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농민대표' 김현권 "촌놈이 개고생하는데..."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인터뷰 전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록 2016.03.22 15:33수정 2016.03.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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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 더민주 비례1등 '농민' 김현권 "잘못된 농업 관련 법부터 손질!" ⓒ 오마이TV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아래는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색깔 있는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는 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진통 끝에 결국, 김종인 대표와 김종인 대표 몫의 전략공천, 노동·청년 전략 지역 그리고 당직자 후보 분야를 제외한 25명 후보의 순위 투표를 끝냈습니다. 그 결과, 농어민 비례대표 후보인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1위를 차지했는데요. 오늘은 김 수석부위원장을 전화로 연결해서 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중앙위 상황, '왜 꼭 농민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가'에 관해 대화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어제 열린 중앙위 현장 상황부터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현장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회의만 7시간을 한 건 아니고요. 물론, 앞에 회의가 있었어요. 그 회의도 여러 주제로 꽤 길게 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라는 게 그렇잖아요. 서로 자기 하고 싶은 얘기 해야 하고, 참으면서 들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의견 모아서... 원래 투표하려 한 거 했죠. 연설 시간도 길었고요. 25명이 2분씩 연설을 했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개표하는 데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중앙위원회 회의의) 주요 쟁점이 어떤 거였습니까? 주로, 중앙위원들이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의견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원래 어제 말고 그저께에 중앙위원회가 준비됐다가 하루 연기됐잖아요. 그저께는 A, B, C 그룹으로 칸막이를 치려 했어요. 그렇게 하면 (칸막이) 10번까지는 사실상 당선이잖아요. 그 안에서 순위투표를 하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거고. 10번에서 20번까지 칸막이를 쳐 놨는데, 당선 안정권은 15번 정도로 보고 있더라고요.

선거라는 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목표를 잡고 나가는 거잖아요. 그러면 안정권은 넉넉잡아서 18번까지 해서 운동해 나간다고 치면, 20번까지도 8명이 당선되는 거고, 2명 떨어지는 거고 이렇게 되면 사실상 중앙위원한테 제출된 후보 목록에 관한 선택권이 전혀 없는 거잖아요. C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당선을 시킬 수도 없는... 20번 밖에서 아무리 좋은 번호를 줘 봐도 당선이 안 되잖아요. '이렇게 칸막이를 쳐 놓은 것 자체가 문제다'라고 해서 첫날은 그 안이 상정 자체가 못 됐어요. 당헌 위배라 해서...

어제는 논란이 됐던 게 무엇이었냐면 후보 목록을 35명으로 제출하고, 당헌에 따르면 당선 안정권 20%를 지도부가 권한 행사할 수 있게 돼 있어요. '35명 중 7명에게 (김종인 대표가) 권한 행사하겠다'고 얘기가 됐는데 사실 35명이 안정권이 아니잖아요. 제출된 목록이 35명이라는 거지. 7명을 (대표가 추천하는 건) 과한 것 아니냐."


-당헌에 나온 것은 당선권의 20% 아닙니까?
"그런데 확대 해석을 한 거죠. 토론하다 보니까 대표님 생각도 아니었던 것 같고요. 비대위에서 일단 그렇게 안이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생각한 묘수라 할 수도 있겠네요? 김종인 대표를 배려하는 식으로... 그렇지만 이것은 결국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맞죠. 그거를 다시 논의해서 '넉넉하게 잡아서 20위를 안정권으로 보고 권한 행사를 비대위에서 4석을 하시라'. 그리고 '원래 당헌에 규정돼 있는 노동, 청년, 취약 지역, 당직자 분야 분들한테 1석씩 배정하자' 8석을 배정하기로 하고 나머지 (일반 명부 후보자) 25명을 놓고 순위 투표를 한 거에요. 그 논의를 하느라 시간이 걸린 거죠."


-그래도 '첫 번째 나왔던 당헌 위배에 해당하는 안보다는 진정된 안이 나왔다'고 중앙위 회의 결과를 평가할 수 있겠네요.
"어제 마련된 안은요. 당헌에 충실했고, 비대위 입장도 살렸고. 중앙위원회는 중앙위원회에서 자기네가 할 말, 해야 할 일 다 한 거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매우 합리적으로 잘 정리됐다고 생각합니다."

