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충청민은 박 대통령 눈물 닦아주지 않았나

중원 석권한 야당... 교육감까지 '진보'

등록 2014.06.05 14:06수정 2014.06.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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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지사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지사 심규상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이 충청권을 적시지 못했다. 충청권 유권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야당 후보를 찜했다. 대전을 비롯 충남, 세종, 충북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당선됐다.

교육감도 예외는 아니다. 충남과 세종, 충북 교육감선거에서 각각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처음으로 당선됐다. 대전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성향의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지역교육계에서는 진보성향인 두 후보가 단일화했다면 대전에서도 진보성향 후보의 당선이 무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단체장선거에서도 야당이 선전했다. 대전에서는 5개 구청장 중 대덕구를 뺀 4곳에서 새정치연합 후보가 당선됐다. 충남 15개 기초단체장선거에서도 5명의 새정치연합 후보가 당선돼 기초단체장 야당 후보가 천안시장(구본영), 아산시장(복기왕), 계룡시장(최홍묵), 논산시장(황명선)으로 민선 5기에 비해 늘어났다. 천안시장을 차지한 것은 12년만의 일이다. 새누리당은 충북 11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6곳(청주시·충주시·단양군·음성군·옥천군·영동군)을 차지, 민선 5기에 비해 3곳을 늘린 데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대전은요'의 최대수혜자였던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까지 패배했다. 충남 출신의 이완구 원내대표 기용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독 충청권 주민들은 왜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은 것일까?

세월호 민심과 정권심판론이 '대전선거 판도' 바꿔

우선 충청권 지방선거 과정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대전시장과 구청장 선거의 최대 쟁점은 '지방정부 심판론'이 아니었다. 시종 '중앙정부 심판론'이 압도했다. 대전지역 여당 후보들은 하나 같이 박 대통령과 연계한 '힘 있는 시장-집권당의 도지사론'을 폈다. 반면 야당후보들은 '무능한 정부'를 표로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방자치 선거에 지방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점에서 세월호 민심과 정권심판론이 대전선거 판도를 바꿨다고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용병술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아래 선진당)의 합당으로 새누리당이 창당됐지만 새누리당 측은 2명의 현역 선진당 출신 구청장을 내쳤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들은 끌어안아 선수로 기용했다.  


세종시장 선거에서는 세월호 민심에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까지 보태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원안고수를 주장한 박 대통령을 당선시켰지만 세종시 발전을 위한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세종정부종합청사에 근무하는 중앙행정기관 공직자와 가족들이 밀집돼 있는 주거지역에서 야당 후보와 진보 성향 교육감을 선택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정부 불신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현역 지사가 있는 충남지사와 충북지사 선거에서는 지방정부 심판론과 도정 발전을 위한 집권당 지사론을 함께 제기했다. 그럼에도 야당후보들이 당선된 것은 인물론이 '박근혜 마케팅'을 압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보-보수 아닌 '인물' 보고 교육감 선택

 충남교육감에 당선된 김지철 후보(왼쪽)
충남교육감에 당선된 김지철 후보(왼쪽) 심규상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는 예산과 부여를 뺀 충남 전체 시군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보였고,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는 최대 표밭인 청주권과 인접지역인 증평, 보은, 제천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의 경우 유권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천안과 아산에서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규모가 큰 천안아산 지역주민들의 선거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충남유권자들은 도의회 비례의원 정당투표에서는 새누리당에 46만 명(새정치연합 지지 33만 명)이 투표한 반면 정진석 새누리당 충남지사 후보에는 39만 명(안희정 지지 46만 명)만이 투표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상당수가 안 후보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윤진식 충북지사 후보는 34만여 표를 얻었지만 도의회비례대표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한 38만여 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는 36만여 표를 얻어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을 지지한 27만여 표를 넘어섰다.

안 당선자 선거사무소 측은 인물론과 함께 충청대망론 제기로  '충청의 대표선수'이자 야권의 차세대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 준 게 주효했다고 풀이하고 있다. 안 당선자는 후보 등록 직후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확신이 든다면 그 다음날이라도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하겠다"고 대망론을 제기했었다.

진보교육감의 당선도 유권자들이 인물론에 한 표를 던졌다는 평가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닌 어느 후보가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에 다가가는 정책을 제시하고 준비된 후보인가에 표심이 갈렸다는 얘기다. 이 밖에 상대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유권자의 냉정한 반응도 박 대통령의 눈물의 효과를 잠재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성 언론의 선거 보도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방선거보도 모니터를 통해 "충북지역 일간신문과 지상파 방송사들의 뉴스 내용은 비슷하거나 그날그날 벌어지는 선거판 소식들로 채워졌다"며 "반면 <옥천신문> <청주마실> <제천인터넷뉴스>등 지역풀뿌리언론들이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획 보도가 많았다"고 평했다.

충남 서천지역을 대상으로 한 풀뿌리 신문인 <뉴스서천>의 공금란 대표는 "건강한 풀뿌리 언론의 유무여부는 건강한 시민의식과 연관 관계가 매우 크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충청도의 깨어있는 민심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민 새정치연합 논산 계룡 금산 선대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충청도가 김종필 시대에서 벗어났다"며 "수십 년 지역주의 정치를 돌파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생각한다"고 평했다.
#충청 #박근혜 #중원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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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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