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5의 변심, 'S펜' 빼고 다 버렸다

[오마이뷰] 삼성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체험기

등록 2015.08.18 18:46수정 2015.08.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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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5를 상징하는 S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5를 상징하는 S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김시연


"갤럭시 노트를 처음 출시했을 때 우리가 미쳤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펜? 큰 화면? 그때 우리가 약간 미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노트 시리즈는 성공을 넘어 하나의 카테고리가 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이 한 말이다. 실제 지난 2011년 9월 S펜을 탑재한 5.3인치 갤럭시 노트가 처음 나왔을 때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손가락이 가장 뛰어난 스타일러스(펜)"라고 꼬집었다. 지금도 애플 제품에 '펜'은 없지만 5.5인치 아이폰6+ 출시 이후 '대화면' 비판은 사라졌다. 과연 스티브 잡스는 틀렸고, 삼성이 옳았던 것일까?

스티브 잡스가 틀렸고 삼성이 옳았다?

삼성은 이날 다섯 번째 노트인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S6 엣지+'를 선보였다. 장소만 달랐을 뿐 마치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갤럭시S6 발표 행사를 보는 듯했다.

착탈식 배터리를 포기하고 일체형 케이스로 바꾼 것부터 마이크로 SD 확장 메모리를 없애고 나노 유심을 사용한 것까지, 갤럭시 노트5는 '갤럭시 S6', 더 나아가 애플 아이폰6+ 닮은꼴이었다. 실제 'S펜'과 곡면 엣지를 적용한 후면 디자인을 빼면 이날 함께 선보인 '갤럭시S6 엣지+'와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관련 기사: 삼성의 '유혹'... 아이폰 유저에게 통할까)

삼성은 지난해 9월 갤럭시 노트4와 함께 화면 한쪽이 살짝 휘어진 '갤럭시 노트 엣지'도 선보였다. 올해 파트너는 '갤럭시 노트 엣지2'가 아닌 S펜 없는 '갤럭시S6 엣지+'였다.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6 엣지' 화면 크기를 5.1인치에서 5.7인치로 살짝 키웠다. 비슷한 모델을 화면 크기만 바꿔 출시하는 애플의 '플러스' 전략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관련기사: '엣지 없는' 갤럭시 노트4, 믿을 건 S펜뿐?)

이렇듯 삼성과 애플은 서로 장단점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갤럭시 노트5 실물을 봤을 때 이런 확신은 더 커졌다.


착탈식 배터리-메모리 확장도 포기, 믿는 건 S펜뿐?

a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왼쪽)과 갤럭시S6 엣지+ 앞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왼쪽)과 갤럭시S6 엣지+ 앞면 ⓒ 김시연


a  삼성 갤럭시노트5(왼쪽)과 갤럭시S6 엣지+ 뒷면. 갤럭시노트5는 양끝이 휘어진 엣지 케이스를 적용했다.

삼성 갤럭시노트5(왼쪽)과 갤럭시S6 엣지+ 뒷면. 갤럭시노트5는 양끝이 휘어진 엣지 케이스를 적용했다. ⓒ 김시연


17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이동통신사 사전 체험장에 전시된 갤럭시 노트5 앞부분은 갤럭시 노트4와 큰 차이가 없었다. 디자인은 물론 5.7인치 쿼드HD 화면도 그대로였다. 다만 좌우 베젤 폭이 2mm 가량 줄이고 뒷면도 곡면 디자인을 적용해 한결 날렵해 보였고 앞뒤 금색과 어우러져 마치 '골드바'를 보는 듯했다.


이제 갤럭시 노트5의 유일한 차별점이 된 'S펜'도 한층 진화했다. 노트에 들어가는 S펜은 와콤 스타일러스 기술을 거의 독점 제공받는다. 노트1에선 필압을 9단계까지 감지했지만 이제 2048단계로 늘었다. 누르는 압력에 따라 실제 종이 위에 쓰는 것처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수준이다. 갤럭시 노트5에선 S펜을 손톱 끝으로 빼내던 불편도 사라졌다. 스프링 장치를 넣어 S펜 끝부분을 누르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전시품은 S펜이 도난방지장치에 연결돼 있어 직접 사용해볼 순 없었다.)

S펜 기능도 늘었다. 본체에서 S펜을 빼내면 바로 '에어 커맨더' 메뉴가 뜨는데 긴 스크롤이 필요한 화면도 한 번에 캡처할 수 있는 '스크롤 캡처'가 추가됐다. 기존 캡처 기능이 한 화면을 캡처할 수 있었다면, 위아래로 긴 웹사이트 전체 화면이나 웹툰도 손쉽게 저장할 수 있다. 또 일반 웹브라우저나 사진뿐 아니라 PDF 파일에서도 필기와 저장이 가능하다. 심지어 꺼진 화면 위에도 바로 메모할 수도 있다.

a  갤럭시노트5에서 S펜을 빼내면 에어 커맨드 메뉴가 자동으로 뜬다

갤럭시노트5에서 S펜을 빼내면 에어 커맨드 메뉴가 자동으로 뜬다 ⓒ 김시연


하지만 S펜을 빼면 기존 노트 사용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갤럭시S6와 마찬가지로 일체형 케이스여서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하다. 착탈식이었던 갤럭시 노트4부터 국내에선 추가 배터리를 제공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추가 구입은 가능했다. 무선 충전 방식을 추가했지만 전원어댑터나 보조 배터리를 늘 들고 다녀야 한다. 배터리 용량도 3220mAh(밀리암페어)에서 3000mAh로 줄었다. 대신 급속 충전 시간이 유선은 90분, 무선은 120분으로 줄어들었다.

