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서 '레알 로망' 캐리커처를 그려주고 있는 이동수 시민기자.
정택용
- '현장 크로키'와 '현장 만화'가 참 좋습니다. 특별히 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에 애착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창작자, 특히 시사만화가에게 현장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고요, 또 요즘 기자들이 노동자 투쟁 현장에 가지 않으니까 나라도 간다 하는 생각에서 다니고 있는데 많이 부족하지요. 노동자, 철거민, 장애인 투쟁 같은 경우 이른바 '이슈'가 잘 안 되는 상황이니까 그걸 내 방식대로 표현해서 어떻게든 전달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노동경제를 전공해서 얼치기지만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고요. 경제의 가장 핵심이 노동경제인데, 우리 사회가 그에 대한 고민들을 방치하거나 경제적 피해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경찰들이 상당히 편파적으로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있는 상황들을 너무 자주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 그동안 현장에서 만나온 노동자들 중에 '그림'을 계기로 특별한 인연을 만든 사람이 있나요?"많은 분들을 만났지요. 용산참사 유가족들, 기륭전자 노동자들, 콜트콜텍 노동자들, 쌍용차 노동자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재능교육 노동자들, 유성기업 노동자들, 그리고 현장에서 저보다 먼저 활동하던 문화예술노동자들. 또 그곳에 연대하는 수많은 좋은 사람들도 있구요. 제가 외국 만화가들하고 사귀려고 페이스북을 일찍 시작했는데 요즘 '페친'들은 대부분이 노동자들이에요. 모두 현장에 나가고 나서 생긴 인연들이지요.
2010년, 1895일인가요?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당시로써 최장기 파업을 마무리하는 문화제에서 처음 캐리커처를 그려줬어요. 그때 본 김소연 전 분회장의 해맑은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 노동자들의 모습이 악쓰고, 투쟁하고, 단식하고 하는 모습들로만 인식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의 참모습을 봤다고 할까요."
- 투쟁 현장에 '그림'으로 연대한다는 것에 한계나 아쉬움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아무래도 그림이 '주무대'는 아니니까요. 게다가 잘못하면 주무대의 흐름을 깰 수 있으니 조심스럽기도 하지요. 처음에는 가능하면 많은 분들의 캐리커처를 그려드리려고 빠르게 그렸는데, 최근에는 좀 천천히 그려도 좀 더 정성을 다해서 그리자고 생각하고 있고요. 작가로서 어쨌건 좀 더 잘 그리자는 욕심이 계속 있거든요. 그리고 현장에 연대하면서 저 역시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데 그림만 그리다가 오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지요."
- 요즈음 집중하고 있는 현장은 어디인가요?"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의 농성장과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에 자주 갑니다. 콜트콜텍은 정말 나쁜 기업이에요. 노동자들 혹사해서 회사를 키워놓고 고의적 경영난을 빙자해서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노동자들한테 책임을 떠넘긴 전형적인 악질기업이라고 봅니다. 국가의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런 기업들은 뿌리를 뽑아야 된다고 봅니다. 쌍용차의 경우도 비슷한데, 경찰과 관의 과도한 탄압행위들이 너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자주 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시사만화나 생활만화가 꽃피는 텃밭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