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사퇴 이유? '쇄신 3인방' 발언 뜯어보니

[주장] 지지율 급락, 홍보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등록 2014.01.02 16:07수정 2014.01.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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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말을 빌리지 않아도 지난해 12월 31일 김행 청와대 대변인의 전격 사퇴는 '아마추어'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당일 오후 4시 송년인사를 하러 기자실에 들른 김행 대변인은 오후 6시 10분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사퇴'를 알렸다. 갑작스러운 '전격사퇴' 배경을 분석하는 기사가 여럿 나왔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 전격 사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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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월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김행 대변인, 이남기 홍보수석, 윤창중 대변인이 2층 브리핑실에 먼저 나와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김 전 대변인은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물러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좀 있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불통' 이미지를 벗기 위해 대변인을 추가로 고용해도 모자랄 판인데 1년 동안 호흡을 맞춰 온 대변인이 사퇴했다. 이 정도면 사퇴를 허용한 것인지, 강요한 것인지 헷갈린다. 청와대는 '후임 대변인' 인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 나라의 대변인이 없는 상황이다. 후임 인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것은 청와대인가, 김행인가? 둘 중 누구라도 '아마추어'임에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 홍보 파트 입장에서 2013년 12월 31일의 의미를 분석해 본다. 연말, 연초를 맞이하여 언론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을 앞다퉈 보도했다. <문화일보>, <서울신문>, <SBS>, <동아일보> 등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지면에 반영했다.

2013년 12월 31일(석간)과 2014년 1월 1일에 공개된 박 대통령 지지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지지율 급락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12월 들어와서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추이를 보이자 박 대통령은 정부의 '홍보' 부족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기에 이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9월 초 이석기 의원 구속 무렵 67%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하여 불과 넉 달 후에는 48.5%(2013년 12월 넷째주)를 기록하게 된다. 20%p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하락폭도 놀랍지만, 줄곧 하향 추세를 보였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문화일보> 추이 역시 동일하다. 9월 추석여론조사 때 72.5%였던 지지율은 이번에 55.8%를 기록 17%p 급락했다. 다른 언론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려한 외교활동에 치중했음에도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원인은 특별하지 않다. 예상하는 그대로이다. 국민과의 소통부족, 야당과의 대립적 정치, 독단적 국정운영 등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요인이었다. 여당 내에서도 질타를 받았던 이정현 홍보수석의 "자랑스런 불통" 발언도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 소통을 원하고 있지 않은가.


'쇄신 3인방',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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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012년 1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상돈 비대위원. ⓒ 남소연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지난 1일자 <경향신문>에 '박근혜 정부, 지금 어디에 서 있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박근혜 정부 1년을 평가한 이 글에서 그는 "집권 2년차에 들어선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도마에 올라 있다"고 지적하며 "매사에 '종북 운운'하는 몇몇 의원들과 '불통'을 자랑하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좋은 이미지를 줬을리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문제는 이런 메시지의 배후가 박 대통령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데 있다"며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전임 정권으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공공부채를 물려받았다"며 "이런 정권을 인수받고도 전 정권을 사정(司正)하지 않는 정부는 무능하거나 무지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전 정권을 사정하라, MB에게 사법적 책임을 물어라!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중도 성향의 정치평론가 주장으로 해석될 글이다. 그러나 이상돈 교수는 2011년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살리기 위해 영입한 비대위원이고 그 중에서 간판으로 활동했던 '쇄신 3인방' 중 한 명이다.

4·11 총선 당시 이상돈, 김종인, 이준석 등 쇄신 3인방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들은 총선에서 일정 비율의 현역 의원을 무조건 탈락 시키는 '공천 기준'을 수립하여 새누리당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대선에서도 활약 역시 만만치 않았다. 김종인씨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하며 박근혜 후보가 중도성향의 표심을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젊은 피' 이준석씨 역시 청년 지지세가 약했던 새누리당의 젊은 코드로 톡톡 튀는 활약을 펼쳤다.

그들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된 지 2년, 대선에 승리한 지 1년이 지났다. 놀랍게도 총선공신이자 대선공신인 쇄신 3인방은 '박근혜 비판세력'으로 변모했다. 대선 막판에 선거캠프에 합류해 요직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는데 큰 활약을 했던 이들은 권력에서 멀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을 해도 청와대에서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는 이상돈 교수의 말처럼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말았다.

