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쌀 개방 설명회' 농민 거센 반발로 무산

농민단체 단상 점거 "쌀 개방은 전체 농가 다 죽이려는 것"

등록 2014.06.25 10:47수정 2014.06.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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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농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24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쌀개장 설명회인 'DDA/FTA 농업분야 통상 현안 영남권 설명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전농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24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쌀개장 설명회인 'DDA/FTA 농업분야 통상 현안 영남권 설명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 조정훈


오는 9월 쌀 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부가 사실상 관세화를 결정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대구에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는 24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쌀 관세화 유예 종료에 대한 대응책과 한·중FTA 협상 동향에 대해 설명하는 'DDA(도하개발아젠다)/FTA(자유무역협정) 농업분야 통상현안 영남권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다.

이날 설명회는 3시간여에 걸쳐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에서 쌀 관세화 유예종료 대응방향과 동아시아FTA과에서 한·중FTA협상 동향 및 대응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6월 말까지 정부 입장을 결정해 9월 국회의 동의를 얻어 WTO(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하고 20년 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지만 1995년부터 의무수입 물량을 설정해 수입을 늘려왔다. 이에 따라 1995년 5만1000톤 의무수입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40만9000톤으로 늘었다. 이 물량은 지난해 전체 쌀 소비량의 9%에 해당한다.

정부는 쌀을 관세화 하더라도 높은 관세율을 매기면 국내의 쌀 농가를 보호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미 관세화를 한 일본과 대만의 경우 고율관세로 인해 수입되는 물량은 연간 500톤 내외라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정부가 고율관세를 통해 국내 쌀 농가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의해 관세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농민들은 생존권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상은 전농 부의장은 "정부는 고율의 관세를 유지하면 쌀 개방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지만 결국은 외국 기업의 압력에 굴복할 것"이라며 "쌀 농가가 농사를 포기하면 결국은 다른 농작물로 옮겨갈 텐데 이는 다른 농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함께 망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a  전농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쌀개방 설명회인 'DDA/FTA 농업분야 통상 현안 영남권 설명회'를 막기 위해 단상에 앉아 있는 모습.

전농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쌀개방 설명회인 'DDA/FTA 농업분야 통상 현안 영남권 설명회'를 막기 위해 단상에 앉아 있는 모습. ⓒ 조정훈


a  전농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24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DDA/FTA 농업분야 통상 현안 영남권 설명회구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전농 경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24일 오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DDA/FTA 농업분야 통상 현안 영남권 설명회구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조정훈


전농 소속 농민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 50여 명은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회의실 단상과 좌석을 점거하고 설명회 중단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상복을 입고 '쌀 전면개방 결사반대', '농식품부의 꼭두각시 한국FAO 반대한다' 등의 피켓을 들기도 했다.

농민들은 농식품부 관계자들에게 "다른 시도에서는 이미 설명회가 철회됐는데 왜 대구에서 개최하려 하느냐"고 따져 묻고 한국FAO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농피아(농식품부+마피아)'라며 "정부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FAO는 국제교류협력과 정보보급, 국내교류협력이 주요 업무인데도 농식품부와 설명회를 공동으로 주최한 것은 농민들의 의견수렴이라는 형식을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최용규 한국FAO 회장은 주일본대사관 농무관을 거쳐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으로 우루과이라운드(UR) WTO 협상 당시 농업협상 대표로 참석한 농식품부 퇴직관료로 대표적인 농피아라고 비난했다.

농민들은 특히 농식품부가 직접 나서서 쌀 전면개방 설명회를 개최하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FAO라는 농피아를 앞세워 의견수렴이라는 허울 좋은 형식을 갖추려는 속셈이라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농식품부는 설명회 시간을 늦추다 10여분이 흐른 뒤 설명회 무산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설명회에는 경상북도 공무원과 유관기관, 농업인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농민들은 설명회 참가자들이 대부분 공무원이었다는데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정작 피해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을 배제한 채 공무원들을 동원한 것은 설명회를 가졌다는 것을 형식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경상북도 공무원들이 설명회를 홍보하고 참가자를 조직한 것과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공무원이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이날 설명회에는 경상북도 공무원들이 대부분이었고 농업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설명회를 무산시킨 전농 경북도연맹은 오는 28일 서울에서 '쌀 전면개방 저지!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1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쌀 전면개방 저지를 위한 국민행동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무산된 대구설명회를 비롯해 지난 16일 서울·경기권, 18일 강원권, 23일 충청권 설명회도 농민들에 의해 무산됐다. 19일 광주권 설명회는 당일 행사가 시작되기 전 취소되기도 했다. 25일 열릴 예정이던 제주 설명회도 농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취소된 상태다. 오는 27일 호남권 설명회도 개최가 불투명하다.
#쌀 개방 설명회 #농식품부 #전농 경북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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