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앉히면... 박근혜 정부 친일정권 된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31] 전국예수살기 총무 양재성 목사

등록 2014.06.18 17:08수정 2014.06.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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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2011년 6월 온누리교회 강연 내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 총리 후보자를 옹호하던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자진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6월 16일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던 임명동의안이 17일로 연기되더니 또다시 미뤄졌다. 임명동의안이 언제 제출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문 총리 후보자의 "일제 식민지는 하나님의 뜻" 발언은 지난 11일 KBS <뉴스9>을 통해 보도됐다. 이에 국민들은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는 듯한 그의 발언에 분노했고, 논란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문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13일 기독교 단체 역시 문 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총리 후보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관련기사 보기). 이 기자회견을 주도한 양재성(가재울녹색교회 목사, 전국예수살기 총무) 목사를 지난 16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문창극 옹호발언, 기독교 정신과 대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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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살기 총무 양재성 목사 ⓒ 이영광


-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이 논란입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국민 일반 상식 수준도 안 되는 발언을 했습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지도자가 되겠나' 생각했습니다. 무척 당혹스럽고 놀라웠죠. 어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께서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런 말을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아마 일반 국민들의 생각인 것 같아요.

이런 인사를 총리로 내정한 인사 시스템도 제정신이 아니고, 이런 인물을 후보자로 지목한 대통령도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인사를 두고 끝까지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새누리당입니다. 한심합니다."

- 당시 설교를 들은 온누리교회 교인들은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하던데.
"온누리교회 교인들은 그분(문창극)이 그 교회 장로로, 평소에 잘 아는 사이니까 그냥 좋게 봐주고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한국교회에 퍼져 있는 보수적인 생각들이 왜곡돼 있는 상태로, 잘못된 신앙으로 자리매김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 후보자가 신앙적으로, 고백적으로 이야기했다고 했는데 사실 이 대목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신앙적으로 특수한 상황에서 이해됐다고 하더라도 상식과 전혀 관계가 없죠. 또한 역사적 진실과도 관계가 없습니다. 고난이 합당한 것이었고, 고난이 옳았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고난의 과정이 우리 삶의 근본을 돌아보게 하고, 더 강력한 불의와 거짓에 저항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단초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폭력에 의한 고난이 합리화된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앙에 대한 왜곡이고, 하나님에 대한 도전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몇몇 보수적인 목회자들은 신문광고를 통해 문 총리 후보자를 옹호하기도 합니다.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신문에 광고를 내는 건 그 사람들의 자유지만, 보수적인 목사들의 문 후보자 옹호 발언은 기독교 정신과 완전히 대치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역사의식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던 전광훈 목사의 이야기는 기독교와 보수를 대변하는 주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주 특수한 몇몇 사람들의 왜곡된 역사의식입니다. 왜곡된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모든 한국교회가 전 목사처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 문 총리 후보자는 '종교 행사라는 것을 감안해 달라'라고 해명했습니다.
"하나님은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 서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을 해방시키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 폭력을 합리화하는 분이 아닙니다. 당시 일본 제국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와서 그렇게 식민 지배를 했던 것은 반성서적이고 반신앙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신앙의 언어로 합리화하는 것은 성서를 모독하는 행위요,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겁니다. 식민지배를 마치 하나님의 뜻으로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창극의 사과, 진정성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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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을 나서며 "현재까지 사퇴 생각 없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 지난 15일 문 총리 후보자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임명동의안 국회 상정을 위한 과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논란이 된 온누리교회 설교 영상에는 지금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 드러났으면 잘못했다고 하고 물러나야 하는데, 잘못했다면서 청문회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13일 기독교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어떻게 이뤄진 건가요?
"기독교의 올바른 생각과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처럼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또, 이런 사람이 국무총리가 된다는 것은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후보 지명을 철회하라, 이런 사람을 국무총리로 세우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는 기독교계의 목소리가 나올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단체들을 모아 기자회견을 한 겁니다."

- 기독교에서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와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총리 후보자의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 아닐까요?
"그건 굉장히 조심해야 할 말이고, 위험한 생각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는 건 맞죠. 그렇다면 이 땅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든 악한 짓도 하나님의 섭리냐,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악한 짓을 가지고 선한 역사를 만들어 가시는 게 하나님의 뜻입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가장 강력하게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 '사랑의 원자탄'으로 유명한 손양원 목사는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 해방이 됐지만 기독교의 죄악으로 한국전쟁을 맞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문 총리 후보자와 손 목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기독교계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죄악이 결국 한국전쟁을 통해서, 하나님이 우리를 새롭게 하시기 위해서 길을 열었다고 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런 전쟁을 하나님이 일으켰냐고 하면, 그건 아니죠. 손 목사님도 그런 차원에서 하신 말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시 많은 사람이 죽은 게 하나님이 용납하신 거냐,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은 강대국의 각축전과 세계 팽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요.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 고난을 헛되게 않게 하신다는 뜻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일각에서는 국정원장 후보자 문제를 감추기 위해 문 총리 후보자를 앞세운다는 견해도 있어요.
"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문 총리 후보자는 총리가 된다고 해도 현 정권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이 통과될까 생각되기도 하고요. 통과된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왜 통과되기 어려운 사람이 청문회에 가려고 하느냐, 결국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를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정치특보를 하면서 자금 연락책을 맡았습니다. 심지어 자기가 직접 주선해서 문제를 일으킨 것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할 국정원의 수장으로 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분이 '그 시절에 실수를 했다'며 반성을 한들, 그 실수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민주주의를 배반한 행위를 한 사람이 국정원장이 되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고 봅니다."

"이번 개각,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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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사퇴 촉구하는 김복동 할머니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88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 사과받을 필요없다'는 등 친일 및 민족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 지난 13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를 제기하며 '김기춘 비서실장은 자신과 관련된 인사들만을 편향적으로 추천해 지역 편중과 이념 분열 등을 가져오고 있다, 잘못된 결정을 밀어붙여 국민과 싸우려고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어떤 의미였나요?
"세월호 참사는 역사적 사고입니다. 청와대는 사고를 계기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개각을 했는데, 한심한 인사들을 내놨습니다. 이것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소통하자는 게 아니고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주범은 누구일까요.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하고 오직 대통령을 위하는 인사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비서실장이 져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 세월호 참사 중 나온 대형교회 목사들의 망언과 문 총리 후보자의 발언에서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볼 수 있다는 비판 여론도 있습니다.
"한국교회 현주소라기보다는 보수 대형교회의 현주소일 것입니다. 초대형 교회에서 이런 식의 발언이 나오다 보니 마치 한국 교회가 다 이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독교 인사들은 고난받는 현장에 자주 나갑니다. 기독교는 보수와 진보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어요. 어떤 특성 하나로 규정하긴 어렵습니다."

- 현재 청와대나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면 문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나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단체들은 '총리 강행하면 정권 퇴진 운동에 앞장서겠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문창극 후보자를 총리 자리에 앉히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라면 박근혜 정권은 '친일 정권'이 됩니다. 그렇다면 국가과 국민을 대변할 수 없어집니다. 그런 입장에서 정권 퇴진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겪고 나서도 청와대가 이 정도밖에 못한다면 무능하고 무지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3년 6개월 동안 정권을 끌고 갈 수 없다고 봅니다. 심각한 국가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권 퇴진 운동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불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 이야기' (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양재성 #예수살기 #뮨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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