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한국어 공부한 네팔 아내의 암송 실력은?

수원시 다문화복지센터 말하기대회 겸 끼 대회 참관기

등록 2016.10.21 10:20수정 2016.10.21 10:20
0
원고료로 응원

수원시다문화센터 말하기대회 겸 끼대회 축하공연 어제 있었던 수원시다문화센터 말하기대회 겸 끼대회에 중국과 베트남 결혼이주민 여성 축하공연팀의 공연 모습과 준비 ⓒ 김형효


아내는 지난 2011년 12월 네팔에서 나와 결혼해서 11개월 정도를 네팔에서 살다 2012년 9월에 한국에 왔다. 결혼 당시만 해도 우리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네팔에서 한국문화원을 하며 네팔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네팔학생들과 함께 내게 한국어 수업을 받았다. 한국에 올 때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지내기로 결정하고 2013년부터 이주민복지센터와 한국어 방문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네팔대지진으로 구호활동을 떠나게 되면서 한국어 공부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한국어 공부는 8월부터였다.

알뜰히 공부한 시간을 따져보면 3년 정도 된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말하기대회를 준비한다며 어려운 단어, 어려운 발음들에 관해서 묻고 작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스스로 쓰고 발표한 산 이야기를 보니 기자이자 텔레비전 리포터를 지낸 실력이 발휘된 느낌이다. 네팔어로 번역해서 네팔인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저는 산이 좋아요(기본발표문)

먼주 구릉

저는 네팔 사람입니다.
저는 해발 삼천 미터 높은 곳에서 태어나서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다보다 산이 더 좋습니다.
산마을은 경치가 좋고 공기도 맑습니다.
산에는 나무가 많아서 항상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산에 올라가는 동안 흘린 땀도
시원한 산바람이 다 말려줘서
몸과 마음이 금방 시원하고 편안해집니다.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는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보이는 구름도 멋있습니다.
멀리서 산꼭대기를 보면
산꼭대기가 하늘과 붙어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거기에 가면
하늘을 손으로 만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제 고향에서는 산에 조금만 올라가도
여러 가지 약초와 버섯을 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채소와 곡식을 심어서 언제든지 먹을 수 있습니다.
산에 심은 감자와 고구마는 정말 맛있습니다.
그리고 닭, 소, 돼지, 염소 등을 직접 길러서
신선한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마을에서는 돈이 조금만 있어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산사람들은 산에서 나는 것들을 나누면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산이 너무 좋습니다.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아내 사진 왼쪽 사진 왼쪽 아내 먼주 구릉과 사진 오른쪽 위 아내의 한국어 선생님 그리고 사진 오른쪽 아래는 함께 참가한 네팔인 두 여성 ⓒ 김형효


시인의 아내이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작문을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꾹 참고 그런 아내를 지켜보았다. 스스로 읽어가다 특별히 틀린 발음이 있으면 끼어들어 교정을 해주고는 했다. 어제가 대회였고 나는 때마침 격일근무 중 비번일이어서 응원을 갔다.

행사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아내는 모든 원고를 마쳤다. 가산점이 주어진다는 1분 추가답변문까지 완성하여 암기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처음 배우는 한국어로 3년여 공부해서 작문하고 그것을 암송한다는 것을 매우 어렵게 생각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본발표문과 추가발표문을 모두 암기했다. 어제 열린 행사에서 첫 번째 참가자 발표를 성공리에 마쳤다. 한두 군데 발음이 좋지 않았지만,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나는 어제 행사를 보고 나서 욕심이 생겼다. 이제 시낭송을 시켜보아야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명시를 몇 편 골라 암송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다.

어제 행사에는 러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네팔, 중국 등지에서 시집와 사는 결혼이주민 여성들이 발표에 나섰다. 주제는 산과 바다, 여름과 겨울, 시골과 도시였다. 주제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이유와 고충들을 짧은 문장으로 소개하는 세 팀과 자기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춤, 한국노래자랑 순으로 열렸다.

아내는 참가상을 받는데 그쳤지만 끼 부분에 참가한 네팔인 참가자 두 사람은 최우수상(뿌자 라나)과 우수상(쁘라야트나 구릉)을 받았다. 이제 가능하다면 한국어로 더 많은 글을 쓰고 시도 쓸 수 있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말하기 발표중인 아내와 긴장된 표정의 다른 참가자들 사진 아래는 네팔인 여성의 끼 대회에 참가해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다. 사진 위는 아내가 산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김형효


아래는 추가발표문이다.

저는 산에 자주 갑니다.
사실 제 고향에서는 300m, 500m 정도 되는 산은 산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언덕이라고 부릅니다. 1000m가 넘어야 산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산을 오르기는 정말 쉽습니다.
낮은 산은 안전하고 올라가기가 쉬워서 더 자주 올라갈 수 있습니다.
등산을 하면 운동도 되고 계절마다 바뀌는 경치를 감상하기도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광교산이나 팔달산에 자주 갑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때마다 산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저는
산이 많은 한국에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수원시다문화센터 말하기대회 #먼주 구릉(MANJU GURUNG) #네팔전통춤 최우수상 뿌자 라나 씨 #한국 노래 공연 네팔인 우수상 #네팔 전통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2. 2 "어버이날 오지 말라고 해야..." 삼중고 시달리는 농민
  3. 3 오스트리아 현지인 집에 갔는데... 엄청난 걸 봤습니다
  4. 4 "김건희 특검하면, 반나절 만에 다 까발려질 것"
  5. 5 '아디다스 신발 2700원'?... 이거 사기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