메모리 확장도 불가능하다. 갤럭시 노트4는 마이크로SD카드로 128GB까지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었지만 노트5는 아예 슬롯을 없앴다. 대신 기존 32GB 모델 외에 64GB 모델을 추가했지만 여전히 불충분하다. 128GB 제품은 아직 출시 계획도 없다.

이런 '장점들'을 포기한 대가는 날씬함이다. 갤럭시 노트4는 두께 8.5mm에 무게 176g이었는데 갤럭시 노트5는 7.6mm, 171g으로 감량했다. 베젤 크기도 2mm 가량 줄어든 탓에 훨씬 날렵해 보였다. 덕분에 좌우 폭은 78.6mm에서 76.1mm로 2.5mm 줄었다. 

a  뒷면에 엣지를 적용한 갤럭시노트5(왼쪽)과 앞면에 엣지 화면을 적용한 갤럭시S6 엣지+ 측면.

뒷면에 엣지를 적용한 갤럭시노트5(왼쪽)과 앞면에 엣지 화면을 적용한 갤럭시S6 엣지+ 측면. ⓒ 김시연


덕분에 대화면 스마트폰의 단점이었던 휴대성과 전화 통화할 때 얼굴을 뒤덮는 어색함은 사라졌지만 확장성에 더 무게를 뒀던 사용자들에겐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

'갤럭시S6 엣지+'의 경우 화면 크기 외에 이전 제품과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몇 가지 달라진 점도 있다. 이른바 '엣지 메뉴'가 대표적이다. 단면 엣지였던 '갤럭시노트 엣지'에는 있었지만 양면 엣지인 '갤럭시S6 엣지'부터 사라졌던 '엣지 메뉴'를 일부 되살렸다. 사이드 화면에 자주 연락하는 사람이나 앱을 모아 놓는 '피플 엣지'와 '앱 엣지'가 그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엣지 화면은 상대적으로 비싼 단가와 낮은 생산 수율(생산량 대비 양호한 부품 비율)에도, 디자인 면 외에 이렇다 할 용도가 없었다. 오히려 좌우가 개방된 엣지 화면은 S펜 사용에 불편할 뿐이다. 지난해 갤럭시노트 엣지도 엣지 화면 수율 문제 등으로 갤럭시 노트4가 나온 지 몇 달 뒤에야 출시됐고 '갤럭시S6 엣지'도 초기 수급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a  갤럭시S6 엣지+에서 다시 부활한 엣지 메뉴

갤럭시S6 엣지+에서 다시 부활한 엣지 메뉴 ⓒ 김시연


'삼성 페이'에 거는 기대... 100만 원대에서 89만 원대로

그나마 삼성은 오는 20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전시장에도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설치해 삼성 페이 서비스를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인수한 '루프 페이' 기술을 적용해 애플 페이 등이 이용하는 기존 NFC(근거리 무선통신) 방식뿐 아니라 기존 신용카드 결제용 마그네틱 방식까지 지원한다. 덕분에 평소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이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드 정보를 스마트폰에만 저장하는 대신 지문 인식으로 도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a  삼성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 국내는 오는 8월 20일부터 갤럭시S6, 갤럭시 노트5 등 일부 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NFC(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뿐 아니라 기존 마그네틱 카드 리더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삼성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 국내는 오는 8월 20일부터 갤럭시S6, 갤럭시 노트5 등 일부 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NFC(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뿐 아니라 기존 마그네틱 카드 리더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 김시연


이에 맞춰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S6 엣지+도 오는 20일 출시 예정이다. 갤럭시 노트5 출고가는 89만 원대(32GB 기준)로 알려졌다. 갤럭시 노트 출고가는 한때 100만 원대를 웃돌았지만 지난해 갤럭시 노트4가 추가 배터리를 빼고 95만 7000원까지 낮춘 데 이어 처음 80만 원대로 떨어진 것이다.

'갤럭시S6 엣지+' 출고가(32GB)도 94만 원대로, 5.1인치 '갤럭시S6 엣지' 출고가(97만7000원)보다 오히려 3만 원 정도 싸다. 국내 단통법 시행에 따른 보조금 제한과 단말기 가격 거품 비판도 반영됐겠지만 중국산 저가 단말기 공세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샤오미는 최근 10만 원대 '레드미(홍미) 노트2'를 선보여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관련기사: 애플 잡으려는 삼성전자, 그 뒤통수를 치는 샤오미)

애플 아이폰과 중국산 저가 단말기 틈바구니에서 삼성은 큰 기로에 서 있다. 언제까지 'S펜'과 '엣지' 화면에만 기대기엔 후발주자의 추격이 너무 거세다.

a  삼성 갤럭시 노트4와 갤럭시 노트5, 갤럭시S6 엣지+ 사양 비교

삼성 갤럭시 노트4와 갤럭시 노트5, 갤럭시S6 엣지+ 사양 비교 ⓒ 김시연


#갤럭시노트5 #갤럭시S6엣지+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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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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