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의궁 터를 표시하는 비석(오른쪽). 창의궁은 영조가 왕자 시절에 살았던 집이다. 왼쪽 비석에는 창의궁 터가 한때는 김정희의 집터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두 개의 비석은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북쪽으로 1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다.
김종성
어머니에 대한 영조의 애착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신이 왕이 된 뒤로 한층 더 강렬해졌다. 왕이 된 영조는 어머니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근 30년간이나 분투했다. 정조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코자 24년간이라는 재위기간 내내 싸운 것처럼, 영조는 그보다 훨씬 더 긴 기간을 어머니의 명예를 위해 싸웠다.
영조는 자기가 왕이 됐는데도 죽은 어머니가 여전히 후궁 신분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법적으로 최숙빈과 영조는 남남 관계였다. 후궁의 아들이 세자나 임금이 되면 생모와의 모자관계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후궁의 아들은 중전의 아들로 입양됐다.
영조는 최숙빈이 자기 어머니라는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왕의 어머니라는 사실이 인정되면, 후궁은 사친(私親, 생모+생부)의 자격을 가졌다. 사친은 말 그대로 사적인 부모라는 뜻이다. 법적인 부모인 임금 부부보다는 아래로 취급되었지만, 사친이 되면 세자나 세자빈과 동급의 대우를 받았다.
영조는 최숙빈을 자신의 사친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계속 투쟁했다. 하지만 신하들이 보기에 최숙빈은 공노비 출신이요, 고아 출신이요, 궁녀 출신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여인을 세자빈과 동급으로 인정하는 것은 그리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영조는 그런 신하들을 상대로 계속 싸웠다. 결국 영조는 왕이 된 지 29년 뒤인 1753년에야 뜻을 성취했다. 이때 비로소 최숙빈은 영조의 생모로 인정됐다. 어머니에 대한 영조의 끝없는 애착이 낳은 성과물이었다.
이렇게 웬만한 아들 이상으로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영조의 특성은 그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조는 특히 여성들에게 쉽사리 동정심을 느끼고 여성들의 말을 쉽게 믿는 편이었다. 이런 성격적 특성은 어머니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
영조는 큰며느리인 현빈궁(장남 효장세자의 부인)의 궁녀였다가 자기의 후궁이 된 문숙의의 말을 지나칠 정도로 신뢰했다. 영조의 과도한 신뢰를 받다 보니 결국 문숙의는 사도세자를 죽이는 데 한몫을 하게 됐고, 이 때문에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가 왕이 된 직후에 사약을 받고 죽었다.
영조는 만 65세에 만난 51세 연하의 두 번째 왕비인 정순왕후 김씨에 대해서도 과도한 믿음을 표시했다. 그러다 보니 정순왕후 역시 이를 바탕으로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영조의 작은며느리인 혜경궁 홍씨가 쓴 회고록인 <한중록>에 따르면, 영조는 아들인 사도세자보다 딸인 화평옹주·화안옹주를 훨씬 더 편애했다. 또 영조는 아들인 사도세자보다 며느리인 혜경궁의 말을 더 잘 들었다. 영조는 사도세자를 죽일 때도 며느리의 의견을 어느 정도 참고했다.
어머니에 대한 동점심과 애착이 만든 결과물이렇게 영조는 웬만하면 여자 편을 드는 사람이었다. 그는 여성에게 쉽사리 동정심을 느끼고 여성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가 많았다. 이것은 어머니에 대한 동정심과 애착이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있는 결과물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영조의 성격이나 심성에서는 어딘가 여성적인 섬세함 같은 게 나타나야 마땅하다. 예컨대, 사람이나 사물을 대할 때 여성을 배려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 같은 게 나타나는 게 자연스럽다.
드라마 <비밀의 문>은 이전 사극들과 달리 영조의 성격을 묘사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어머니로 인해 생긴 영조의 성격적 특성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의 영조가 이 드라마를 시청한다면, 드라마 속 자신의 모습이 어딘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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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제15회 임종국상.저서: 제도 밖의 권력, 영부인 리스크.아무도 몰랐던 독립운동 이야기,친일파의 굴욕,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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