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주택 가격 앞에 '마을'은 없다

[주장] 마을 사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의 주거와 공간 불안 해소가 우선

등록 2015.08.25 17:47수정 2015.08.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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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이사 오고 가는 일이 흔한 도시 생활에서도 오며 가며 인사 나눌 이웃의 정이 그립기는 마찬가지다. 생애 주기별로 보면 자녀가 성장해 독립하고, 결혼을 하면서 가족이 늘었다가, 자녀의 독립으로 가족이 단출해지거나, 사별의 과정을 거친다. 예전과 다르게 최근 가장 늘어난 가족 형태가 1인 가구다.

우리의 십여 년 전과 비교해도 다른 모습이다. 1인 가구는 전국적으로 453만 가구로 늘어, 전체 가구의 25%(2012년)를 훌쩍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도 1인 가구는 전 가구의 30%에 이를 정도로 증가하는 추이다.

가족이 줄면서 고립감도 배가 되나, 그 대안으로 지역 주민이나 이웃과 함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웃 공동체, 지역 공동체, 마을 만들기, 마을살이 등 저마다 부르는 용어도 다양하다. 도시 생활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마을의 귀환', 그 가능성과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몇 년을 살아오다 마을 공동체로 마당발이 됐다는 말도 심심찮게 전해 듣는다. 마을과 함께 사는 사람들 덕에 웃고, 울고, 떠들고, 고민하고, 나누는 등 예전보다 관계망도 풍성해지고 있다.

이동 가장 큰 요인 '주택'

그러나 마을살이가 얼마나 지속될까 하는 불안감도 적지 않게 품고 산다. 나를 둘러싼 여러 변화들이 있다. 직장, 주거, 가족, 교육, 환경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정든 마을을 떠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시도 내와 시도 간 이동 현황을 보면, 지역 이동의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살 집 때문이다. 서울시만 보면, 한 해 157만 명 가까운 사람이 이동을 한다. 그 중에서 절반 가까운 사람들은 주택 문제로 이동하며, 뒤이어 가족(21.6%), 직업(18.7%) 등의 이유로 옮겨 다닌다. 특히 서울시 내에서의 이동 요인의 83%는 주택 때문이며, 이 때문에 타 지역으로도 5만 명이 빠져나가고 있다(그림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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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도내, 시도간 이동 현황(2014년) ⓒ 출처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연보」


한창 교육을 받고 취업할 10대~20대까지는 서울이 매력 있는 생활 공간일지 모르나, 결혼을 해 가족을 꾸리고 노후 생활을 보내기에는 녹록지 않은 생활권이다. 서울시에서 타 지역으로 전출하는 사람이 한해 8만 7천 명가량인데, 20대까지 전입이 늘던 분위기와 다르게 30대 들어서는 서울 인근 지역으로 빠지는 수가 4만 명으로 급증하는 모습이다(표1, 표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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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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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 새사연


치솟는 전세, 오르는 임대료

서울시 집값이 고공 행진해 온 것도 마을살이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 주택 매매가 못지않게 전세 가격이 기형학적으로 오르면서, 빚을 내 살 집을 마련해야 할 형편은 비슷해졌다. 서울시 주택 가격 종합지수(매해 7월 기준)를 살펴보면, 주택 매매가격 상승세는 2008년부터 조금은 주춤해진 반면, 전세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 주택 전세 가격은 2008~2009년에 잠깐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을 빼고는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서울시 주택 전세 가격은 매해 평균 0.14% 정도 올랐고, 올해는 평균 0.68%나 올랐다 (그림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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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택전세가격 종합지수 추이(매월 7월 기준) ⓒ 출처: KB부동산가격동향 "주택가격지수"


도시 생활권에서는 마을 정착을 꿈꿔보기도 전에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집을 찾아 떠나야한다. 마을에서 엄마들이 아이를 같이 키우고 싶어도 선뜻 마음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제 동네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데 애써 시간과 마음을 낼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한편에 있다.

지역 주민의 놀 공간으로 성장한 공간 협동조합들도 고민에 빠지긴 마찬가지다. 이들도 매년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날 처지에 놓여있다. 전국 상가 임대차 실태조사를 보면(2013년, 중소기업청), 임차인의 평균 계약기간은 2.6년이며, 평균 1.6명이 일하는 영세한 구조다. 이들은 임대료 인상 상한 9%의 법적 보호를 받고 있으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기한도 5년이면 끝난다. 전국 평균으로 보면 이 기간도 못 채우고 문을 닫는 상가가 많고, 설사 5년을 채우더라도 그 이상은 기약할 수 없는 구조다.

협동조합이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 뛰어들어 자리 잡는 데 5년은 짧다. 이들이 겨우 동네에서 자리를 잡아도 임대료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공간으로 쫓겨나야 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 받을 어떤 장치도 없다. 고립된 도시가 살맛 나는 마을로 거듭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마을에 사는 사람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주거나 공간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마을의 귀환'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최정은 시민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www.saesayon.org)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새사연 #마을 #주거 #부동산 #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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