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화두는 '종북' '채동욱' ...울산 민심은 어디로 흐를까

내년 지방선거 추이에 관심...새누리당-민주-진보당 분주해

등록 2013.09.18 20:14수정 2013.09.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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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17일 오전 11시 KTX울산역에서 민주당 울산시당 당직자들이 시민들에게 추석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17일 오전 11시 KTX울산역에서 민주당 울산시당 당직자들이 시민들에게 추석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 민주당 울산시당


18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가족과 친지가 한 자리에 모임에 따라 울산지역 정치권이 복잡한 수읽기에 들어갔다.

각종 선거를 앞둔 추석 명절이면 가족·친지가 차례상에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론이 조성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그 어느 명절 때보다 민감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여론 선점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특히 새누리당이 이석기 의원 사태 이후 '종북'이라는 이슈를 지속할 태세인 반면 통합진보당은 이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지지자 결집에 집중하고 있고,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분명한 선긋기를 하면서 국정원 개혁을 이슈로 야권연대 없는 독자적인 권토중래를 다지고 있어 민심의 흐름이 어느쪽을 따라갈지 주목된다.

추석 차례상 앞에서 시민들은 무슨 이야기 할까

울산은 전통적인 영남권 보수성향의 지역이지만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등 대규모 사업장의 영향으로 노동자의 정치참여가 활발했다. 때문에 보수성향 외에 진보적 성향도 함께 보여온 특이한 도시형태를 보여왔다.

여기다 50년만에 인구 10만명에서 117만명으로의 증가가 보여주듯 전국 각 도시의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도시 특성상 여론 형성의 바로미터가 됐다. 

이 같은 도시 특성은 117만 인구를 관장하는 울산광역시장은 새누리당이, 5개 구군 중 일부는 진보진영에서 나머지는 새누리당이 구청장을 맡아오는 등 일정부분 권력 분배가 이루어져왔다.


현재 울산시장과 울주군수, 남구청장, 중구청장이 새누리당 소속인데 반해 노동자가 많이 사는 동구와 북구는 통합진보당 소속인 점이 이를 말해준다. 이같은 구도는 지난 십수년 간 지속되어 온 울산지역 정치풍토다.

최근의 지역 분위기로 볼 때 지난 8월말 시작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정원의 내란음모 수사와, 얼마뒤 불거진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사찰 의혹 등은 이번 추석 명절 차례상을 앞에 두고 시민들이 나눌 화제거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9월 2일 새누리당 울산시당이 "통합진보당의 심장부가 울산이고 이는 곧 울산의 안방까지 간첩과 적화세력이 들어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선제공격을 가한 것과, 다음날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이 "간첩 운운하며 매도하는 것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 제1야당인 통합진보당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역공에 나선 것으로 미뤄 이번 추석 명절 최대 화두는 '종북'이 차지할 전망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문제가 불거진 후 통합진보당은 물론 민주당 울산시당과 정의당, 노동당 등 야당이 연일 '국정원 개혁'과 '검찰총장 사찰의혹' 을 시민들에게 역설한 것도 추석 연후 화제거리에 소재를 제공했다.

울산시장 누가 되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환경 달라져

인구 117만명, 연간 예산 2조 7천억 원, 수출 1100억 달러로 전국 1위, GRDP(지역내 총생산) 전국 1위...울산은 인구가 훨신 많은 부산과 대구를 능가할 정도의 위상을 가진 도시다. 이런 울산을 이끌어갈 시장 선거는 시민들에게는 최대 관심사다.

특히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신문의 '민주당 인사 지역색 씌우기' 등에 힘입어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한 박맹우 울산시장(새누리당)이 내년 울산시장 선거에는 3선 제한 탓에 출마하지 못하면서 '차기 시장은 누가 적합한가'라는 시민 여론형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전망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이 '태화강의 기적'이란 슬로건으로 그동안 높은 지지율을 얻어 왔지만, 그 반면에 시나브로 여러기의 원전이 울산에 들어서고 대기업 석유화학업체의 고황유 가동 허용 조례가 강행되는 등 시민안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새누리당 작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공식이 여전히 성립할지도 관심사다.

