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국감 우수의원은 박근혜 '수호천사'

우수 의원 31명 중 7명 '정부 대변자'... 행정부 감시는 어디로?

등록 2013.11.15 12:05수정 2013.11.15 12:05
8
원고료로 응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촉구하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검찰항명파동과 관련 명쾌한 법리 해석으로..."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야당의 역사 교과서 정치 공세를 중단하는 역할을..."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
"대기업 증인채택과 관련 야당의 정치 공세에 적극 대응해주신..."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우수 의원으로 뽑은 의원들을 발표하며 밝힌 선정 사유다. '야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 해준 것'이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에 대해 현 정권 차원의 압력 행사를 폭로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을 맹비난한 것이 우수 의원 선정 이유로 나열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보복"이라고 불리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법무부에 촉구한 것도 크게 평가됐다. 

즉, 박근혜 정부의 수호천사를 자처한 이들이 국감 우수 의원으로 뽑힌 것이다.

여기서 다시 짚어보자면,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민의 대표로서 정부의 법 집행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여야 할 것 없이 정부를 제대로 '감사'하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다.

그러나 국감에 임한 새누리당 몇몇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대변자로서 역할을 다했다. 야당의원이 행정부를 향해 문제들을 지적하면, 여당 의원이 나서 방어막이 되어 주었다. 새누리당은 이를 높이 사 국감 우수 의원으로 선정했다. 우수 의원으로 뽑힌 31명 의원 가운데 7명이 이 같은 '수호천사 의원'이었다.

불합리한 공공기관 지정기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류성걸 새누리당 의원), 동양그룹 사태의 원인에서 재발방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으며(박대동 새누리당 의원), 성추행 여군 자살 문제를 지적하는(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 진짜 '감사'를 해 우수의원으로 뽑힌 24명 새누리당 의원들의 공적마저도 무색하게 하는 지점이다.

재벌 총수 지킴이 자처하면 '국감 우수 의원?'


a 사이버사령부 논의 하는 김진태 의원 28일 국방부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진태의원이 '사이버사령부'관련한 내용을 김도읍. 이주영 의원과 논의 하고 있다.

사이버사령부 논의 하는 김진태 의원 28일 국방부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진태의원이 '사이버사령부'관련한 내용을 김도읍. 이주영 의원과 논의 하고 있다. ⓒ 이희훈


그렇다면, '수호천사' 의원들의 활약상은 어땠을까.

국정원 대선개입에 항의하는 프랑스 주재 한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협박해 논란을 빚은 바 있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국감 우수 의원에 이름 올렸다. 김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란 음모'와 관련, 통합진보당의 해산 청구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촉구해 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다.


다음은 김 의원의 발언록이다.

"통진당은 종북정당이다. 지난 2년에 걸친 논평 중에 나흘에 한 번 꼴로 북한을 편드는 친북 논평을 내놨으며 내란 음모세력을 편들고 있다."
"진보당을 창당한 조봉암은 김일성으로부터 창당자금을 받았다. 대법원이 조봉암에 대해 무죄 판결한 것은 군수사당국에서 수사를 했기 때문에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된 것으로,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부당하다는 논거로는 부족하다."
"통진당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만들어진 정당이다. 헌법에 위배되는 강령과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정강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의 정당이기도 하다. (진보당이) 종북정당이라고 드러내놓고 인정하는 것은 한반도가 적화된 다음일 것이다."

이처럼 '종북몰이성' 발언을 쏟아낸 것이 우수의원에 선정된 사유였다. 특히,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의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 박근혜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이 우수 의원으로 꼽힌 중요한 이유가 아닌지 의심 되는 대목이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항명'을 적극 문제제기한 것이 높게 평가됐다. 새누리당은 "김도읍 의원님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검찰항명파동과 관련 명쾌한 법리 해석으로 적극 대응해 주셨다"고 밝혔다.

실제, 김 의원은 법사위 국감에서 "일과시간 후에 술을 마시다 말고 검사장에게 보고서 들이 민 것을 정상적인 보고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는 윤 전 팀장의 언행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언론플레이나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그는 "검사가 이렇게 검찰청법을 안 따르고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검사가 하는 수사를 누가 신뢰하겠나"라며 "2000여 명 검사들이 상급자가 본인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면 검찰이 살아남을까 싶다"고 윤 전 팀장에 맹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사안의 본질은 '외압'임에도 '항명'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다못한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 항명이 되는지 모르겠다, 집권당이 그토록 왜 국정원의 편을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한성 의원은 대기업 총수의 증인채택을 막아 '대기업 지킴이'를 자처해 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데에 적극적으로 발맞춘 행보다.

이 의원은 "풍문과 억측으로 기업 최고 책임자 불러다 망신주고 이러는 것은 옳지 않다는"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증인으로 재벌 총수는 안 되고 월급쟁이 사장은 된다는 거냐, (증인으로 못 부르는 건) 새누리당과 재벌과의 유착관계 때문이냐"고 지적하자 이 의원은 "유착관계 때문에 못 부른다는 얘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과하라"며 목소리 높였다.

결국, 이 같은 반발에 부딪혀 기재위 국감에서는 재벌 총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국감 우수의원 31명 가운데 7명, 박근혜 정부 '수호천사' 의원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의 활약상은 교육문화위원회에서 이뤄졌다. 강 의원은 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 외에 다른 교과서들이 친북·좌파에 편향돼 있다며 정부의 교과서 수정 결정을 지지했다.

그는 "금성교과서가 박정희 대통령을 비하하고 북한을 옹호하고 있다"며 "(좌편향 교과서들은) 북한 체제를 편드는 듯한 서술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이런 교과서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 왜곡 및 우편향성이 지적되자 전체 교과서에 대한 수정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이 적극 나서 정부의 조처를 옹호한 것이다.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유승우 새누리당 의원이 '국감 우수 의원'으로 뽑힌 사유는 다음과 같다.

"유승우 의원은 서울경찰청 국감을 통해 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대응 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미국 22선 현역 연방하원의원의 단순시위 관련 법률 위반으로도 현장에서 수갑, 연행했고,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무죄선고, 우리나라 불법 폭력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증가와 집회 시 현황 및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으며, 엄정한 공권력집행 및 확보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민주당이 경찰 과잉대응을 지적하자 여러 사례를 들어 공권력 집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것이 선정 이유인 것이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인 정부 측 입장을 적극 반영한 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그러나 언론에 한 줄도 소개되지 않았다. 사진 기사 한 컷으로 남았을 뿐이다.

반면, 유 의원은 서울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수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분석관에 대해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음을 인정한다, 곧 재판의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다"라며 김 분석관을 적극 두둔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다. 김 분석관은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 참석해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당사자다.

법사위 소속 김회선 의원은 "사이버사령부의 조직구성도, 작전체계도 등 주요 정보들이 언론에 공개된 것과 관련 군 정보체계와 보완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우수 의원에 선정 됐다. 군 사이버 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는 와중에 사이버 사령부 관련 정보가 공개된 것을 문제 삼은 것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과학벨트 수정안(과학벨트 거점 지구 핵심 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을 엑스포 과학공원에 입주)'을 옹호하며 "과학벨트 사업지연이 선진국과의 싸움에서 결국 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 선정 사유로 꼽혔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적극 옹호하거나 정부 측에 불리한 문제제기에 물타기를 하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 발맞춘 발언을 한 의원들이 국감 우수 의원에 뽑힌 것이다.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진짜 국감'과는 거리가 멀다.
#새누리당 국감 우수 의원 #김진태 #김도읍 #검찰 항명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