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자전거도로엔 1천억 원, 무상급식은 전국 최저

울산시, 태화강 정비사업에 수천 억 예산 투입... "이용자는 한정돼"

등록 2013.10.10 18:05수정 2013.10.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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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울산 태화강 성남동쪽. 흙이었던 둔치는 콘크리트 산책로로, 그 옆은 아스콘 자전거도로로 덮여져 있다

울산 태화강 성남동쪽. 흙이었던 둔치는 콘크리트 산책로로, 그 옆은 아스콘 자전거도로로 덮여져 있다 ⓒ 박석철


2017년까지 1096억 원을 투입해 총 543㎞의 자전거 길을 개설할 예정인 울산시의 초·중·고교 무상급식 비율이 전국 최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혜자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17개 시·도별 무상급식 현황에 따르면, 무상급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으로, 88.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은 37.4%인 울산이었다.

특히 울산은 400명 미만의 초등학교와 농어촌 지역이자 원전 지원금이 풍부한 울주군의 초등학교 및 면지역 중학교, 소위 진보구청장이 있는 동구·북구 등이 기초자치단체 예산을 들여 초등학교 6학년 일부 학생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학부모들이 피부로 느끼는 무상급식 비율은 현저히 낮다.

울산시장, 태화강 토목 공사 예산은 수 천억 원

울산의 무상급식 비율이 이렇듯 전국 최저가 될 수 있었던 데는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운 박맹우 울산시장 때문이다. 울산시는 2011년에 무상급식비 예산을 0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예산편성을 앞둔 지난 2010년 9월 6일 울산시 주간업무보고회에서 "공짜 바이러스가 횡행하고 있다"며 "포퓰리즘의 극치가 아닌가 할 정도인데, 울산시는 원칙에 근거해 흔들림 없는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울산시는 그즈음인 2009년 12월부터 모두 220억 원을 들여 태화강변에 5.1㎞의 둑을 쌓고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16.3㎞를 개설한 것을 비롯해 자전거 도로 이외 태화강 정비사업에 천문학 적인 예산을 쓰고 있다.


최근 울산에서는 태화강 100리 자전거길이 준공되는 등 울산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2017년까지 1096억 원을 투입해 총 543㎞의 자전거 길을 개설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811억 원의 사업비로 398.9km의 자전거 길을 구축했고, 올해에는 8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태화강 100리 자전거길을 비롯해 동해안 자전거길(29.2km), 태화강 자전거도로(6.5km), 척과천 자전거길(1.2km) 및 단절구간 교량시설 공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태화강 주변에는 자전거 도로 뿐 아니라 생태하천 정비사업으로 거액의 예산이 매년 투입되고 있다. 울산시는 국비 319억 원을 투입해 남구 삼호동 태화강 주변 26만㎡에 철새 보금자리와 시민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삼호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을 2011년 8월 착공해 올해 말 완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울주군 언양읍 어음리~범서읍 입암리 13㎞구간에 280억 원을 들여 2014년 말까지 환경정비사업을 하고 있다. 또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언양읍 어음리 구간 정비사업은 130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2018년 완공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이같은 울산 태화강의 자전거도로와 정비사업이 울산을 '친환경도시' 등으로 만든다고 미화하고 있다. 현재 울산지역에는 지상파 방송에서 하루 몇 번씩 '울산시가' 노래와 함께 태화강의 멋진 모습이 시민들에게 각인되고 있고, 통신사와 지역언론 등에서도 연일 '녹생도시 완성' 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환경단체 "태화강 정비사업은 '그린 워시'...중단해야"

a  2013년 10월 10일 오전 11시 30분 울산 태화강 성남동쪽. 강 옆 둔치는 콘크리트로 포장한 산책로와 그 옆은 아스콘으로 된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2013년 10월 10일 오전 11시 30분 울산 태화강 성남동쪽. 강 옆 둔치는 콘크리트로 포장한 산책로와 그 옆은 아스콘으로 된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 박석철


a  2007년 2월 촬영한 울산 태화강 성남동쪽. 태화강 둔치는 흙으로, 현재 자전거도로인 왼족은 보도블록으로 되어 있다. 몇 년 사이 흙은 콘크리트로 덮였고, 보도블록은 걷어내고 아스콘 자전거도로로 만들었다

2007년 2월 촬영한 울산 태화강 성남동쪽. 태화강 둔치는 흙으로, 현재 자전거도로인 왼족은 보도블록으로 되어 있다. 몇 년 사이 흙은 콘크리트로 덮였고, 보도블록은 걷어내고 아스콘 자전거도로로 만들었다 ⓒ 박석철


하지만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자전거도로를 포함한 태화강 정비사업이 환경을 해치는데도, 오히려 친환경사업으로 둔갑하는 소위 '그린 워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지훈 울산시면연대 도시부장은 "자전거도로는 대안교통으로 환경과 건강을 지켜주는 의미 있는 길이지만, 현재 태화강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생태하천이라는 명목의 정비사업은 제방을 쌓고, 그 위로 자전거도로를 놓는 등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토건사업"이라며 "하지만 연일 나오는 홍보성 기사와 광고는 친환경 이미지만을 강조해 시민들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태화강에 유입되는 오수의 경로를 막고, 바닥 오니를 긁어내서 태화강 물이 깨끗해졌다"며 "하지만 많은 예산을 들여 이런 정비작업을 하면 강물이 깨끗해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울산시는 태화강물이 깨끗해졌다는 것을 이용해 하천 주변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콘크리트를 입히면서 이를 통틀어 '친환경'이라고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이 정말 건강하고 깨끗해 친환경이 되려면, 강물 뿐 아니라 강 주변에서 뛰어노는 여치와 메뚜기 등 곤충이 왕성하고, 이 곤충을 물고기가 먹이로 삼는 등 전체적인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태화강 주변에는 콘크리트와 아스콘으로 도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년 사이 태화강 주변 흙이 콘크리트와 아스콘으로 덮여

10일 오전 11시 30분. 태화강 하류쪽인 성남동~명촌동 구간을 둘러봤다. 이곳에서도 태화강 여느 구간과 같이 강 주변이 콘크리트로 산책로가 만들어졌고, 그 옆에는 아스콘으로 된 자전거도로가 나 있었다. 이곳 태화강 주변에는 지난 수 년 간 30층이 넘는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게 들어서면서 울산의 아파트 평당 1천만 원 시대를 주도하기도 했다.

수 년 전 이곳 태화강 주변은 흙이었고, 잡초가 무성했다. 결국 그 흙들이 불과 몇 년 사이 콘크리트와 아스콘으로 뒤덮였는데, 언론 등에는 '친환경 완성'으로 포장돼 보도되고 있다.

30분 가량 태화강 주변을 걸으니 간혹 헬멧과 복장 등 전문 장비를 갖춘 자전거 라이더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또한 일부 주민들은 태화강 옆 콘크리트로 된 산책로를 걷고 있었는데, 운동복 복장으로 봐서는 이 주변 주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부장은 "울산시가 추진하는 '광역자전거도로' 사업은 일부 구간의 인근에 사는 시민을 제외하면 엘리트 동호인들로만으로 사용이 한정될 개연성이 크다"며 "현재의 자전거도로사업 방식과 같이, 중앙정부에서 예산이 내려온다고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거나 단체장의 관심 사안이라고 해서 무분별하게 집행하는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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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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