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에서 신선들이 놀던 대로

등록 2013.08.24 16:21수정 2013.08.2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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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 'DBDB STORY'. 자신의 여행경험을 자유롭게 타인들과 나누는 DBDB STORY에서 7월에 가장 많이 활동했다고 기념품까지 주며 애착이 가거나 여러 번 방문한 여행지를 물어왔다.

"새만금방조제와 가까운 군산 앞 고군산군도입니다. 카메라 없이 여행하던 시절 집에서 청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시내버스, 청주에서 군산까지 직행버스, 군산에서 선유도까지 여객선, 고군산군도에서 5일 동안 자전거로 네 개의 섬을 넘나들고, 다시 고군산군도에서 군산까지 여객선, 군산에서 장항까지 나룻배, 장항에서 천안까지 장항선기차, 천안에서 청주까지 직행버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집까지 시내버스를 타는 여정을 글로 소개했는데 비행기 이외에 다 타보는 이 여행에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고군산군도라고 얘기하는데 이유가 있다. 내게 여행의 맛을 알게 해줬고, 새만금방조제가 준공되기 전부터 속속들이 들여다본 여행지가 고군산군도다.

군산에서 40여㎞ 거리의 고군산군도는 서해의 망망대해에 자리 잡은 섬의 군락으로 고려시대에 있던 수군진영 군산진이 조선시대에 현재의 군산시로 옮겨가며 '옛날 군산'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군산군도에 있는 4개의 섬 선유도, 무녀도, 대장도, 장자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자동차의 도선이 금지된 섬이라 도보나 자전거로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크기나 교통편이나 고군산군도의 중심지는 신선이 놀고 갔을 만큼 아름다운 선유도다. 새만금방조제가 준공되며 고군산군도에 활기가 넘친다.

지난 7월 6일부터 이틀간 초등학교 친구 부부들과 고군산군도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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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의 관문 신시도 ⓒ 변종만


새만금방조제의 중심축인 신시도와 고군산군도의 무녀도를 물길이 가로막고 있지만 거리상으로는 가까운 이웃이다. 주로 군산여객선터미널을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신시도항에서 유람선에 오르는 여행을 한다. 신시도와 고군산군도를 잇는 다리가 완공되면 신시도가 고군산군도의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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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도에서 장자도 선착장까지 ⓒ 변종만


신시도항에서 유람선으로 20여분 달리며 선유도와 망주봉, 선유도 선착장, 무녀도 선착장, 선유교, 선유1구 옥돌해변, 선유봉, 장자도, 대장도를 구경한다. 장자도에 도착하여 선착장 옆 장자도 도원이네집(010-3667-5841)에 짐을 풀고 회덧밥을 맛있게 먹었다. 몸이 아픈 환자를 위해 금방 해물칼국수까지 끓여주는 성의에 첫 만남부터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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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도와 대장봉에서 바라본 풍경 ⓒ 변종만


고군산군도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대장도의 대장봉이다. 장자도와 대장도를 연결하는 대장교를 건너면 가까운 곳에 산길이 있다. 산중턱의 오른쪽으로 할매바위가 보이고, 그 뒤편의 대장봉에 오르면 고군산군도 여행에서 제일 멋있는 풍광이 기다린다. 호수를 닮은 바다, 망주봉과 명사십리해수욕장, 선유봉과 뒤편의 무녀도, 장자교와 장자도, 인근의 관리도와 방축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밧줄을 잡고 오르는 곳이 있지만 누구나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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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주봉과 명사십리해수욕장 ⓒ 변종만


장자교를 건너 망주봉으로 가다보면 시체를 풀이나 짚으로 덮어 두는 섬의 장례 방법인 초분을 만난다. 섬과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화롭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은 맑은 물과 고운 모래, 얕은 수심과 완만한 경사를 자랑하고 썰물 때는 바다 앞 솔섬 주변에서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선유도를 상징하는 바위 덩어리가 높이 152m의 망주봉이다. 설화에 의하면 선유도에 유배된 선비가 우뚝 솟은 2개의 바위산에 올라 한양 쪽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하여 망주봉이 되었다고 한다.

