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금감원 중징계 제재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교체 사업을 항상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임영록 케이비(KB)지주회장이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살아남기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사방을 적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12일 금융위원회(금융위) 전체회의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해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금융위의 반응은 냉랭하다.
11일 금융위 관계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추석연휴에 나와서 임 회장에 대한 징계 건을 수차례 검토했다"며 "그만큼 금융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분위기도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12일 열리는) 금융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보란 듯이 기자회견을 여는 임 회장의 처사는 적절치 않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금융당국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지난 5일과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임 회장은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금감원을 강력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는 "금감원장이 중징계를 내린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제재심의위원회가 심도 있게 논의해 내린 경징계 결정을 (최 원장이) 객관적 이유도 없이 중징계로 상향해 KB금융이 뒤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장의 중징계 결정 사유는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힘들고, 자의적이며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최 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자진 사임한 이 전 행장에 대해서도 "조직을 흔들고 떠났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조직원을 추스르고 직원 마음을 안정시키는 등 경영을 정상화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 한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차 확실히 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최 원장은 임 회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 행장에게는 주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한 감독 의무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반면 임 회장에게는 감독 의무 소홀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전산시스템으로 전환 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를 은폐해 이사회에 허위 보고한 점과 부당 인사개입 책임까지 물었다. 최 원장은 임 회장에 대해 '중대한 위법 행위'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금감원의 결정으로 중징계가 확정된 이 행장은 당일 자진 사임했다. 지주사 CEO인 임 회장에 대한 징계는 오는 12일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된다.
금융위, 중징계 결정하나?..."금감원 결정 뒤집기 부담"임 회장의 사퇴거부에도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그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위원 중에는 금감원장도 포함되어 있다"며 "이미 최 원장이 내린 (중징계) 결정을 신 위원장도 뒤집기에는 부담이 크다"라고 밝혔다.
금융위 전체회의는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9명으로 구성돼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임 회장은 소명자료를 해당 위원들에게 이미 서면으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명자료에는 기자회견에서 밝힌 부당 인사개입과 허위보고서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는 아직 업체를 정하지도 계약이 이뤄진 것도 아닌데 감독 업무 태만으로 중징계 처분을 내리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로 전환하기 위한 보고서를 이사회에 제출하면서 위험성을 축소·왜곡했다는 금감원 지적에 대해서도 "추후 성능검사(BMT)를 실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중복되는 리스크(위험성) 금액을 삭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여론과 노조와의 소통도 부족..노조 "임회장 무기한 출근 저지 투쟁" 한편 임 회장의 언론, 노조 등과의 소통 부족도 지적받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일부 매체만 따로 불러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에게 거센 질타를 받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KB지주사 쪽은 10일 뒤늦게 부랴부랴 모든 매체를 불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조와의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KB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노조는 11일부터 KB금융그룹 명동본점에서 임 회장 사퇴를 위한 무기한 출근 저지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임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업무상 배임 등 법적 대응에 들어갈 것"이라며 임 회장의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임 회장이 지난 5일에 이어 10일 재차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성낙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임 회장의 주장과 발언 어디 하나에도 3만여 명의 KB금융그룹 임직원을 책임지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원과 조직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오로지 자신의 안위를 위한 일방적인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 회장이 소송을 통해 금융당국과 사실상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식의 선전포고를 한 것인데 개인의 안위를 위한 법적 대응에 몰두하는 동안 망가진 KB는 더욱 큰 경영공백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임 회장 본인의 사퇴가 조직 안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며 시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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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징계 앞둔 임영록 KB회장...'사방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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