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죄, 조자룡의 헌 칼 같은 것"

'이석기 등 내란음모 혐의' 법조계 인사 반응... "무죄 추정 원칙 등 지켜져야"

등록 2013.08.31 17:50수정 2013.08.3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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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이석기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의원에 대한 '내란예비음모' 사건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말을 아끼던 법조계 인사들이 녹취록 공개 이후 SNS(트위터, 페이스북)를 통해 비평하며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먼저 법조인들의 비평을 정리하면 "국정원과 진보당의 치킨게임"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법조인들은 대체로 국정원에 비판적이다. 국가정보원 개혁 요구로 코너에 몰린 국정원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으로 뻥튀기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한 녹취록에 대해서는 "애들 소꿉장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당연히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이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이번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고 재판내용도 TV나 인터넷 생중계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법조인들은 국정원이 혐의 내용을 조금씩 언론에 흘리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법상 피의사실공표금지 등을 위반하며 법치주의가 훼손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국정원, 무죄추정원칙과 피의사실공표금지 지켜라"

판사 출신으로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31일 트위터에 "녹취록을 공개하는 게 목적이었나? 30년 만에 내란음모로 의율하면서 가장 중요한 증거를 통째로 흘리다니..."라고 국정원을 질타했다.

박 의원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그렇게 강조하는 피의사실공표와 수사기밀은? 아! 국정원에서 하는 수사지? 그럼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어디로 갔지?"라고 이번 수사에 대해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석기 의원의 수사상 제일 증거 내용들 피의사실 공표가 이렇게 심하면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따져 물으며 "국정원은 쓰나미처럼 흥분하지 말고 법절차대로 처리해야 합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진보당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부장 검사 출신 최영호 변호사도 트위터에 "지금 상황에 제일 염려되는 건 바로 법치주의.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법상 피의사실공표금지"라고 우려하며 "하긴 라면을 끓이는 데는 양은냄비보다 좋은 게 없으니.."라고 국정원을 겨냥했다.


안상운 변호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고 TV나 인터넷 생중계해야"

언론소송 전문인 안상운 변호사는 트위터에 "국정원이 발부받은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영장에 적용했다는 내란음모 혐의는 아직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군인도 아닌 민간인 백여 명이 '내란'을 모의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는 않는다"며 "혹 국면전환이나 영장을 쉽게 발부받기 위한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든다"고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그는 "국정원은 내란음모 혐의라고 하고, 이석기는 날조라고 하고, <조선>은 어디서 구했는지 녹취록을 보도하고, 진보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며 "이번 내란음모 사건은 그야말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니,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고 재판내용도 TV나 인터넷 생중계를 허용함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 이유로 "국정원의 국면전환용 날조사건인지, 아니면 진보정당 탄압인지, 국민들의 알권리도 중요하지 않는가!"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내란음모사건 한 방으로 일거에 국정조사 수세국면에서 공격국면으로 전환시킨, 국정원의 저 탁월한(?) 정치력을 야당 의원들은 배워야 한다"고 힐난했다.

이재화 변호사 "코너에 몰린 국정원이 뻥튀기한 것"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30일 트위터에 "국정원이 공개한 것으로 추정된 이석기 관련 녹취록은 아직 진정성립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을 보더라도 발언내용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내란음모의 증거는 될 수 없어 보인다"며 "코너에 몰린 국정원이 위기 모면하기 위해 뻥튀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그래도 국정원 개혁의 고삐는 늦출 수 없다"며 "이석기에 대한 수사는 수사이고, 국정원개혁은 개혁이다. 이석기에 대한 수사로 국정원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범-이진화 변호사 "국정원과 진보당의 치킨게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인 김정범 변호사는 트위터에 이번 사건을 둘 중 한 곳은 사활을 걸어야 하는 "국정원과 통진당의 치킨게임"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분명 하수상한 시절에 기막힌 타이밍으로 물타기 하려는 수법임은 틀림없다. 혐의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통진당은 해산 당하는 정도에 이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정원은 또 다른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건재할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이석기의 내란음모, 아직까지는 추상적이지만 구체화되고 입증되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국민을 방패막이 삼으려는 비열한 짓이므로"라며 "그런데 민주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원세훈과 국정원의 내란, 김용판의 내란방조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상기시켰다.

그는 "원세훈과 김용판의 죄가 이석기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며, 국가권력의 행사가 국면전환용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화 변호사도 트위터에 "국정원 이게 몇 번째냐. 간첩 장난질이. 양치기 소년이 되려나? 이석기가 진짜라 해도 국민들이 안 믿잖나. 이게 정말 존재 이유가 없어진 듯하네.. 이번에 결판이 나겠다"라고 국정원을 정조준했다.

이 변호사는 "내란예비음모라.... 이건 모 아니면 도 게임! 하는 것 같은데.. 이거 만약 조작임이 밝혀진다면 정말 끝장이다. 참... 책속에서나 봤던 죄명... 역사적으로 악용되었던 죄명... 이거 귀추가 궁금하다"고 국정원을 거듭 겨냥했다.

