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를 만드는 이영철씨야채와 고기를 뒤집을 때마다 하얀 김이 올라왔다. 꽤나 뜨거울 법 한데, 이영철(48)씨는 재료를 볶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이씨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하게 맺혔다.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 집중하다가도, 카운터 쪽에서 ‘맛있겠다’는 소리가 나면 슬쩍 돌아보고 웃었다.
김예지
"기분이야 좋지만, 늘 부담스럽지요. 응원하는 만큼 잘 만들어가야 할 텐데... 아직까지도 제 마음이 쉽게 제자리를 찾지 못해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쑥스러워요."20일 가게에서 만난 이영철씨의 얼굴에선 설렘보다 긴장이 느껴졌다. 그는 이날 "오전 5시까지 오픈 준비를 하느라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본격적으로 재개업 준비를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 때문에,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 많다. 가게 간판조차 새로 달지 못했다. 이씨는 "겨우겨우 힘겹게 시작했다"면서도, "고객과의 신뢰 때문에 올해 안에는 꼭 다시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5개월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재기를 꿈꿀 수 있던 것은 폐업 소식을 듣고 도움을 보낸 학생들 덕분이다.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제48대 학생회가 대표적이다. 정경대 학생회는 지난 9월부터 약 한 달간 소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비긴어게인 영철버거'라는 이름의 모금을 진행했다. (관련 기사 :
하루 만에 2000만 원, "영철버거를 살립시다")
이 펀딩에 고려대 학생을 비롯한 2765명(머니후원 1870명, 지지서명 895명)이 참여했고, 총 6811만 5000원이 모였다. 당초 목표했던 금액 800만 원의 8배가 넘는 액수다. 펀딩 하루 만에 2000만 원이 넘게 모였다. 이 돈으로 새로운 매장을 얻고, 가게를 꾸몄다. 이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브랜드 디자인과 마케팅을 도운 이들도 있다.
이에 보답하듯, 이영철씨도 영철버거의 변화를 꾀했다. 7000~8000원대의 '수제버거' 전략만을 고집하지 않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저렴한 '영철 스트리트 버거'를 부활시켰다. 또 '비긴어게인 영철버거' 프로젝트가 '지역공동체 회복'을 핵심 기치로 내세운 만큼, 재개업 이후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와 힘을 합쳐 여러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철버거가 자리 잡는 일이지만, 과거 어려운 시기에도 해왔던 활동이니까요. 내가 빵 하나 덜 먹으면 되니까... 이런 일을 해야 제가 당당해지고, 힘이 생기는 거 같아요.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노력하려고요."
'영철버거 살리자' 펀딩 성공으로 재개업... "응원하는 만큼 잘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