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오늘, 그가 철탑에 올랐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씨... 회사 측의 신규채용 거부하며 1인 시위중

등록 2013.10.17 10:04수정 2013.10.1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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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0월 15일 최병승은 선전물을 발행해 배포하고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도 공개했습니다.

10월 15일 최병승은 선전물을 발행해 배포하고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도 공개했습니다.


2003년 5월 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비정규직 노동조합 깃발이 세워졌습니다. 2004년 12월 말경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101개 사내하청업체를 모두 불법파견업체라고 판정 내렸습니다. 한편 최병승씨는 2002년 3월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했고, 노동조합이 생긴 후 노조에 가입, 활동을 해오다 2005년 2월 2일 비정규직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하게 됩니다. 그 땐 불법파견 반대 투쟁이 한참 활기를 띠던 때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집중 탄압을 받았습니다.


최병승씨뿐만 아니라 수십여 명의 노조 간부들도 해고를 당했습니다. 최병승씨와 노조간부들이 노동부에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시작으로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최병승씨는 2005년 2월초 부당한 해고를 당했고 5월 초부터 노동조합 이름으로 함께 구제신청에 나섰습니다. 현대차가 계속해서 거부해 법정 소송에 들어 갔고 행정법원 패소와 고등법원 패소를 거쳐 힘들지만 끝까지 해보자고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6년간 끌어온 부당해고 구제신청 법정 소송이 드디어 판결이 났습니다.

지난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기대하지 않은 승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현대차는 현행법상 불법파견에 해당되고 2년이 지난 노동자에겐 이미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00년 7월에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입사해 줄곧 같은 공정에서만 작업해 오다 2010년 3월에 정리해고 당한 저에게도 기쁜 사건이었습니다.

그 일로 현대차는 다시 한 번 불법파견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현대차는 끝까지 가보자고 작정했는지 다시 항소했습니다. '김앤장'이라는 주로 재벌기업과 특권층만 상대하는 변호사 업체를 통해 항소했었지만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은 최병승씨를 승자로 최종판결을 내립니다.

이제 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최병승씨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출입증이 아니라 사원증을 받고 일하게 된다면 부당해고된 저에게도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그마저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는 기업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최병승씨의 대법판결에 승복할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법판결 이행하라"며 농성에 나섰습니다. 울산, 전주, 아산 현대차 공장 비정규직 노조가 합동으로 시위를 하기도 했고 25일간 1공장의 한 공정을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일이 안 풀리자 작년 10월 17일 밤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문 철탑 위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장장 296일 동안이나 30여미터 높은 철탑에 매달려 "대법판결 이행하라!"고 주장하며 농성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끝끝내 최병승씨의 주장을 거절했습니다. 그 답으로 대신 신규채용을 강행했습니다.

최병승씨는 몸도 마음도 지치고 건강도 악화돼 결국 지난 8월 8일 오후에 철탑 농성을 풀고 내려왔습니다. 같이 올라갔던 천의봉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해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최병승씨는 철탑에서 내려온 후 바로 경찰에 자진출두했으나 구속되지는 않았습니다. 고향 가서 며칠 쉬다 다시 돌아온 최병승씨는 현대차노조를 통해 현대차와 협상했지만 여전히 '대법판결 이행하라'는 최병승씨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답답한 현실에 그는 지난 10월 15일 철탑농성을 시작한 지 1년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선전물을 만들어 현대차 울산공장에 배포했습니다.

a 철탑농성 두 비정규직 노동자 296일 동안 철탑농성을 마친 후 같이 올라갔던 천의봉씨는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는데 경찰 조사를 마친 최병승씨가 잠시 병문안을 왔습니다. 지난 8월 10일 오후. 왼쪽이 천의봉씨, 오른쪽이 최병승씨.

