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011년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힌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포옹을 하고 있다.
유성호
당시 여론은 무시한 채 언론을 탄압하고 각종 개발사업과 재벌 이익 몰아주기로 MB정부에 등을 돌리던 국민들은 기득권과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통 큰 양보를 하는 안 의원님에게 환호했고 저도 거기에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안철수'란 이름은 왜곡된 우리 사회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바꾸어 줄 것 같았습니다. 그때 저를 포함한 시민들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통해 안 의원님의 생각을 보고 싶어했고 또 일부 시민들은 대선 출마라는 행동으로 그 생각을 옮기기를 바랐습니다.
창조적 파괴 아니라 야당 파괴 통한 당권 획득 아닌가?안철수 의원님!
전 2012년 12월 대선 정국까지의 안철수만을 기억합니다. 그 이후의 안철수란 이름은 저에게 있어 실망과 무력감의 다른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안철수를 계속 지지합니다. 안철수란 이름에 '의원'이란 단어를 제외한 것은 정치인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V3개발자 안철수, 안철수 교수, 젊은이들의 멘토 안철수를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안 의원님이 정치권에서 떠나셨으면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벤처사업가와 학자일 때 당신은 상식적 원칙과 소신이 있는 사람이었으나 '새정치'라는 화두를 들고 정치권에 뛰어든 안철수의 정치철학은 알 수가 없습니다. 둘째, 국민을 감동시켜 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셨으나 지금까지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자리를 양보한 것 이후로는 어떠한 감동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셋째, 상황에 따라 변명과 수사, 자기합리화가 늘어갑니다. 각종 제안과 기자회견장에서 나타나는 형이상학적 단어들이 섞인 주제와 목적의식 없는 문장들이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하고 있습니다.
넷째, 최근 안 의원님께서는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야당의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고있으나 그 창조적 파괴가 안 의원님이 제안한 혁신전당대회에서 스스로 대표가 되는 것입니까? 그것은 창조적 파괴가 아니라 야당 파괴를 통한 당권 획득이 아닙니까?
다섯째, 어렵게 이룩한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들어 급속히 퇴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 오히려 야당 기득권에 목을 매는 일부 세력과 결탁하여 결과적으로 야당 분열로 이끄는 선두에 서 계시면서 여당 의원들에게 야권 전체가 조롱 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