-A, B, C 그룹의 칸막이를 없애 버리고 투표했더니 그 결과가 너무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우선, A 그룹이 당선 안정권이었는데 상당수가 뒤로 밀렸어요. C 그룹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그룹으로 알려졌는데 대거 상위권으로 올라오는, 그야말로 '이변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다고 보십니까?
"지도부는 목록을 제출할 권한을 가지는 거고, 중앙위원회는 그 목록을 보고 선별할 수 있는 권한과 임무가 있는 거죠. 중앙위원회는 제출된 목록이 나온 뒤에 언론에 밝혀진 내용 같은 거 있잖아요.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것도 있고... 인사들에 관해 보는 관점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런 측면에서 중앙위원회는 일종의 집단지성을 발휘한 거라 봐야 하지 않을까요? 중앙위원회가 (지도부에서) 제출된 목록을 그대로 수임해야 할 기구라면 왜 필요하겠어요? 거를 건 거르고, 채택할 건 채택하는 역할을 중앙위원회가 충실히 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중앙위 투표 결과 당당히 1위를 하셨어요. 당직자들 취재해보니까 '농어민 어려울걸...', '워낙 당을 경제 정당화한다고 하고, 경제를 핵심 의제로 끌고 가려 하니까 농어민 후보 힘들 거야'라고 예측했거든요. 막상 투표함 열어 보니 1위를 하셨어요. 그때 심정이 어떠셨습니까?
"'사람들 마음이 참 따뜻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저를 굳이 1위를 시켜 준 이유가 있었겠어요? 시골에서 고생하다가 그것도 당에서 보면 험지 중에 하나잖아요. 경북 음성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여기서 그런 활동을 하는 걸 당에서도 알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에 관한 사람들이 일종의 보상심리 비슷하게 배려해준 것 아닌가. 제 능력을 볼 기회도 없었을 거고... '촌놈이 먼 곳에서 개고생하는데 밥이라도 한 그릇 사줘야지' 이런 생각 아니었을까요? (웃음)"

-제가 알기로는 김현권 부위원장님은 젊을 때 학생운동을 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약관을 넘어서 서른 즈음인가요? 고향으로 내려가서 농사지으면서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하신 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세월이 25년이라 들었는데요. '김현권이 꿈꾸는 사회'는 어떤 건가요?
"그거를 딱 얘기하긴 참 그렇네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떨 때는 '내가 이 시골에서 나만 편하게 살아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물론, 일하면 몸은 험하죠. 그래도 제가 서울 가서 친구들 만나고, 사람 사는 거 보면 '참, 사람 사는 게 힘들구나', '왜 이렇게 힘들게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인가...' 이런 생각 들 때가 많고요.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주 간명하게 정리하시네요. 모두가 바라는 꿈이거든요... (웃음) 아유, 정말 이 경쟁 사회에서 피곤해 죽겠어요.
"맞아요. 경쟁사회에 있잖아요. 우리가 경쟁에 너무 시달리는 것 같아요. 제가 학부모 운영위원장도 오래 했는데요. 애들을 너무 경쟁으로 몰아넣고요. '밟아야 살아간다'고 부모가 가르치는 세상인데 너무 잔인한 것 같아요."

-한우 농가를 경영하시는 김현권 농민은 왜 20대 총선 국회의원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작년에 더불어민주당 내에 농어민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었어요. 원래는 없었어요. 대체로 없어요. 새누리당도 없어요. 그러니까 더불어민주당에서 전국 조직, 상설 조직으로 농어민위원회를 만든 거에요. 처음이에요. 획기적인 일이에요."

-예전에 강기갑 의원 있을 때는 (농어민위원회가) 없었을까요?
"그때 민주노동당 때였잖아요. 민노당은 대체로 농민이 주축이었고, 그 당은 거의 농업에 중심적인 과제로 봤던 당이어서... 따로 농어민위원회가 필요하진 않았을 거예요. 당원의 절반은 농민이었을 테니까... 그런 소규모 진보 정당 말고, 거대 여당이나 야당에는 전국 조직, 상설 조직의 농어민위원회는 없었어요. '농어민위원회 차원에서 정치인을 배출해야 하지 않느냐?'. 말씀하신 강기갑 의원 이후로 농민 국회의원은 맥이 끊어졌거든요. 이래서는 안 된다. 농어민위원회에서 '농민 국회의원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국에 후보 공모하고, 내부 경선을 거쳤습니다. 제가 참여해서 당의 후보가 된 거죠."