철탑농성 두 비정규직 노동자 296일 동안 철탑농성을 마친 후 같이 올라갔던 천의봉씨는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는데 경찰 조사를 마친 최병승씨가 잠시 병문안을 왔습니다. 지난 8월 10일 오후. 왼쪽이 천의봉씨, 오른쪽이 최병승씨. ⓒ 변창기


저는 우선 대법에서 승소한 최병승씨만이라도 정규직으로 전환돼 출근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것이 불법파견에 대해 대법 판결대로 문제를 푸는 물꼬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 쪽에선 여전히 최병승씨를 신규 입사자로 처리하려고 합니다. 최병승씨는 사내 선전물을 통해 이같은 심경을 밝혔습니다.

"철탑농성을 해제한 지 66일이 되었습니다. 경찰 조사, 부모님 인사, 병원 검사 후 현자지부로 출근하여 복직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몸은 내장기능이 악화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쩌면 모든 것을 중단하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싸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목요일(10월 17일)은 '신규채용 중단,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전환, 정몽구 구속'을 요구하며 1년 전 철탑농성을 시작한 날입니다. 296일 농성을 해제한 지 벌써 2개월(66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불법파견을 아직도 부정하고 있습니다."
- 최병승씨 이름으로 발행된 선전물에서

그는 '부당해고 복직합의'를 요구하며 7주째 선전전과 출근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엉망이지만 싸울수 밖에 없는 현실"이 선전지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8월 10일 경찰 조사를 받고 출소했습니다. 그는 현자노조에 들러 2주 신병정리 시간을 가진 후 현대차와 복직협의를 하겠다고 알렸으나 12일 현대차는 전화와 문자로 출근통보를 하면서 '사규에 의한 불이익'만 강조되었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복직협의 중에도 불이익을 강조했고, 결국엔 노조의 많은 양보에도 불구하고 복직협의는 무산된 상태라고 합니다.

최병승씨가 다시 농성에 나선 이유는 '일방적 인사명령 중단, 징계 해고협박 중단'을 위해서입니다. 그는 자신이 지금 현대차가 내민 안을 받아들이면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동부에 구제신청 계류중인 부당해고자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합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힘들고 현대차로부터 징계협박도 있었지만 다시 농성을 시작한 듯합니다.

그는 "현대차 불법파견 대법판결은 최병승 개인 판결이 아니며, 10년을 함께 투쟁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최병승씨가 배포한 선전물의 마지막 단락을 보면서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현대차는 대법판결 후 "대법판결은 최병승 개인판결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최병승씨는 현대차와는 달리 "함께 투쟁해온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누려야 할 권리"라고 주장합니다.

오늘도 그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도 함께 대법 판결의 권리를 누리자며 자신만의 권리를 포기하고 다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공룡 같은 대기업 현대차를 상대로 한 노동자가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병승씨, 꼭 정규직 전환 복직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는 최병승씨의 끝나지 않은 농성과 시위를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힘들고 외롭지만 '10년 가치'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동지들 함께 해주십시오. 철탑농성 해제 후 다시 한 번 부족함을 절감했습니다. 현실적 조건 변화로 현대차비정규직노조와 함께한 동지로서도, 현대차지부 조합원으로서도, 불법파견 투쟁에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혼자 선전전을 진행하고, 선전물을 붙이고, 선전물 비용을 계산하면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부족하고 외로워도 불법파견 투쟁 10년 가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일하고 싶습니다. 몸도 마음도 추스려 건강한 모습으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현대차 정규직, 비정규직 동지들 함께 해주십시오."

a 철탑 농성 당시 농성장 풍경 최병승은 296일간이나 철탑에 올라가 "대법판결 이행하라"고 외쳤지만 현대차는 묵살해 버렸습니다.

철탑 농성 당시 농성장 풍경 최병승은 296일간이나 철탑에 올라가 "대법판결 이행하라"고 외쳤지만 현대차는 묵살해 버렸습니다. ⓒ 변창기


#현대자동차 #최병승 #대법원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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