을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했을 경우 처음에는 서울에 안착했다는 안도감, 주변의 부러움, 그리고 화려한 서울 생활에 만족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기분은 채 1년도 넘기지 못하고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하느라 여유로운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한 학생들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취직이 어렵기는 서울소재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학 출신이나 매한가지라는 점이다.


지방대학 특성화학과를 노려라

a  학과 홍보책자 중 해당학과의 취직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부분

학과 홍보책자 중 해당학과의 취직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부분 ⓒ 이혁제


수험생들이 무시하는 지방대학 중엔 서울소재 대학보다 더 큰 비전이 있는 곳이 많다. 수험생들은 단지 대학의 위치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지방대학 중 잘나가는 특성화학과를 노려보면 종국에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가령 A씨가 졸업한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의 경우 전국 대학 조선계열학과 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근에 대형 조선소와 중형 조선소가 산재에 있어 취업이 매우 용이하다. 이 대학에 조선·해양공학과가 신설된 이유가 바로 인근 조선소에서 필요한 기술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였다. 이 학과의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 와서 전공 자격증을 따고 일정 점수 이상의 토익점수만 넘기면 대기업에 100% 취업이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말하였다.

이 학과 교수들이 이처럼 자신하는 것은 특성화된 인력 배출과 이에 덧붙여 지역할당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역할당제란 수도권 집중현상을 막고 지방대학 인재의 등용을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을 지방대학 출신자로 뽑아야 하는 제도이다. 기업들 또한 지방에서 근무할 사원은 서울 소재 출신보다 오히려 그 지역 출신을 뽑고자 한다. 해당 지역 출신들이 타 지역 출신보다 회사 적응력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소재 대학 출신들이 자격증과 우수한 어학실력 가지고도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선 여러 사람과 힘든 경쟁을 해야 하는 것과 비교해 지방대학에선 똑 같은 스펙을 가졌더라도 최고의 인재로 대접받고 대기업에 우선순위로 취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희귀학과를 찾아라

a  대학홍보대사의 설명에 집중하는 학생들

대학홍보대사의 설명에 집중하는 학생들 ⓒ 이혁제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공무원이다. 얼마 전 시행된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넘어 가히 '공무원 고시'라고 부를 정도다. 서울소재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학 출신이나 공무원 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기업보다 초봉은 적지만 정년이 보장되어 있고, 장기 근무할수록 급여 수준이 높아지기에 구직자들은 공무원을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공무원 보다 한 수 위의 직장이 있다. 정년이 보장되면서 대기업 수준 이상의 급여를 받는 공사 직원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공사를 '신도 다니고 싶은 직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신도 다니고 싶은 직장'인 공사에 서남단 군 단위에 있는 지방대학 출신들이 매년 대거 합격한다면 믿겠는가!

이 지방대학의 지적학과는 대한지적공사 7급 기술직 신입사원 공채에서 7년 연속 최다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2012년에는 정원 47명의 공채에서 1차에만 21명이 합격했으며 이 중 13명이 최종 합격하는 등 많은 수가 매년 합격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 대학 지적학과 출신들 중 1985년 학과 설립된 이후 수도권에 150여 명을 비롯해 광주·전남에 100여 명, 대전·충남에 20여 명의 지적공무원 그리고 대한지적공사에 180여 명, 국방부 지형정보단에 10여 명 등 총 600여 명이 각계각층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학과 졸업생들이 지방대학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이렇게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무엇보다도 학과 교수와 본인들의 노력이 첫 번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대학 지적학과는 국립대 중 유일하게 설치되어 있고 사립대를 포함해도 전국에 3곳밖에 없다는 점이다. 혼자 공부해서 시험 보는 서울소재 대학생들 보다 4년 동안 지적학 공부를 하면서 체계적으로 시험 준비를 하는 이 대학 학생들이 월등한 성적을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꼬리가 될 것인가, 머리가 될 것인가

시합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실력이 더 중요하다. 내가 강하더라도 상대방이 더 강하면 지게 될 것이고, 내가 비록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상대방이 나보다 더 부족하면 승리의 몫은 나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취업 경쟁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와 취업경쟁을 하느냐에 따라 내 몫이 정해지는 것이다.

단순히 우수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 서울소재대학을 피하고 지방대학에서 앞서가란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아무런 목적의식도 없이 부모의 사회적인 체면이나 아니면 서울에 대한 환상으로 무조건적인 '인 서울'을 고집하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그 미래를 이룰 수 있는 곳이 굳이 서울이 아니라면, 보다 유리한 곳에서 자신의 꿈을 펼쳤으면 하는 것이다.
#지방대 #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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