특히 새누리당 시장이 지난 12년 동안 친기업 정책을 고수해온 데다, 최근 담화문까지 내며 희망버스를 폭력버스로 규정하는 등 반노동 성향을 보여온 것에 대해 노동자들의 감정이 상할대로 상해있다는 점도 여론조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화두는 통합진보당이 과연 건재할 수 있을까 하는 것. 이석기 의원 사태 후 언론의 잇따른 보도로 소위 울산연합으로 분류되며 경기동부와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전통 강세지역인 동구와 북구에서 다시 구청장직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이번 추석 여론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종북몰이, 이번에는 다르다?

a  2010년 6.2지방선거를 몇 일 앞둔 5월 28일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울산 동구 대송시장에서 동구청장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이자리서 그는 색깔론을 폈다.

2010년 6.2지방선거를 몇 일 앞둔 5월 28일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울산 동구 대송시장에서 동구청장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이자리서 그는 색깔론을 폈다. ⓒ 박석철


새누리당 울산시당은 추석을 앞둔 지난 16일 소속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대거 동구 대송시장으로 가서 지역 민심을 살폈다.

바로 이곳 대송시장은 동구지역에서 국회의원 5선을 한 정몽준 의원이 통합진보당을 향해 종북 공격을 했던 그 곳이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5월 28일,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이곳에서 "민주노동당 김창현 (울산시장) 후보가 김일성 사진 앞에서 충성 내용의 서약문을 읽은 것으로 돼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었다.

당시 이런 여파탓인지 김종훈 동구청장 후보(현 동구청장)는 정몽준 의원 계열인 정천석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지난 9월 2일 "울산은 체제전복 세력인 통합진보당의 아지트다" 고 한 새누리당의 공격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 당시 정몽준 의원의 공격보다 이번 공격은 그 강도가 더하고 분위기도 다르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이석기 의원의 녹취록 등이 연일 공개되면서 조성된 여론 형성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보수성향의 시민들에 더해 중도성향 시민들까지 종북 비난에 가세하는 지역분위기가 이를 말해준다.    

내년 지방선거, 야권연대 힘들듯...민주당 "통합진보당과 분명한 선긋기"

보수성향의 지역에서 진보구청장이 탄생하기까지는 야권연대의 힘이 컸다. 울산에서는 그동안 북구 국회의원선거와 구청장 선거 등에서 야권이 연대를 통해 승리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지난 2009년 4.29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와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수차례 협상끝에 '북구 사업장의 민주노총 조합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로 후보를 정했고, 결국 승리한 조승수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지난해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 이후 최근 이석기 의원 사태까지 불거진 후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야권연대는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각 정당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노동자도시 특성상 '보수-진보' 이중 구도에 휘말려 분루를 삼켜야했던 민주당 울산시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독자적인 힘으로 승리를 다짐하고 있는 것도 큰 변수다. 민주당은 현재 통합진보당과 분명한 선긋기를 하며 독자적인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통합진보당에서 분당한 정의당도 최근 과거 지방의원을 지낸 인사들이 모여 회합을 가진 후 낸 보도자료에서 "종북세력과는 내년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나서면서 야권연대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통합진보당은 울산에서 아군 세력의 규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파업사태를 맞은 레미콘노조를 위시한 울산건설기계노조 조합원 80여명이 통합진보당에 집단 가입토록 하는 등 진성 당원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민주당 등에서는 "야권연대가 더 멀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울산시당 서봉만 정책실장은 "레미콘노조의 경우 민주당과 정의당, 노동당 등 야 4당이 함께 힘을 합쳐 위기에 처한 '을' 돕기에 나선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의 당원화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핵심사안을 두고 시민들은 5일간의 긴 추석연휴기간 중 어떤 여론을 형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동자도시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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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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