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적은 부산외대 방명록 "얼마나 아팠어"

부산외대 합동분향소 애도물결 이어져... "다시 태어나도 너는 내 친구"

등록 2014.02.20 17:02수정 2014.02.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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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희생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있는 부산외대에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 학교 김진솔(태국어과)씨의 친구들이 진솔씨를 그리워하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 정민규


"주현아, 고등학교때 니가 맨 처음 말걸어준거 기억나? ...그때도 처음이었지만 지금도 처음이네. 니가 나한테 첫 번째인 게 두 번이나 된다. 다음에도 만나면 처음으로 말트는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다. 꼭 다시 만나자. 그때도 내 친구 해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로 숨진 박주현(19)씨의 친구 '소예'씨는 부산외대에 있는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제는 전할 수 없는 편지를 방명록에 적어놓았다. 20일 오후 이번 사고로 숨진 학생들의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사고 직후 마련한 분향소에는 이날 오후까지 13권의 방명록이 쌓였다. 한장한장 방명록을 넘기자 살아남은 자들의 그리움과 미안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중 몇 가지를 추려냈다..

희생자 중 처음으로 20일 장례를 마친 박주현씨를 그리워하는 또 다른 친구 하림씨는 친구를 사진으로 마주했다. 그는 "주현아, 오늘 예쁘더라, 영국가서 니가 가고싶어 했던 곳 사진찍어올께. 다시 태어나도 너는 내 친구다. 꼭 보고싶다. 잘가. 사랑한다"란 글을 한자씩 눌러써 놓았다.

부산외대 태국어과에 재학중이던 김진솔(19)씨의 친구 다현, 혜선, 성은, 봉선씨도 방명록에서 친구를 애타게 찾았다. 진솔씨의 친구들은 "진솔아 보러왔는데 사진 너무 예쁘다. 왜 예쁜 너를 이렇게 빨리 데려갔는지 원망스럽다. 얼마나 아팠어. 이제야 와서 미안해. 거기서 아프지 말고 지내. 사랑해. 우리 다시 만나자"고 기약 없는 약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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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희생학생들의 합동분향소가 있는 남산동 부산외대를 찾은 한 조문객이 20일 오후 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 정민규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무너지는 건물 속으로 다시 뛰어들어간 것이 친구들에게 보인 마지막 모습이었던 양성호(25)씨에게 친구 홍세화씨는 "2008년 같이 갔던 띤잔축제가 너무 그립다"는 글을 남겼다.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이번 사고는 평생의 짐이 될 듯 하다. 비즈니스일본어학부의 한 학생은 방명록에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란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번 사고만 없었다면 박주현씨는 26일 비즈니스일본어학과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사망자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던 한 신입생은 "우리 동기들 그리고 선배님 그리고 사회자아저씨, 저희만 살아와서 죄송합니다. 애들아 미안해"라고 자책했다. 다른 학생도 "같은 공간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따뜻한 곳에서 더 잘 있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시민들의 방명록에서는 미안함이 묻어났다. 이 학교 최나래 교수는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했고, 금정구민이라고 자신을 밝힌 시민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 어른들이 많이 미안하구나"라고 학생들을 추모했다.
#부산외대 #마우나오션리조트붕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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