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목사-신부-스님은 틀린 표현이다

종교 지도자 호칭, 높임말 통일이 필요하다

등록 2015.04.03 09:29수정 2015.04.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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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소유 모텔에서 '성매매'... "접대부 방 따로 있어"
카드결제 했더니 스님 속명 나와... 스님 "직접 운영 안 해"

지난 달 30일 <오마이뉴스>에 오른 <불교닷컴>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중진급 승려가 실소유주인 강원도 삼척의 한 모텔과 지하 룸살롱에 관한 보도다. 룸살롱은 성매매 알선까지 한다고 했다. 삼척시에서 이 건물 지하 룸살롱이 유일하게 성매매 여성을 고용한 업소란 점도 부각되어 보도되었다. 기사는 모텔 수유주인 A승려는 강원도 유명사찰의 주지라고 일러줬다.

'승려'라는 단어와 '스님'이란 단어를 모두 쓰고 있다. 같은 기사에서 '스님'이란 단어는 29번 나오고, '승려'라는 단어는 7번 나온다. 제목에 '스님 소유 모텔'은 기사 관련 사진 설명에서 '승려가 소유 운영하는 모텔'로, '스님'을 '승려'로 바꿔 쓰고 있다. 소유주가 승려라는 말을 하면서 '스님'과 '승려'라는 단어를 혼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님'은 높임말, '승려'라고 써야

룸살롱 사장이 자신은 승려의 건물을 임대받아 장사하는 사람이라며 "건물 주인인 스님이 모텔에서 발생하는 수익 가운데 매달 400만 원을 사찰로 송금한다"며 "모텔 관리인은 남편이고, 스님에게 고용된 직원이다"고 말했다.

룸살롱 사장의 말속에 담긴 '스님'이란 호칭은 맞는 표현이다. 그러나 기자가 혼용하고 있는 '스님'과 '승려'라는 표현 중 '스님'이란 표현은 틀리는 표현이다. 룸살롱 주인은 자신의 건물 소유주인 승려를 '스님'으로 높여 부르는 것이니 틀린 말이 아니지만, 기사 내용 중 기자가 사용하는 '스님'이란 단어는 틀린다. '승려'라고 해야 맞다.

'스님'은 ① 승려가 자신의 스승을 이르는 말, 사승 ② '승려'를 높여 이르는 말(네이버 국어사전 참조)이다. 이런 사전적 의미는 '승려'와 '스님'을 같은 뜻으로 쓸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엄연히 '스님'은 '승려'의 높임말이다. 그 어느 기사나 문서에서 높임말이 예삿말로 쓰일 수는 없는 일이다.


앞에 예로 든 기사는 그저 '스님'과 '승려'를 구분하지 않고 쓰고 있으니 그래도 봐 줄만 하다. 어떤 기사를 보면, 부정이나 좋지 않은 내용일 때는 '승려'라고 호칭하고, 평상시나 좋은 기사일 때는 '스님'이라고 쓰기도 한다.

<한겨레>의 1998년 8월 15일 기사 중에 도박한 승려들에 관한 기사 제목은 "도박승려 철저한 수사를"이다. 기사는 "전국불교운동연합은 일부 승려가 도박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14일 성명을 내어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조계종단의 자체 정화를 촉구했다"라며 '승려'라고 쓰고 있다.

2012년 부처님 오신날 벌어졌던 수십억 대 승려 도박사건을 다루는 뉴스들도 한결같이 '승려'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도박사건을 제보한 성호 승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승려' 대신 '스님'이란 호칭을 쓰고 있다.

좋은 '스님'? 나쁜 '승려'?

<서울신문>은 2012년 5월 14일 승려들의 도박사건을 고발한 성호 승려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조계종 승려들의 호텔 도박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은 13일 '이(도박동영상)보다 더 큰 핵폭탄이 있다'면서 '도박한 승려에 대한 검찰 수사와 종단의 대처 방안을 보고 터뜨릴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고 쓰고 있다.

