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을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작은 기업이 재벌과 싸울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창조경제인데, 대기업 중심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크라고 하면 되겠나. 접근 방법이 벌써 1970년대식이다."
권우성
화제는 자연스럽게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창조경제'로 옮겨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 등은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정책자금 180조 원을 창조경제 지원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동걸 교수는 이 같은 '창조금융'도 안심전환대출 못지않은 전시 행정으로 꼽았다.
"창조금융으로 180조 원을 지원한다는 건 사기다. 산업은행이 63조 원, 기업은행이 56조 원, 신용보증기금(신보)이 41조 원, 기술보증기금(기보)이 19조 원 공급한다는데 전체 정책금융 규모가 그 정도다. 이걸 모두 회수해서 창조금융으로 돌리면 기존 정책금융 대출받은 중소기업들은 다 망하란 얘기냐. 전에 하던 것을 '창조경제'로 딱지만 바꾸겠다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딱지만 바꿨으니까 그쪽(창조기업)으로 갈 돈 없다. 기술 평가든 해서 돈이 가야하는데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정책금융 액수를 창조금융으로 돌린다는 건 안하겠다는 얘기다."올해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면서 주도권을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에 넘긴 것도 1970년대식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지역별로 사단 병력 주둔시키듯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재벌들에게 맡기면 재벌들이 키워줄까? 안 키워준다. 삼성이 주도하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맛있는 건 빼앗아 먹겠지만 자신들에게 도움 안 되는 중소기업을 키워줄 의사도, 능력도 없다. 결국 삼성 혁신센터는 삼성 지원부대가 될 것이고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만 더 고착화시키게 된다. 박 대통령도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간다면서 옛날 지도를 꺼내놓고 옛날 패러다임대로 가고 있다. 재벌을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작은 기업이 재벌과 싸울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창조경제인데, 대기업 중심 구조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크라고 하면 되겠나. 접근 방법이 벌써 1970년대식이다."이 교수는 지난 2월 자신의 블로그에서 박근혜 경제의 허구성을 지적하면서 재벌, 부동산, 박정희 등 세 가지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관련 글:
박근혜 경제의 허구성 5편-허구의 탈을 벗기고 새판을 짜자). 높은 전세가와 저금리 기조를 앞세워 '빚내서 집사기'를 부추기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역시 박정희 시대와 다르지 않다.
"지금 집 사면 망한다는 선대인(선대인경제연구소장)씨 주장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5~10년을 내다봤을 때 인구 구조 변화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떨어지는 추세라고 본다면 지금 가격을 올리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떨어질 때 그만큼 더 아프다. 장기 추세나 주거 문제에 대한 판단 없이 부동산이 부양돼야 경기가 부양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빚내서 집을 샀는데 다시 가격이 떨어지면 늘어난 가계 부채가 그대로 부실화된다. 이럴 때 대통령이 '부동산 경기 부양'이 선결 과제라니, 경제를 알고 하는 얘긴지, 너무 가볍다."이 교수는 '금융 전문가'지만 금융 정책만으로는 부동산이나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동산 문제는 금융만 아니라 임대주택 등 안정적인 주거 공급이 같이 접근해야 한다. 가계부채도 비금융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금융에서는 시급한 핵심 위험계층부터 금리 부담을 낮춰주고 구조 조정해서 일부 탕감해주고 워크아웃해주고 자금이 필요한 사람하게 원활하게 순환되도록 해야 한다. 가계 부채를 진 사람들의 원리금 지급 부담을 낮춰주면서 소득을 높여 갚을 능력도 높여주고, 싸고 안전한 장기임대주택 공급까지 3박자가 맞아야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금융만으로 안 된다."문제는 정부도 이 같은 해법을 뻔히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위험을 들어 DTI(총부채상환율)나 LTV(담보인정비율) 완화 등에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작은 놈 잘 돼야 창조경제... '큰 놈' 재벌 개혁해야""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원칙과 신뢰가 없다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약속한 대로 복지를 늘리고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진솔하게 했으면 사회가 변했을 텐데 재벌 '갑질'은 더 심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는 더 커졌다. 당선하려는 집념에 여기저기서 끌어다 붙이기만 한 거다. 창조경제,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과거에 집착한 70년대 방식이다.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큰 놈이 작은 놈 억압 못하게 하는 것이고 작은 놈이 잘돼야 창조경제도 되는 것이다. 그런 약속도 제대로 안 지키면서 재벌 3세들 편법 상속은 놔두니 되는 일이 없는 거다."결국 이야기는 다시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로 돌아왔다. 이 교수는 정책의 초점을 청년과 미래세대,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에 맞추라고 주문하면서도 현 정부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었다. 새로운 대기업이 등장해 기존 대기업들을 계속 밀어내는 미국 시장처럼 재벌 중심 구조의 '판'을 바꿀 만한 경제 충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현 정부에선 기대하기 어려운가."다음 정부도 힘들 거다. (위기가) 한 번 더 터져야지."
- 충격이 더 필요하다는 것인가?"경제 민주화, 재벌 개혁으로 벤처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커가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 구조가 바뀌면서 새로운 소득이 창출되고 일자리도 생긴다. 내가 주장한 경제 민주화도 그런 맥락이다. 똑같은 말로 백 년을 뛸 수 없으니 말을 자꾸 바꿔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0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재벌·부동산으로 경기부양? 박정희를 지워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