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생활하는 이주민 애환, 그림에 담았어요"

[인터뷰] 개인전 연 베트남 근로자 차우 씨, 유튜브에서 영상 보고 그림 배워

등록 2016.09.11 10:14수정 2016.09.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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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16.09.10 개인전 연 베트남 노동자 차우씨

2016.09.10 개인전 연 베트남 노동자 차우씨 ⓒ 송하성


남다른 그림 실력을 갖춘 베트남 외국인 노동자가 화성시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웬 덕 차우(Nguyen Duc Chau. 29세) 씨는 9월 10일부터 19일까지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발안만세시장 '갤러리 터'에서 초청 기획전 '회귀(回歸)-돌아가다'를 개최하고 있다.

베트남이나 한국에서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차우 씨는 평택의 공장에서 CNC가공일을 하며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24일 주한 베트남EPS근로자관리사무소가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구정맞이 행사를 할 때 베트남 이주민들에게 신년 그림을 그려주며 큰 인기를 끈 그는 이번에 커피로 그린 그림을 선보였다. 개인전 준비에 바쁜 그를 기획전 오픈 당일 갤러리 터에서 만났다.

- 개인전을 처음 열게 됐는데 소감은?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베트남 부모님께도 전화로 말씀드렸는데 무척 좋아하셨다. 꼭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셨다. 하지만 정식으로 미술 공부를 한 적이 없어 부족한 점이 많다. 그동안 공장에서 일하며 틈틈이 여러 가지 주제의 그림을 그렸지만 사람 얼굴을 주제로 그린 것은 처음이다. 개인전을 관람하는 분들이 부족한 저의 그림을 많이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10여 점 작품 대부분이 베트남 사람들의 실제 사진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 재료는 커피다. 이전에 한국에서 4년 10개월간 근무하다 베트남으로 돌아간 뒤 다시 한국에 와 2년째 일하고 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니까 늘 그립다. 부엌에서 허리 굽혀 가족의 밥을 차리고 계실 우리 어머니, 들판에서 물소치기 아이들이 서로 큰 소리로 부르는 것 등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고향을 떠나 먼 타국 땅에서 생활하는 모든 분들이 바쁘고 힘든 일상을 잠시 잊고 평안을 느끼길 바란다."

a  지난 1월 24일 주한 베트남EPS근로자관리사무소의 설날맞이 행사에서 베트남 이주민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차우씨

지난 1월 24일 주한 베트남EPS근로자관리사무소의 설날맞이 행사에서 베트남 이주민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차우씨 ⓒ 송하성


- 왜 커피를 그림 도구로 사용했나?
"그림 그리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 어렵다고 느낀다. 붓으로 그림을 그릴 때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커피로 그리면서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커피로 그리는게 더 어렵다. 나는 이전부터 그림에 색을 입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흰색, 검은색 등의 무채색으로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커피는 이런 나의 그림에 잘 어울린다."

- 그림을 배운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리게 됐나?
"어렸을 때, 아마 8살이었던 것 같다. 집에 돈이 없어 그림을 배우지 못하고 사진을 보고 공책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유튜브에 누군가가 올린 그림 그리는 영상을 보고 많이 배운다. 한국이든 어디든 정식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배우고 싶지만 이제 나는 나이도 많고 일도 해야 한다. 지금도 일이 바빠 1~2주에 하나밖에 그리지 못한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데 3개월이 걸렸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한국에서 7년간 일하며 베트남에 집도 짓고 부모님과 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해드렸다.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준 한국에 감사한다. 목표라면 베트남의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개인전이 잘 끝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국생활을 잘 해나가고 싶다."

주말이면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에 와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차우씨는 얼마 전 바리스타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매주 일요일에 화성발안시장의 갤러리 터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이애경 센터장은 "차우씨는 성실하고 착하고 재능이 많은 외국인 근로자"라며 "그림을 배운 적도 없으면서 타지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있는 차우씨가 기특하고 훌륭하다"고 말했다.

a  2016.09.10 개인전 연 베트남 근로자 차우씨와 이애경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장

2016.09.10 개인전 연 베트남 근로자 차우씨와 이애경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장 ⓒ 송하성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 #차우 #베트남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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