-이렇게 당내에서 적극적으로 농어민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에서 후보 선출을 위해 노력했네요. 이번에 경선을 뚫고 당선될 분을 당 지도부가 C 그룹에 넣은 거예요.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정당이네요...
"그거는 비대위에서 C 그룹에 넣은 거고, 중앙위원회에서 살려서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이런 정당'이라 하면 안 되죠. 중앙위원회도 그 정당이니까."

-애당심이 투철한 당원이신 것 같아요. 제가 살짝 건드렸더니 바로 치고 올라오시네요. (웃음) 맞습니다. 한미FTA 체결 당시 미국산 쇠고기 반대하는 여중생들의 촛불시위를 기억하실 겁니다. 벌써 2008년 일인데요. 그 뒤로 정말 정신없이 FTA가 많이 체결됐습니다. 최근에 한중FTA까지 체결돼서 '국내 농가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농민 정책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센데요. 이번에 20대 국회의원이 되신다면 농민 문제와 관련해서 최우선으로 해결하거나 처리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게 있다고 보십니까?
"(만약 당선되면) 야당 국회의원이 되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내용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제 나름대로 여러 파트의 정책을 정리하는데요. '제가 가진 정책들이 야당 안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웃음) 세다기보다도 관점이 다른 게 많고요. 접근방법이나 생각이 다른 게 많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농민이고, 현장에서 그동안 봐오면서 근본적인 문제들에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단, 제 생각을 농업학자 등 전문가와 의논을 많이 해봐야 할 거로 생각하고요.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돼야 진행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쭉 정리해두시면 언젠가는 (실현)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정말 정권교체를 꼭 하고 싶고요. 정권교체를 꼭 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현안을 풀어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고요. '농업 정책 전반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어디를 가나 그렇게 얘기를 해요. 그런 면에서 기회가 된다면 제가 가진 생각을 더 많은 사람과 심도 있게 토론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시고, 정권교체 이후에 25년 동안 현장을 지킨 농민 출신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웃음) (농민 출신의 농림부 장관을 통해) '진짜 농정을 해볼 수 있는 나라가 오면 어떨까'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하고 싶어요. 그런 생각을 한 지는 오래됐고요. 국회에 들어가서 공부도 하고, 그런 기회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꼭 내고 싶은 1호 법안은 어떤 겁니까?
"1호 법안이라기보다는요. 우선, 잘못된 법을 고칠 게 많아요. 고쳐야 할 법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농협법, 농협 선거법, 자조금 관리법 등 손 볼 게 많아요. 상공회의소 있잖아요? 상공인들이 자주적으로 모여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보장하는 법이 상공회의소법인데요. 그와 유사하게 농업회의소법을..."

-우리는 농업회의소법이라는 게 없잖아요.
"지금 시범사업을 하는데 법적인 뒷받침이 안 되고 있어요. 유럽의 많은 나라는 농업회의소가 활성화돼 있어요. 농업 선진국들은 농민이 스스로 농정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됩니다. 우리는 그런 장치가 안 돼 있어서... (농업회의소법 안착) 그것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보고요."

-사실 그동안 우리가 '민주화를 통해 산업화를 이룬 나라'인데도 산업화에 밀려서 농업 문제가 소홀하게 여겨지고, 때에 따라서는 천대하는 경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김현권 수석부위원장께서 국회의원이 되신다면 '농민을 위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지지자,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듣겠습니다.
"필리버스터 중단하고, 최근에 시끄러운 일이 있을 때 저도 카톡으로 탈당계 여러 번 받았어요. 제 주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잘 못 한다', '내가 왜 탈당하는지를 당에 반드시 전달해달라'고 문자 보내주신 분이 여럿 있었고요. 정말 좋아하고 괜찮은 분들이 탈당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길게 봤으면 좋겠어요. 너무 빨리 예단하지 마시고. 이게 잘못되면 그 사람만 잘못하는 거 아니잖아요. 나도 잘못할 수도 있고, 환경이 꼬이다 보면 그럴 수도 있고. '길게 보고, 기다리고, 함께 풀어나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야권에, 진보적인 분들이 너무 조급하세요. 하나의 사안이 있으면 꼭 판단하고, 반응하셔야 하는 분이 있어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기다리고, 다른 각도에서 보는 이런 노력을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너무 건방진 얘기 했는지 모르겠는데요. 마음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끝>
#김현권 #장윤선 #팟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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