망주봉 등정은 사고가 많은 곳이라 등산화, 등산장갑 등을 준비하고 등산로를 따라 올라야 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낙조가 멋있다. 포구 앞은 물론 명사십리해수욕장 건너편의 대장도까지 바라보인다. 비가 오는 날만 물줄기를 보이는 망주폭포도 있다.

친구들과 전월리 앞 바다와 갈대밭을 구경하고 명사십리해수욕장을 걸어본다. 해수욕장 옆 장자도 방향에 입구가 있는 선유봉에 오르면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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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도 ⓒ 변종만


장자도의 산책코스를 한 바퀴 돌아보면 선유봉과 무녀도, 대장도와 관리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여행지에서는 먹는 게 한 몫 한다. 도원이네집(http://cafe.daum.net/dowonhouse)에서 자연산 회를 먹는 것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순수한 인상에 때 묻지 않은 인심으로 찾아온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도원이네집 주인장 내외는 고군산군도에 2명뿐인 초등학생 중 1명인 도원이의 엄마와 아빠다. 섬에서 자생하는 꽃으로 예쁘게 장식한 자연산 회가 분위기를 띄운다. 장자도가 상가지역과 떨어져있어 숙소도 한적하고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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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선유도해수욕장과 망주봉 풍경 ⓒ 변종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회포를 푸느라 늦게 잤지만 일찍 일어나 샤워를 했다. 어제 시간 때문에 오르지 못한 망주봉 정상이 눈에 밟혀 살금살금 옷을 챙겨 입었다. 밖으로 나가니 빗방울이 제법 굵어 우산을 들고 숙소를 나섰다.

빗소리만 들릴 뿐 섬들은 조용히 아침을 맞이한다. 새벽기도 하러 온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교회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우산 속에서 바라보는 장자교와 선유도해수욕장의 풍경이 새로워 천천히 걸어 망주봉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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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주봉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 변종만


망주봉을 잘 알고 있지만 빗속에 바위산을 오르는 일이라 더 조심을 한다. 우산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홀딱 젖은 몸으로 정상에 올랐다. 안개가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을 가르쳐주며 마술을 부리듯 눈앞에서 풍경을 바꾼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살이 같아 내 자신을 비롯해 눈에 보이는 사물들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며 몇 년 전 이곳에서 쓴 '섬 안개'를 떠올렸다.

<바다가/ 안개 만들어/ 섬을 삼켰다// 저 앞의 선유봉/ 요 앞의 망주봉/ 암흑 속에/ 자취를 감췄다// 바다가/ 바람 만들어/ 안개를 쫓았다// 새로운 세상/ 선유봉, 망주봉/ 모습 그대로/ 제자리에 있었다// 겸손 가르쳐준/ 바다도/ 그 자리에 있었다>

망주봉에서 내려와 선착장이 있는 선유2구로 갔다. 상가지역 안쪽에 11명의 어린이들이 꿈을 키우고 있는 선유도초·중학교가 있다. 진말 입구에 줄지어 서있는 수군절제사선정비 5기가 고군산진이 자리하던 시절의 수군기지 흔적이다. 이른 시간인데다 비마저 내려 선유도연안여객터미널 앞은 오가는 사람이 없다.

비가 내리면 어떤가. 새로운 풍경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고 느끼면 된다. 나름대로 운치 있는 여행을 즐기다 유람선을 타고 왔던 길을 되짚어 신시도로 향했다.

선유도에 가려면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거나 비응항과 야미도항에서 출항하는 유람선을 이용해야 한다. 아름다운선유도(http://www.sunyudo.com)에 고군산군도를 여행하는 방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시도 #고군산군도 #선유도 #장자도 #망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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