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을 35분 늘리는 '깔딱고개' 용마산 깔딱고개. 570개의 나무 계단을 오르려니 숨이 깔딱깔딱한다고 깔딱고개인것 같은데, 실제로 그리 힘들지는 않다. 다 오르면 '당신의 수명은 35분 늘었으며 90kcal를 소모하셨습니다'라는 반가운 표지판이 서 있다.
김경년
접근성·전망·볼거리 3박자 갖춘 8개 코스... 스탬프 찍는 재미도 '쏠쏠' 10년 전 제주올레길이 공전의 히트를 친 후 전국적으로 '길 만들기' 열풍이 일어났다. 그 바람이 서울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600년 역사도시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만 연결하면 나무랄 데 없는 길이 될 거라 생각한 거죠. 풍수지리적으로 서울은 내4산(낙산, 북악산, 인왕산, 남산)과 외4산(북한산, 관악산, 용마산, 덕양산)이 있는데, 내4산은 이미 서울성곽길로 이어져 있으니 외4산을 이은 겁니다." 김성경 서울시 서울숲길팀장의 말이다.
서울둘레길은 지난 2009년부터 계획을 시작해서 2014년 11월 총 8개 코스, 28개 구간이 개통됐다. 숲길과 하천길, 마을길을 연결한 총 길이는 157km에 달한다. 공모를 통해서 '서울둘레길'로 명칭을 정했다.
서울둘레길의 자랑을 꼽으라면 서울시 담당자나 이용자들 모두 편리한 접근성을 든다. 집에서 나가 조금만 걷든지 버스나 지하철은 타면 서울시내 웬만한 곳에선 30분 이내에 가까운 둘레길에 도착할 수 있고, 힘들거나 문제가 생겨 걷기를 중단해야 할 경우에도 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올 수 있다는 것.
둘째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전망이다. 숲을 걷는가 싶으면 잠시 후 도심의 건물숲을 조망할 수 있고, 마을길을 걷는가 싶으면 바로 산 정상에 올라 건너편 산의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
셋째는 곳곳에 숨어 있는 볼 거리. 조선왕조 이래 6백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수도답게 걷다보면 다양한 역사적 명소와 조상들의 삶의 흔적들과 맞닥뜨린다.
구간을 찾아다니며 스탬프 찍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각 코스의 시작점에서 스탬프북을 받아 구간마다 설치된 빨간 우체통에서 28개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완주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다음 코스도 가고싶게 하는 스탬프 2년여동안 서울둘레길을 5번 정도 완주했다는 방재형씨의 스탬프북. 28개 전 구간을 완주하면 완주증을 받을 수 있다.
방재형
직접 걸어본 둘레길... 탁 트인 전망, 푸르른 하늘이 반기더라기자는 지난 9일 일요일 담당 공무원들이 서울둘레길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추천한 2코스(용마·아차선코스)를 다녀왔다.
집이 있는 은평구 연신내에서 3호선, 1호선, 6호선을 갈아타며 1시간이 걸려 출발지인 화랑대역에 도착했다.
서울시가 펴낸 안내서에는 화랑대역 4번출구에서 묵동천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고 돼 있는데, 길치여서인지 찾기 어려웠다. 처음 가보는 동네도 구경할 겸 천변길을 포기하고 그냥 마을길을 걷기로 했다. 다행히 지하철역 두 정거장쯤 걸으니 양원역 길바닥에서, 반가운 '서울둘레길' 표시를 볼 수 있었다. 여기부터는 길바닥 표시와 나무에 걸려 있는 주황색 리본만 따라가도 충분히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었다.
중랑캠핑숲을 지나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 등 나지막한 산들을 잇는 등산로는 듣던 대로 수도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토포인트였다. 앞으론 빽빽이 들어선 도시의 빌딩숲과 멀리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등의 능선이 늘어섰고, 뒤로는 하늘로 치솟은 제2롯데월드를 위시한 강남권과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었다.
망우묘지공원을 지날 때면 이곳에 묻힌 수많은 문학인들과 독립지사들의 묘 앞에 서 있는 표지를 읽으며 지나는 재미가, 아차산에는 1500년 전 고구려군이 이곳을 지키기 위해 지었다는 20여 개의 보루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서울시가 안내서에 표시한 2코스 걷기 적정 소요시간은 5시간 10분. 오전 11시 시작지점인 화랑대역을 떠났는데 도착지점인 광나루역까지 와서 시간을 보니 4시 반이었다. 5시간 반이 걸렸으니, 초반에 길을 헤매고 군데군데 볼거리를 감상하느라고 게으름을 피운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보름 전만 해도 북한산의 낮은 봉우리를 오르다 보면 땀이 비오듯 했는데 걷기를 끝냈는데도 목에 두른 수건이 아직 뽀송뽀송하다. 가을의 입구로 들어섰다는 증거다.
무릎도 아프고 어깨도 뻐근하지만 산을 걸으면서 본 건너편 산들의 능선과 푸르른 하늘, 새털같은 구름들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아파트 숲 사이로 흐르는 한강 아차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강남지역. 우뚝 솟은 제2롯데월드 건물과 함께 아파트 숲 사이로 한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김경년

▲아차산 보루에서 휴식 고구려군이 지었다는 아차산 정상 보루에서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산 아래 광진교와 강동대교가 보인다.
김경년
8코스와 2코스 '가장 선호'... "지금이 걷기에 최적의 계절"서울시가 올 상반기 8개 코스 완주자 14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둘레길에서 가장 선호되는 코스는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 8코스(북한산코스, 23.9%)와 수려한 전망을 자랑하는 2코스(용마·아차산코스, 11.3%)였다.
완주자의 90.4%가 만족(매우만족 35.8%, 만족 54.6%)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재방문 의사도 86.8%나 됐다.
서울둘레길 개통 이래 전 구간을 돌고 완주증을 받아간 사람은 모두 1만 800여명. 서울시 담당직원들은 6살 손주, 엄마아빠, 할아버지가 함께 와서 완주증을 받아가던 광경을 잊을 수 없다며 서울둘레길이 이제는 '가족끼리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향후 걷기에 더욱 재미를 보태줄 스토리텔링을 발굴하고 주민 스스로 운영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서울둘레길아카데미를 매년 열어 자원봉사자들을 양성하고, 초심자나 혼자 걷기 어려운 사람 20명을 뽑아 매주 수요일 산을 함께 걸으며 숲해설, 문화해설, 자연물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길동무' 프로그램과 매주 토요일 12주간에 걸쳐 둘레길 157km 전 구간을 완주하는 '100인 원정대'도 운영되고 있다.
서울둘레길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이상민 팀장은 "날씨도 선선하고 푸른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지금이 둘레길을 걷기에 최적의 시기"라며 많은 시민의 참여를 권했다.
이 팀장은 다만 "아직도 길을 안내해주는 주황색 리본이나 스탬프를 떼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관리에 애로점이 있다"며 "둘레길은 직원들뿐 아니라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가꿔가는 만큼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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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솔솔, 둘레길이나 한번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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