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계곡이 감도는 괴산 도명산

등록 2016.04.07 14:38수정 2016.04.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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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월) 구미평일산악회 회원들과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에 있는 도명산을 다녀왔다. 도명산은 화양계곡으로도 유명하다. 화양은 조선시대 유학자인 우암 송시열이 이름 지었다. 원래 이곳의 명칭은 황양나무(회양목)가 많아서 황양계곡이었다. 조선 후기 노론세력의 우두머리였던 송시열은 이 계곡에서 자주 휴양을 했다. 그는 중국을 본 받아야한다는 의미에서 중화 화(華)자와 볕 양(陽)를 붙여서 계곡 이름을 화양계곡이라고 고쳤다.

a  화양구곡 제2곡 운영담

화양구곡 제2곡 운영담 ⓒ 여경수


특히 화양계곡에는 만동묘라는 사당이 있다. 이 사당은 명나라 왕들이 임진왜란 당시에 조선을 도와준 공덕을 기리고자 세운 비이다. 숙종 시대인 1689년 송시열이 죽기 직전에 그의 제자들에게 명나라 왕인 신종과 의종을 배향하는 사당을 짓도록 유언을 남긴다. 이에 따라 송시열의 제자들이 1703년도에 현재 위치에 만동묘를 건립했다. 이미 명나라가 멸하고 청이 중국에 세워졌던 시절이다. 그런데도 패망한 명나라의 왕들을 기리는 송시열의 정치적 신념에 대해서는 그리 탐탁지 않다. 노론세력들은 임진왜란 승리의 주역이 의병이었음에도, 의병들의 공을 과소평가했다. 만동묘는 명나라에 대한 사대정신을 강조한 노론 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있는 장소로 여겨진다.


a  만동묘

만동묘 ⓒ 여경수


만동묘 옆에는 1695년에 송시열을 배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화양서원이 있다. 화양서원과 관련되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대원군이 되기 전에 화양서원에 들렀다. 이하응은 화양서원의 문지기에게 봉변을 당했다. 분에 못이긴 이하응이 당시 노론의 핵심세력들에게 그 문지기의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훗날 권력자가 된 흥선대원군  1871년 서원철폐 개혁과정에서 화양서원 역시 훼철했다. 흥선대원군이 전국에 47개의 서원만 남겨 두고 화양서원을 비롯한 수많은 서원을 철폐한 이유는 나름 그 의미가 있다. 조선 후기에는 수많은 서원이 그 원래의 기능을 상실했다. 지방 곳곳에 있던 서원이 지역 유지들의 군역과 세금의 면탈에 이용되었다. 또한 서원이 배움이 전당이 아니라 일부 가문이나 정치적 노선을 중심으로 패거리 문화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화양계곡은 9가지의 계곡이 있다고 해서 화양구곡으로도 불린다. 이곳의 바위 재질은 화강암으로 오랜 세월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바위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화양1곡인 경천벽을 지나서 화양동탐방지원센터 앞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제2곡은 운영담이다. 운영(雲影)은 구름의 그림자가 계곡에 비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3곡은 읍궁암이다. 읍(泣)을 운다는 의미이며, 궁(宮)을 궁궐을 의미한다. 송시열이 효종이 승하한 소식을 듣고 한양 궁궐을 향해서 바위 위에서 소리내어 울었다고 이름이 붙여졌다. 송시열은 효종의 스승이었다. 읍궁암 맞은편에 만동묘와 화양서원이 자리잡고 있다.

a  화양계곡 금사담

화양계곡 금사담 ⓒ 여경수


a  화양계곡 첨성대

화양계곡 첨성대 ⓒ 여경수


제4곡인 금사담은 맑은 물에 금빛 모래가 비췬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제5곡인 첨성대는 자연 천문관측소이다. 이 바위에 올라가서 별자리를 관측했다고한다.


우리는 첨성대에서 도명산 등산길로 올라갔다. 계곡에서 도명산 정상(643m)까지 대략 2시 20분 거리이다. 도명산 정산 바로 밑에는 큰 바위에 부처님을 새긴 마애삼존불이 있다. 고려 말기에 바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새겨진 마애삼존불은 뚜렷하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부처님의 인자한 얼굴을 찾을 수 있었다.

a  도명산 마애삼존불

도명산 마애삼존불 ⓒ 여경수


도명산 정산을 등반한 이후 우리는 제8곡 학소대 방향으로 하산했다. 학소대는 학이 알을 낳는 곳이라서 학소대로 이름이 붙여졌다. 제7곡 와룡암과 제6곡 능운대를 거쳐서 내려오면서, 우리는 다시 만동묘 앞을 지나서 차량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한국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만동묘를 직접 본 의미가 있는 산행이었다. 화양계곡은 산행의 피곤함을 잊게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경수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hunlaw.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도명산 #화양계곡 #만동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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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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