쇄신 3인방 중에서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인물은 이상돈 교수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보여주는) 국정의 전반적인 흐름이 예전 새누리당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2013년 12월 30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는 "어디 갑자기 (누군가의) 포로가 됐나?"고 반문하며 박 대통령이 현재 보여주는 행동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MB에게 꼬투리를 잡혔기 때문에 전 정권과의 결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MB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여러가지 정보를 들여다 본 것 아닌가. 2012년 대선 당시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의 정보를 다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라며 그로 인해 박 대통령이 '이명박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말이 맞다면 어떤 정보이길래 한 나라의 대통령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말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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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012년 3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종인 비대위원. ⓒ 남소연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최근 새누리당 탈당 의지를 밝혔다. 그는 "선거가 끝났으니 할 일은 다했다"며 탈당이 오래된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에 있어야 할 일도 없는 사람이고 하니까 원위치로 회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역할 부재로 인한 탈당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 통화에서 김종인씨는 새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 약화 등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이 쌓여 탈당한다는 관측에 대해 "세월이 한참 지난 다음에는 할 얘기가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대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업공신으로 자부하는 인사의 '세월이 지난 후' 운운하는 발언은 대선 1년 후 그가 어느 정도로 이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짐작하게 한다.

김종인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손학규 민주당 고문이 주최한 강연에 나와서는 "대통령을 하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무엇 때문에 대통령을 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탈당을 예고한 상태이고, 공개강의여서 언론이 주목하고 있음을 인지할 텐데 그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독일이라는) 한 나라가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서 지도자의 역량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생각했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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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2012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마련된 선거종합상황실에서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이양희, 이준석 비대위원, 당직자들이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젊은 피' 이준석씨의 현 정부 비판 수위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북한이 웃긴 이유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 '박근혜 퇴진'을 주장한 민주당 장하나, 양승조 의원을 징계하려던 새누리당 의원들 주장에 대해 "국제사회는 북한을 비웃는다. '인민'은 힘들어 하는데, 지도자라는 자들은 최고 영도자의 심기만 생각하니"라며 "그런 자들이 민주주의 요식행위를 위해 최고인민회의에서 당원증 들고 물개박수 치는 화면을 자료화면으로 보면 웃기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이것은 북한 이야기, 진짜진짜 북한이야기. 하지만 북한만의 이야기인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여 묘한 여운을 남겼다.

버림받은 쇄신 3인방과 등용된 윤창중-김기춘의 차이

쇄신 3인방은 지난 총선과 대선 때 큰 공을 세웠다. 김종인씨는 경제 민주화 공약의 상징이었다. 이준석씨는 대선 막판 서울 집중유세에 동행할 정도로 '젊은 피'에 목말라했던 박 후보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이상돈 교수 역시 합리적 보수로 정치개혁에 나름 일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새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빠른 속도로 잊혀져 갔다. 2011년말 비대위원으로 선정된 그들의 등장만큼이나 퇴장 역시 전격적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의외의 인선 두 명을 꼽으라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들 수 있겠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윤 전 대변인은 칼럼과 종편방송 출연을 통해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되는 주장을 폈고, 이후 인수위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의 주역인 70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이 공개됐을 때에도 주목의 정도는 비슷했다.

두 사람은 특징이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인수위 명단을 발표할 때 '봉투'를 밀봉해서 자신도 보지 않았음을 TV로 시청하고 있을 박근혜 당선자에게 보여줬다. 밀봉을 강조한 그에게서 박 당선자는 충성심을 보았을 것이고, 새정부 출범 후 그는 청와대 대변인이 된다. 김기춘 실장 역시 비슷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윗분'으로 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까지 깍듯함을 잊지 않는다.

지난 1일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 전 대비 하락 추세를 이어나갔다. 넉달 만에 20%p 가까이 폭락했다. 일부 조사에서는 지지율과 비판율이 비슷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향후 넉달 후에도 앞서와 비슷하게 폭락한다면 정권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그 때문인지 후임도 없는 상태에서 한 나라의 대변인이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평범한 말을 남긴 채 전격 사퇴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없다.

대변인은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 자신을 위해서 헌신했던 쇄신파가 맘에 들지 않으면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은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지율로 나타나는 국민의 맘까지 조정할 수는 없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그것은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다가오면 그 역시 다가오지만, 반대라면 멀어지게 마련이다.

쇄신파가 떠나면서 국민도 떠나고 있다. 현재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쇄신3인방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윤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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