같은 문단의 기사 안에서도 '승려'와 '스님'이란 호칭을 혼용하고 있다. 즉 제보자는 '스님'이란 호칭을, 도박에 관련된 승려들에 대하여는 '승려'라는 호칭을 쓴 것이다. 이런 웃지 못 할 '스님'이라는 호칭의 비상식적이며 높임말 사용법에도 어긋나는 용례는 기사나 책자, 심지어는 광고 문구에서 조차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더 가관인 것은 승려가 지은 책은 여지없이 저자 난에 '지은이 000 스님'이라고 쓰인다. 이는 '지은이 000 목사님'이나 '지은이 000 신부님' 하고 같은 표현방식이다. 그러나 목사나 신부의 저작에 지은이를 존칭으로 소개하는 경우는 없다.

이런 쓰임은 종교계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지은이 000 변호사님'이라든가 '지은이 000 선생님'이라고 쓰지 않는다. 직함을 적어야 한다면 존칭인 '님'을 빼고 직함만 적는 게 맞다.

<중앙일보>는 4월 2일 기사에서 "국제택배로 보낸 소장 효력 없어…김홍도 금란교회 목사 손해배상 소송 각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기사 본문에서는 9번에 걸쳐 '목사'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그 어디에도 '목사님'이라는 호칭은 없다.

<가톨릭신문>은 지난 5일 보도한 "중국 지하교회 신부 2명 납치·감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신부'라는 호칭을 11번 사용했지만 그 어디에도 '신부님'이란 호칭은 없다. 또 같은 날 양승국 신부의 "이태석 신부를 그리며"라는 칼럼에서조차 14번의 '신부'란 단어 사용 중 한 번도 '신부님'이란 용례가 없다.

일관성 없는 '승려'와 '스님' 혼용, '승려'로 통일해야

<불교닷컴>의 지난 4월 2일자 "기독교 팽창, 조계종 승려들 몰지각한 탓"이란 기사에서는 5번이나 '승려'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한 번도 '스님'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서두에서 예로 든 기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승려들의 몰지각한 행동에 대한 기사여서 그런 것 같다.

신도들이나 일반인이 불교 지도자를 높여 '스님'으로 부르는 걸 탓하는 게 아니다. 언론 등 공식 문서가 '승려'와 '스님'을 혼용하는 게 문제다. 어떤 때(대부분 좋지 않은 내용을 말할 때)는 '승려'라고 부르고, 어떤 때(좋은 내용을 말하거나 평상시)는 '스님'이라고 부르는 건 있을 수 없다.

불교도나 승려들 중에는 '스님'이 이미 존칭이 아니라 '승려'를 말하는 호칭명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백번 양보하여 국어사전의 뜻을 무시하고 '스님'을 '승려'의 뜻으로 쓰도록 한다고 해도, 같은 지면에서 '승려'와 '스님'을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로 가려 쓰는 것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하리라.

특정 기사만 그렇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기사만이 아니다. 대부분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에서 '승려'와 '스님'을 가려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혼용도 문제지만 가려 쓰는 게 더 큰 문제다.

'스님'이라고 쓰는 때는 '목사님', '신부님', '변호사님'이라고 써야 한다. '목사', '신부', '변호사' 등으로 쓴다면 '승려'라고 써야 한다. '목사-신부-스님'은 틀리다. '목사-신부-승려'가 맞다. 불교와 승려를 비하하려는 의도의 글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이 글은 어떤 특정종교를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의 글이 아니다. 상식에 관한 글이다.

승려 자신도 부정적일 때는 '승려'로, 긍정적일 때는 '스님'으로 불리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이나 공식적인 문서는 상식과 법리에 맞아야 한다. 맞춤법이나 높임말도 일종의 약속이요 법리다. 당연히 종교인이든, 기자든, 공무원이든, 일반 시민이든 따라야 한다. 그게 맞다.
#승려 #스님 #높임말 #존칭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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