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인권이야기 <밀양 큰할매>

등록 2015.07.19 15:23수정 2015.07.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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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밀양 큰할매 김규정이 그려낸 밀양 할메 이야기

밀양 큰할매 김규정이 그려낸 밀양 할메 이야기 ⓒ 이명옥


밀양 사는 우리 큰할매는 나라 없는 서러움을 잘 안단다. 아빠 말로는 일제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란다.

"나라가 있어야 우리가 있는기라. 나릿일 하는 양반들이 백성들 잘살게 해 줄라꼬 얼매나 연구하겠노. 그라이 니라에서 하는 일은 다 이유가 있는 기라."


그렇지만 마을 뒷산에 거대한 송전탑이 들어서고부터는 모두 달라졌다. 할매의 나라도, 할매의 하루하루도.

이제 아침이면 큰할매는 송전탑 공사를 하는 뒷산으로 간다. 산으로 간 할매를 막으려고 경찰 아저씨들이 새까맣게 몰려왔다. 할매의 논밭은 엉망이 됐다. -책-

a 밀양큰할매 어린이를 위한 인권이야기

밀양큰할매 어린이를 위한 인권이야기 ⓒ 철수와영희


김규정 글 그림의 '밀양큰할매<철수와 영희는 핵발전소용 송전탑 건설을 막아내려는 피눈믈 어린 밀양 할매의 싸움을 인권 차원에서 그려 낸 그림책이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시골 할매들의 소박한 삶의 터전이 할매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나랏일 하는 사람들에 의해 파괴되고 유린되는 현장을 그렸다. 할매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생명이다. 평생 논밭을 일궈 생명을 키워내고 그 키워낸 생명을 도시에 나가 사는 자녀들에게 나눠 먹이는 것을 낙으로 삼았던 할매들이다.

그들은 순한 양처럼 그저 나라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옳은 것이라 믿고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르며 살았다. 나라는 할매가 애지중지 가꾸는 생명을 지켜주는 든든한 파수꾼이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자본가의 탐욕을 비호해주며 자신이 평생 일궈 온 논밭을 지키려는 할매들을 끌어내어 패대기치고 천막을 부수며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자본가의 사병이 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내팽개치고 인권을 유린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밭의 농작물을 지키려던 엄마가 머리카락을 다 잘라 까까머리가 되며 울고, 항의하던 아빠는 경찰서에 잡혀가고, 할매는 배꼽을 드러낸 채 경찰과 용역에게 사지가 들려나와 패대기쳐진다. 철저한 인권 실종의 현장이다. 밀양에 송전탑이 건설되면서 개인의 인권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할매들이 믿고 따르던 나랏일 하는 사람들도 할매들이 생각하던 고마운 나라도 사라진 지 오래다.

누가 할매의 논과 밭을 짓밟았는가. 누가 상추와 고추를 심고 옥수수를 심고 깨를 털던 할매가 상추를 따야 할 손에 지팡이를 짚고 송전탑을 짓는 뒷산을 오르게 만들었는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버튼을 눌러 켜는 에어컨에 흐르는 전기가 할매를 텃밭 대신 뒷산으로 오르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아무 생각없이 선풍기 버튼을 누르던 손길이 조심스러워진다.


밀양 송전탑 싸움의 현장에서 할매들과 함께 하는 이계삼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은 말한다.

밀양 할배 할매들은 평생을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나라에 맞서 싸우는 투사가 되었습니다. 신고리 핵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도시로 실어 나르는 765kv 초고압 송전탑에 일생 일구어 온 논밭과 평화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밀양 큰할매>는 지금 태극기가 감춘 국가의 폭력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기와도 같은 전기가 '누군가의 피눈물을 타고 흐르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밀양 큰할매 어린이를 위한 인권 이야기 철수와 영희 그림책 7 |
김규정 지음 | 김규정 그림 | 철수와 영희 |12,000원

밀양 큰할매 - 어린이를 위한 인권 이야기

김규정 글.그림,
철수와영희, 2015


#밀양큰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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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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