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마저... "공연 방해 의심"

[현장] 스탠딩 공연임에도 예매와 취소 반복... "경찰 수사 요청"

등록 2015.03.08 21:16수정 2015.03.0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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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8일 오후 10시 15분]

a  8일 오후 4시 16분 홍대 롤링홀 공연장.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부제: 2학년 4반 이야기), 그 첫 공연이 시작됐다.

8일 오후 4시 16분 홍대 롤링홀 공연장.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부제: 2학년 4반 이야기), 그 첫 공연이 시작됐다. ⓒ 김지혜


"우리 아이도 살아 있다면 저 무대에 있을 수 있을 텐데…. 정말 보고 싶어요, 너무 보고 싶습니다."

8일 오후 4시 16분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 공연장.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부제 : 2학년 4반 이야기), 그 첫 공연이 시작됐다. 신나는 리듬의 록음악이 홀을 가득 메웠다. 이를 공연장 한 켠에서 지켜보던 고 홍순영군의 어머니 정순도씨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음악이 절정에 치달을수록 정씨의 흐느낌 소리도 커졌다.

이 공연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군이 작성한 버킷리스트 중 "ADHD 공연 20회 하기"를 이뤄주기 위해 시작됐다. 'ADHD'는 수현군이 단원중학교 2학년 때부터 활동한 학교 음악밴드다. 총 멤버 8명 중 수현군을 비롯해 단원고에 입학한 고 홍순영, 오경미, 김건우, 이재욱 학생은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단원고가 아닌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한 멤버 3명이 이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무대에 오른 것이다. 키팝, 킹스, 포브라더스, 브리즈, 트랜스픽션, 딕펑스, 타카피, 크라잉넛 등 록밴드들도 ADHD와 함께 추모공연을 펼쳤다.

 'ADHD'는 수현군이 단원중학교 2학년 때부터 활동한 학교 음악밴드다. 총 멤버 8명 중 수현군을 비롯해 단원고에 입학한 고 홍순영, 오경미, 김건우, 이재욱 학생은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날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군 등 3명이 올라 무대를 꾸몄다.

'ADHD'는 수현군이 단원중학교 2학년 때부터 활동한 학교 음악밴드다. 총 멤버 8명 중 수현군을 비롯해 단원고에 입학한 고 홍순영, 오경미, 김건우, 이재욱 학생은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날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군 등 3명이 올라 무대를 꾸몄다. ⓒ 김지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밴드는 ADHD였다.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군 등이다. 이들은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공연에 흔쾌히 응했다. 무대에 오르자 나머지 다섯 명의 멤버들의 빈자리를 느끼는 듯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악기를 조율했다.

이들은 YB의 <박하사탕>, 이어 국카스텐의 <거울>, 마지막으로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 세 곡을 차례차례 연주했다. <거울>과 <크게 라디오를 켜고>는 생전 수현군이 좋아하던 노래였다. 각 곡의 노래는 브로큰발렌타인, 게이트플라워즈 등 프로 밴드의 보컬이 피처링으로 도와줬다.


처음의 긴장한 모습은 사라지고 이내 관객들과 호응했다.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관객들에게 부탁했다.

"늦게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여기 오신 취지 잊지 말아주세요. 가슴속 깊이 간직해주세요."


 ADHD의 공연 모습.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군은 이날 YB의 '박하사탕', 이어 국가스텐의 '거울', 마지막으로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 3곡을 차례차례 연주했다.

ADHD의 공연 모습. 김재강(드럼), 나기훈(베이스), 김재성(기타)군은 이날 YB의 '박하사탕', 이어 국가스텐의 '거울', 마지막으로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 3곡을 차례차례 연주했다. ⓒ 김지혜


공연 하루 전 예매 취소 반복... "일부러 방해하려는 세력 의심돼"

그러나 이번 공연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인터파크를 통해 판매되고 있던 표가 대량으로 예매됐다가 취소되는 사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티켓팅을 도운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일부러 공연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이 전 판사는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예매하고 취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공연은 지정좌석제가 아니라 스탠딩 형식"이라며 "다른 공연처럼 좋은 자리가 나오지 않아 예약취소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여 명 정도 사람이 다량의 티켓을 예약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했는데 이는 명백한 업무방해"라며 "인터파크에서 이들의 명단을 받았고, 곧 경찰에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  이날 공연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군이 작성한 버킷리스트 중 “ADHD 공연 20회 하기”를 이뤄주기 위해 시작됐다.

이날 공연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4반 고 박수현군이 작성한 버킷리스트 중 “ADHD 공연 20회 하기”를 이뤄주기 위해 시작됐다. ⓒ 김지혜


부침을 겪었지만 공연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성황리에 이뤄졌다. 공연 시작 40여 분 전부터 공연장 밖은 티케팅을 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공연기획자 윤솔지씨는 "(롤링홀에) 400명 정도 예상했지만 450여 분 와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10대 중·고등학생부터 40~50대까지 다양했다. 김정우씨는 "막내아이와 먼저 하늘에 간 수현이 나이가 같다"며 "이미 고인이 된 아이들이지만 여기 모인 우리들의 온기라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민씨도 "이 자리가 비어 있길 원하지 않아 공연을 보러왔다"며 "더 많은 사람이 채워져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되더라도 많이 와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a  공연 시작 40여 분 전부터 공연장 밖은 티케팅을 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공연 시작 40여 분 전부터 공연장 밖은 티케팅을 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 김지혜


#세월호 참사 #단원고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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