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경제는 정치로 하는 거야"

[일문일답①] 참여정부 경제부총리 지낸 김진표 의원의 쓴소리

등록 2014.02.20 15:19수정 2014.02.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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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기조로는 우리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우선 국민 신뢰를 잃은 경제팀을 포함해서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 남소연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곧 1년이 된다.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은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치·경제·사회 모든 부분에서 낙제점이다. 작년 한해를 보면 우선 정치가 완전히 망가졌다.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국정원의 지난 대선개입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니다. (대선 개입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고 국제적으로 너무나 부끄러운 일 아닌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하면 끝낼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것을 1년 내내 (정치권에서) 얘기하도록 했다. 정치를 완전히 망치게 한 이유 중 하나다."

- 또 한가지는.
"약속 파기다. 박근혜 정권처럼 집권 1년차에서 약속 파기에 시달린 정권이 있었나. 역대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정권이 대선의 공약을 다 지킨 것도 아니다. 도대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뭐하러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의) 국가 경영은 정말 미숙하다. 하나도 준비가 안 된 것 같았다."

- 김 의원도 참여정부 인수위에 계시지 않았나.
"인수위 부위원장을 했었다. 그때 국정운영과제 100개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었다. 5년 동안 어떤 순서로 어떻게 재원 마련해서 할 것인지를 담았다. 이걸 하고 나니 '공약 안 지킨다'는 말이 없었다. 약속파기 논란도 거의 없었다."

"박 대통령, 당선되는데 급급해...정치,경제위기속 국가경영 망쳐"

- 이명박 정부 때도 집권 초기에는 약속 파기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쪽도 (참여정부와) 비슷하게 로드맵을 짰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선거가 워낙 치열하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되는 데 급급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나서 1년 내내 약속 파기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1년 동안 한 게 무엇이 있나. 정말 국가 경영을 망쳤다."

- 얼마 전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이 경질됐는데.
"(고개를 흔들며)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사 난맥'이다. (박 대통령의) 수첩 인사밖에 없다. 수첩 인사는 다른 말로 측근 인사다. 그런 비선 조직에 의한 측근 인사에만 의존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윤창중씨 아닌가. 보수언론까지 다 반대하고 나섰는데 보란 듯이 청와대 발령 내더니 결국 사고를 치지 않았나. 윤 장관도 임명 때부터 말들이 많았던 인물이었고..."

- 대선 개입뿐 아니라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도 얼마나 시간 끌면서... 대신 미운털이 박힌 사람은 전광석화처럼 찍어냈다. 그러니 공백이 많았다. 양건 전 감사원장 이후에 94일 동안,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내보내고 63일 동안 비어 있었다. 또 정부 기관장 가운데 2개월 이상 비어 있었던 공공기관이 40곳이나 된다. 그중 22곳은 무려 100일 이상 공백이었다. 그래서 국가경영을 망쳤다고 하는 것이다."


- 경제부총리도 하셨으니, 요즘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경제가 지금 제일 문제다. MB정권 5년 동안 평균성장률 2.9%였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3.8~4.0% 사이다. 그런데 지금 그 정도도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첫해는 보통 좋게 나온다.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기 때문이다. 경제에선 심리가 차지하는 게 큰데, 그렇다면 작년 성장률이 더 늘어났어야 했다. 그런데 작년에 더 떨어진 것 같다. 반면 다른 주변국들은 경제사정이 더 좋아졌다.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 성장률이 가장 낮다."

- 박 대통령이 새로운 경제혁신계획을 제시했는데.
"한마디로 넌센스다. 현 정부 취임 초에 아무 소리 없다가 성장률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무래도 난데없이 내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보기엔 제대로 검토도 안하고 슬로건(구호)으로 말한 것 같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 적어도 국민들에게 발표를 하려면 뭔가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되는 것 아니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허둥대기만 해서는 국가를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


"현 부총리, 경제는 정치로 하는 거야라고 충고"

- 요즘 국내 경제전반이 어수선하다. 최근에 사상 초유의 카드 정보유출사태까지 겪으면서 현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지난 참여정부 때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는데, 만약 지금 경제부총리였다면 어떻게 했을것 같은가.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을 보면 지난 6년 동안 저성장 속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산가치가 계속 줄고 있다. 거기에 임금은 그대로인데, 생활비는 오르고... 당연히 불안하고 어수선해진다. 그래서 경제 수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런데 경제 수장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힘들어진다. (경제 수장은) 적극적으로 기업이든, 누구든 만나서 불신을 없애고, 예측 가능하도록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해도 먹히질 않는다."

- 현오석 부총리를 만난 적이 있는가.
"작년 4월에 현 부총리하고 기획재정부 1급이상 공무원이 옛 재경부 출신 국회의원들을 저녁자리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대개 그런 자리가 있으면 야댱 의원들은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라 경제도 그렇고, 후배들 요청도 있어서 갔었다."

-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여당 의원들도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내가 '(박 대통령이 내놓은) 많은 정치적 약속을 어떻게 수용하려고 하느냐, 이를 수용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 야당은 부자감세 철회하라고 하는데,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은 반대하고 있는데..'라고 물었다."

- 현 부총리는 뭐라고 대답했나.
"내가 이 상황을 타계할 만한 묘책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슈퍼 리치들의 예를 들어줬다. 2008년 글로벌 위기가 왔을 때 빌 게이츠, 잭 웰치, 조지 소로스 등 이런 사람들이 '우리들의 세금을 올려 달라, 그 돈으로 위기를 극복하도록 해달라'고 청원을 했다. 이것이 미국이 2008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많은 시민들이 미국의 자본주의는 아직 건강하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우리도 이런 걸 이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들이 스스로 (세금을) 더 낼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제 생각에 동의했다. 그런데 현 부총리는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세금을 올리라고 하겠습니까"라고 하더라."

- 한마디로 거절한 셈인데.
"(웃으면서) 그래서 내가 "현 부총리, 경제부총리는 정치인이야. 경제는 정치로 하는 거야. 경제학의 영어번역명이 폴리티컬 이코노미(정치경제, Political Economy)다. 결국 경제는 심리인데,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를 잘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경제팀은 이것이 잘 안 된다. 작년 4월 이후 재경부에서 아무리 불러도 절대로 안 간다."

- 시장뿐 아니라 현 경제팀에 대한 불신도 높다. 개각필요성도 나오고.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모든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고 했는데... 2년 차에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으려면 내각이 총사퇴하고, 새롭게 일신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표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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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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