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교통 김재수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는 철학을 소개하며 "노동자의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 노동자 스스로 운영하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이며 노동자에게는 복지를, 시민에게는 편리한 교통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유성호
2004년, 우진교통은 뜨거웠다. 노동자 240여 명이 운전대를 놓고 길거리에서 싸웠다. 대화운수와 동원교통이 통합한 청주 최대 시내버스 업체였지만 2001년부터 4년여 동안 노동자들이 제 날짜에 임금을 받은 게 딱 2번이었다. 파업 전까지 매년 15~20억씩 적자였고, 자본금을 포함해 60여억 원이 증발됐다. 이 와중에 회사가 차고지까지 내놨다는 소문이 나돌자 노동자들은 일어섰다.
그해 9월, 나는 파업에 결합했다. 한국노총의 지도를 받아 시작했는데,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바꿨다. 당시 나는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이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화되자 회사는 예정된 수순을 밟았다. 직장을 폐쇄했고 부도를 냈다. 사업면허도 취소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용주의 항복을 받았는데, 노사 합의서에 '월급을 주겠다'고 사인을 해봤자 그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제로'였다. 노동자 월급은 매달 7억 원씩 나가야 하는데, 현금 보유고는 7000만 원밖에 없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사용주에게 요구했다.
"너희들은 회사를 운영할 능력도 안 되니 경영권을 넘겨달라." 노조는 2005년 1월에 150여억 원 부채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회사 지분의 50%와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그 뒤 나머지 지분도 노동자들이 회수했다.
노동자 '흑자 경영', 그 비법 우진교통을 노동자자주관리 기업이라고 소개하면, 빨간 색깔을 칠해서 해석했다. 일부 지역 언론은 저주를 퍼부었다.
"노동자가 감히 경영을 해? 3개월도 못가서 망할 것이다."내가 신뢰했던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 컨설팅을 의뢰했는데 이런 답변이 되돌아왔다.
"회생불가다. 그동안 살아온 것에 먹칠하지 말고 정리하라.""회사로서의 기능이 정지된 회사다. 방법이 없다." 이 말을 듣고 끊었던 술을 혼자 퍼먹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다. 그동안 나를 믿었던 노조원들을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출범할 때 1인당 5백만 원씩 출자금을 낸 노조원들에게 약속했다. 첫째는 투명경영이었다. 매달 노동자들에게 경영실적과 재무상황 등 경영설명회를 열었다. 두 번째는 임금 체불이나 삭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세 번째는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려고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 약속을 모두 지켰다. 1년 만에 기적이 일어났다. 흑자였다. 모두들 환호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부패가 만성적자의 원인이었다. 하루 매출이 5천만 원이라면 매일 2500만원의 현금이 들어왔다. 현금을 셀 때 사장이 쥐어 가면 누구도 말을 못했다. 또 회사는 적자인데, 주주들은 직원인 것처럼 속여서 주식배당 형식으로 돈을 가져갔다.
1년에 40억 원(경유)이 기름값이었는데, 기름납품업자와 수의계약을 해서 일반 주요소보다 비싼 가격의 어음을 끊어주고, 그 업자는 사장에게 와서 20~30%의 비율로 어음 깡을 해갔다. 단순계산해도 8~12억이 어음 깡으로 날아갔다. 노동자자주관리기업으로 바뀐 뒤에는 SK와 공장도 가격으로 현찰 직거래했다.
노동자 흑자 경영 비법은 투명경영이었다. 민주노총이 그동안 사회적 교섭이나 사업자별 교섭에서 주장해왔던 원칙과 정신을 주저하지 않고 우진교통에 적용했다.
#2막 : 노동자 눈에 돈과 권력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