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갑오년을 시작하며 다시 뜨겁게 세우는 결기

고장 주민들과 고장 밖 지인 여러분께 이 글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등록 2014.01.16 21:15수정 2014.01.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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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몸을 참 많이도 움직이며 무척 바쁘게 살았다. 환갑을 먹던 2008년부터 동분서주하며 먼 길 출타를 수없이 감행했다.


우선 2007년 12월 7일 발생한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사고로 말미암아 태안성당 총회장으로서 '기름과의 전쟁'을 수행하느라 연일 바다에 나가 기름 냄새를 맡아야 했다. 과로로 병을 얻어 44일 동안 병원 신세도 져야 했다.

퇴원을 한 이후에는 태안성당 성전 건립에 따른 빚 문제를 조금이나마 거들기 위해 회갑기념 신앙문집 3권(시집·산문집·소설집)을 출간하여 먼 곳의 여러 성당들을 다니며 판매하는 일을 했다.

a 백화산 가을 단풍 지난해 가을 어느 날, 고장의 명산 백화산을 오르며, 내 인생의 저녁놀도 가을 단풍처럼 붉고 아름답기를 소망했다.

백화산 가을 단풍 지난해 가을 어느 날, 고장의 명산 백화산을 오르며, 내 인생의 저녁놀도 가을 단풍처럼 붉고 아름답기를 소망했다. ⓒ 지요하


그리고 문규현·전종훈 신부님과 수경 스님이 함께 한 4대강 파괴사업 중단을 위한 '오체투지 순례기도'에 가족과 함께 여러 번 동참했다.

2009년에는 87세 노친의 말기 폐암과 암 세포 전이에 의한 골반 골절을 치유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용산참사' 현상에서 매일 거행되는 미사에도 자주 참례했다.

또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매주 월요일 저녁에 봉헌된 4대강 파괴사업 중단을 위한 생명평화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했다. 또 2012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쌍용자동차해고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대한문미사'에도 거의 매주 참례했다.


서울 용산과 여의도와 대한문을 무수히 왕래하는 사이사이에 공주 금강,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제주도 강정, 평택 쌍용자동차 정문 앞으로 바삐 달려가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 고엽제후유증에 의한 건강장애를 안고 사는 불편하고 불안한 몸이면서도 먼 길 나들이를 수없이 감행하면서 천주교 신자로서의 복음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내 나름으로는 무던히 노력했다.


진실과 정의, 참 생명과 평화를 추구하는 내 작은 발걸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부정선거로 탄생한 박근혜 신유신정권에 의해 무참히 망가져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공의로운 일들에 힘껏 동참하고 있다.

서울광장과 대한문에서 열린 시국미사, 청계광장에서 열린 두 번의 시국기도회, 군산 수송동성당과 대전 봉산동성당과 화성 기산성당에서 거행된 시국미사에도 나는 적극적으로 참례했다.

앞으로 천주교의 시국미사는 각 교구별로 연이어 거행될 예정인데, 나는 원근을 가리지 않고 참례할 생각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일개 소시민인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온 마음을 다해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a 시국미사 후 묵주기도 지난해 12월 23일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봉헌한 시국미사 후 묵주기도를 주송하며 정동 경향신문사 앞까지 기도행진을 했다.

시국미사 후 묵주기도 지난해 12월 23일 저녁 덕수궁 대한문 앞.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봉헌한 시국미사 후 묵주기도를 주송하며 정동 경향신문사 앞까지 기도행진을 했다. ⓒ 지요하


부정선거로 탄생한 박근혜 신유신정권의 공안 통치에 맞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국민들의 노력에 일조하기 위해 최근 천주교 신자들의 전국적인 조직체가 만들어져 공식 창립식을 준비하고 있다.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추진위원회가 그것이다. 나는 이 운동의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인 이 단체가 공식 출범하면 나는 공동대표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몸을 좀 더 많이 움직이게 될 것 같다.

명색 소설가로서 부끄러운 말이지만, 치열하게 작품 쓰는 일에만 몰두하고 싶은 소망은 예전에 접었다. 소설 집필에만 전력투구하고 싶은 마음이야 늘 내 등덜미를 짓누르고 있지만, 조건도 능력도 부실함을 잘 알고 있다. 소설 아닌 글들을 무수히 쓰면서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여러 가지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라도 미약하게나마 존재 증명을 해나가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런데 올해는 고정적인 지면도 두어 개 붙어서 더욱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야 할 것 같다.

올해 2014년은 갑오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육십갑자가 두 번 겹치는 해이기도 해서 갑오동학농민혁명은 오늘 우리에게 더욱 둔중한 질감을 갖게 한다.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기념행사가 펼쳐질 것 같은데, 나도 올해는 원근을 가리지 않고 동학혁명기념행사들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동학혁명의 고장인 충남 태안 고을 주민으로서 당연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저래 올해는 전국 곳곳으로 더 많이 움직이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각오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사실은 고달픈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 쓰고 돈 쓰고 고생하는 일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이력이 붙었지만, 여전히 '고독감'이 따라붙곤 한다. 몰이해와 무지의 장벽 앞에서 감내해야 하는 고독감이다.

성당에서도, 친인척과 이웃들 안에서도, 동창 모임과 이런저런 공동체 안에서도 늘 고독감을 감내해야 한다(고독감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 사실은 그 고독감과의 싸움이다. 물론 힘들긴 하지만 생명력을 지닌 오랜 '희망'이 있기에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나는 하느님 신앙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진실과 정의를 갈망하며 참 생명과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신앙과 양심의 관계를 늘 생각하며 산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지성, 행동하는 신앙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임을 굳게 믿는다.

2014년, 갑오동학혁명 120주년을 맞아 다시금 옷깃을 여기고 좀 더 새롭고 뜨겁게 결기를 세우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가톨릭행동 #부정선거 #박근혜 신유신정권 #갑오동학농민혁명 120주년 #시국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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