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재활 한다니, 아내도 사이비 취급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 ⑧] 자가 재활이란

등록 2015.11.18 11:05수정 2015.11.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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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9일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해 만 3년의 치열한 병원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80여일 만에 의식을 회복하고 경추에 와이어 링(Wire Ring)을 하는 수술 후 할로배스트를 한 채로 틸트 테이블(Tilt Table)에 양 다리를 묶어 고정시킨 채 세우기를 시키는 것으로 재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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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를 이용한 자가 재활 치료사들과 트레이너의 자문을 얻어가며 집 부근의 헬스장을 이용해 아침부터 늦은 저녁 까지 운동을 하기도 했다. ⓒ 서치식


그렇게 시작한 재활치료란 것이 아무리 살펴보아도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치료사들이 내 몸을 붙잡고 무엇을 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그때 든 생각이 우리가 휴대폰 하나를 사도 두꺼운 사용설명서를 주는데 사람을 치료한다는 재활치료를 하면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나와 내 가정이 내 사고로 처한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주체적으로 수습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세 번째 병원인 신촌세브란스 부터였다(관련기사 : 본격적인 재활은 영혼의 재활부터 시작됐다). 

치료의 대상이며 주체여야 하는 환자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재활 치료에 대한 나의 의문은 생활 근거지인 전주의 한 재활병원에 입원생활하면서 풀리게 된다(관련기사 : 재활은 학습이다). 소형 병원이어서 무선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고 치료사들과 대면 접촉이 가능했기에 인터넷과 의료진을 활용한 나만의 재활 학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활병원에서 고시생처럼 재활을 학습한 다음 내 재활의 최종 목표인 하프마라톤 완주(내 재활의 최종 목표는 하프마라톤 완주)를 이루기 위한 이른바 자가 재활에 나서게 된다,

병원치료를 통한 재활의 학습과 응용으로 시작한 자가 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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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업 하는 모습 처음엔 푸쉬업을 위한 자세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날마다 꾸준하게 시도하니 가능해졌다. 모든 운동이 그랬다. 잊지 말고 꾸준하게 하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된다. ⓒ 서치식


만 3년의 치열한 병원 치료를 받아가며 인터넷과 의료진을 활용해 재활을 학습하는 한편 병원 치료 과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실전 재활을 익혔다. 이를 끊임없이 실제 생활에 응용하며 내게 맞는 재활운동을 개발해 나갔다. 병원치료를 열심히 살펴보아도 병원치료는 내 재활 목표인 완전한 재활을 지향하지 않으며, 소극적 장애의 개선이 그 목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때 내 생각은 단순 했다. 병원치료를 3년간 받아 보니 재활은 과학이며 운동은 치료임을 내 몸으로 경험할 수가 있었다. 미미했지만 병원 치료로 내 동작이 개선됨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분야의 치료에 배정된  20분 남짓의 치료 시간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완전한 재활이 가능할 만큼의 운동량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회복은 필연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과학은 필연이 지배하는 세계이기에 회복에 필요한 운동을 필요한 만큼만 해 줄 수 있다면 반드시 내가 목표로 한 완전한 재활은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단지 내가 어떤 운동을 어떤 강도로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이 역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직접 장애를 경험 중이기에 사람이 발명한 그 어떤 센서보다 효능이 좋은 내 몸의 감각 기능을 통해 그 효과와 회복의 정도를 즉각,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작들을 하나하나 내 몸에 실험해 가면 된다는 게 병원 치료를 마치고 이른바 '자가 재활'에 나설 때의 내 생각이었다.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을 새로운 방법으로 이루려는 나의 시도는 너무도 무모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조차 인터넷에 떠도는 헛된 정보를 맹신하는 사이비 취급을 하기도 했다. 내 재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재활병원 원장님에게도 '인터넷에서 퍼온 근거 없는 정보를 들이대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긴 시간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려야만 했다.

자가 재활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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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서툰 강연에도 불구하고 큰 호응을 얻었던 강연 평소에 복지관을 이용하지 않던 장애인들이 보호와 함께 참여해 처음이라 서툰 내 강연을 들어주었다. 저들의 저 관심을 각자의 재활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게 하는 일 내가 져야 할 책임이다. ⓒ 서치식


내 자가 재활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었는데 병원 치료 과정을 면밀히 관찰해 그 원리를 깨우치고 이를 실생활에 응용해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고 생활 속에서 재활을 병행해 나가는 것이다.

예로 작업 치료의 시작과 끝에 빠뜨리지 않고 손가락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에서 착안해 인터넷을 통해 손가락 운동을 검색하니 사람의 기관 중 손가락, 발가락이 뇌세포에 가장 큰 자극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응용을 위해 양 손이 자유로울 때는 언제 어디서나 힘껏 주먹을 말아 쥐곤 한다. 이는 도서관 공부, 예배시간, 근무 중, 운전 시, 화장실 변기 위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는 중이다. 이의 효과를 난 실제 눈으로 얼굴로 느끼는 중이다.

역시 초기 작업 치료 시 이십대의 연약한 여자 치료사가 편마비된 내 왼팔을 크게 구동을 하면 어깨뼈를 찢는 것 같은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도 계속 구동 시키던 일을 생각해 내고는 잠자리에 들 때 팔 베게를 하곤 한다. 그 통증으로 처음엔 1분을 버티지 못했는데 시작한 지 4년이 지난 지금은 팔 베게를 한 채 잠이 들게 된다.

경추 수술을 하자마자 흉측한 할로배스트를 한 채로 틸트 테이블에 강제로 세우던 기억에서 설 때는 늘 어깨 넓이로 11자 자세를 유지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소변기 앞에 설 때도 여지없이 이 자세를 유지한다.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 재활운동을 촘촘히 배치해 두고 이를 엄하게 지켜나가는 일이 내가 이야기 하는 자가 재활의 요체인 것이다. 통증을 참아가며 억지로 하는 게 결코 아니다. 참을 수 있는 만큼만 하고는 잊지 말고 하다 보면 편해지는 순간이 오게 되더란 것이다.

자가 재활로 완전한 재활이 가능함을 하프 마라톤 완주로 증명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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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로 내 재활과정을 이야기 했다. 강연 중에 오마이 뉴스의 내 기사를 띄워 내 재활 과정을 설명 해 큰 호응을 받았다. ⓒ 서치식


지난 11월 7일 익산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이를 주제로 '휠체어에서 하프 마라톤까지'란 제목으로 첫 강연을 가진 바 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수많은 장애인들의 아픔과 좌절을 볼 수 있었다. 장애라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돌이킬 수 없다는 좌절을 안고 살아야 하는 그들을 위해 난 기필코 달릴 것이다.

재활 초기 재활은 의료진들에 의해 처방된 특수한 운동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재활을 필요로 하는 이 땅의 장애인들 역시 그런 생각으로 온통 병원치료에만 의존하게 된다. 만 3년간의 병원 치료를 스스로 마치고 이른바 자가 재활로 내가 목표로 한 완전한 재활을 거의 이룬 상태다. 준비되는 대로 하프 마라톤 완주를 당당하게 완주해 보이려 한다.

그리하여 장애를 운명처럼 안고 사는 이 땅의 장애인들에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재활에 임하는 자가 재활로 얼마든지 장애의 극복이 가능함을 내 몸으로 증명해 보이려 한다.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 #익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서치식 #전주시 공무원 #마라톤하는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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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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