한인섭 교수 "내란음모죄, 조자룡의 헌 칼 같은 것"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내란음모죄, 독재정권이 반대세력 때려잡으려 마구 휘둘렀던 조자룡의 헌 칼 같은 것.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녹슬어버린 것을 갑자기 꺼낸 저의는?"이라고 국정원을 질타했다.

그는 "김대중 등 내란음모죄. 80년에 혹독한 형 받았지만, 모두 재심에서 무죄. 정치인들이 장래 내각 명단 짠다고 내란 되지 않지요, 내란하려면 전두환 같이 해야 합니다. 군대 동원해 정권찬탈 모의하고, 구체적 작전을 짜야 내란음모죄가 정확히 성립"이라고 정리했다.

또 "(인권변호사 대부) 조영래 등 내란음모죄. 1971년 대학생 몇 명이 정권반대 데모 모의했다고, 그냥 내란음모죄 갖다 붙여 실형을 때린 게 박정희 정권. 5·16군사쿠데타로 진짜 내란죄를 저지른 자들이, 내란음모죄라는 죄목을 여기저기 갖다 붙인 적반하장이라니"라고 개탄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설국열차는 신나게 내란을 선동합니다. 그러나 2천만명이 그 영화 봐도 현실은 꿈쩍도 않아요. 내란의 실행(폭동=대규모 폭력)이 일어날리 없거든요. 공상, 발언, 게임으로 내란죄의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자는 망상장애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훈 변호사 "이석기 녹취록 토론내용, 애들 소꿉장난 수준"

박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이석기 의원 녹취록을 한참을 쳐다봤다. 핵심내용은 그동안 보도된 내용과 동일하다. 저게 사실임을 전제로 말한다. 저런 이야기를 한꺼번에 사람들 모아놓고 권역별 토론을 거치게 했다면 그건 내란을 일으킬 만한 조직도 아니다"며 "토론 내용도 애들 소꿉장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장난감 총을 가스 쇼바로 개조하고, 부산가면 총 구할 수 있고 마비시킬려면 내부 조직원을 만들어야 하고 등등의 내용은 내란을 일으킬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는 것"이라며 "정세판단에 대한 과대망상에서 나온 얼치기 수준의 대화들"이라고 말했다.

최영동 변호사 "국정원, 국가의 이익을 해하고 있다"

최영동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국정원이 검사를 통해 법원의 영장까지 받았으므로 무언가 있을지도 모르니 신중하자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 현재까지 주어진 정보에 따르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국정원은 대 국민 선전용으로 이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국정원은 자기 조직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이익을 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국정원을 맹비난했다.

최 변호사는 "만약 새로운 사실 즉 진짜 내란음모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럼 내란음모죄로 처벌하라고 하면 된다. 뭐가 어려운가?"라며 "지금 이 순간에는 국정원이 잘못하는 것처럼 보임에도 그 판단을 표현하지 말자는 것은 지극히 전략적인, 전술적인 행보"라고 지적했다.

김용민 변호사 "내란죄 판단 매우 어려울 것, 성급한 보도 자제해야"

김용민 변호사는 30일 페이스북에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하는 죄다. 여기에서 국헌 문란이란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다시 말해 북한과의 연계가 문제되는 죄가 아니며, 국가 주요시설의 파괴 목적만 가지고는 내란죄까지 보기는 어렵다"라는 법리적 판단을 내렸다.

그는 "아직까지 내란죄에 대한 판례 역시 확립돼 있지 않아 내란죄에 대해 판단하기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의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측했다.

김 변호사는 "진보당 사태를 지켜보며 관련자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내란음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성급하게 판단하고 언론에서 보도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언론을 꼬집었다.

김두식 교수 "국정원이 100% 자기 정보만 흘리는 상황은 이상한 일"

검사 출신인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나온 정보만으로는 법률전문가 누구도 의미 있는 논평을 내놓기 어렵다. 그만큼 제대로 알려진 게 하나도 없는데도 여론 전쟁은 이미 끝나가는 느낌이다. 이상한 일"이라며 "나오는 얘기들은 온통 '만약 녹취록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지난 며칠간 팩트가 진전된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 NLL 논란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정상회담)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이 없다는 것으로) 뒤집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어쨌든 분명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지혜다. 다들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또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개혁의 대상이었던 기관이 (팩트는 하나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국정원을 지목하며 "100퍼센트(국정원)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정보를 흘리고 있다. 이 상황 자체가 이상한 일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남보다 조금 늦게 돌을 던진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며 "그리고 모두가 '국정원 개혁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개혁은 진짜로 물 건너가는 것이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고 신중한 처신을 지적했다.

윤영태 변호사는 이 같은 김두식 교수의 글을 공유하며 "작년 국정원의 자극적인 종북마녀사냥 댓글놀이에 분노하고 규탄하던 '촛불동지'들이 국정원의 자극적인 녹취록 장단에 널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석기 #내란예비음모 #법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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