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찔째 먹는 숲골 사과 껍질째 먹는 건강 사과, 뚜껑을 여니 향긋한 내음이 집 안에 가득 퍼진다. 택배기사님 밝은 얼굴에 좋았던 기분, 사과 맛보며 한껏 더 올라간다. 깜짝 놀라는 데는 비록 실패했지만.
조혜원
세상에, 또 택배다!사과 내음에, 친구의 짠한 마음에 흠뻑 취해 있는 가운데 차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현관을 두드린다. '누구지?'
세상에, 또 택배다! 이번엔 사진 달력! 여러 해 전 일 하다 인연을 맺은 사진작가 선생님. 얼마 전 자기 사진으로 만든 달력을 보내 주겠다고 하셨는데 그게 딱 오늘 도착한 거다. '오, 행운이시여! 오늘 내게 제대로 와주셨나이다!' 눈을 치우지 않았다면 달력 건네주신 택배기사님도 차 끌고 예까지 오긴 참 어려웠을 텐데. 깜짝 선물들이 아녔어도 이 눈은 치우긴 했을 테지만, 눈 쓸어낸 보람을 이렇게 제곱으로 안겨 주시다니. 아, 오늘 눈 쓸기를 잘했다. 아니, 눈님이 정말 잘 와주셨다.
눈과 함께 온 깜짝 선물, 여기서 끝인 줄 알았건만, 또다시 내게 온 선물. 우리 집 위쪽에 컨테이너 두고 귀농 준비하는 아저씨가, 이 눈길을 뚫고 오셨다. 눈길에 설마 오시랴 싶어 윗길은 쓸지 않았건만, 아래쪽이라도 눈 치운 게 고마우셨는지 아귀포를 주신다. 전에도 더러 맛보게 해 주신, 그래서 우리 부부 고급 술안주 몫을 톡톡히 했던 여수산 맛난 아귀포를, 하필 또 오늘!
아귀포 선물까지 받아들고 나니, 좀 멍하다. 우리 부부, 눈 한두 시간 쓸었을 뿐인데, 눈 치운 보람을 느끼기엔 이 많은 선물들이 도체 감당이 안 되는 거다. 우리 부부와 얽히고설킨 이 인연들은 눈 펑펑 오는 이 날, 이번 겨울 들어 처음 눈을 치운 오늘, 마치 다 같이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한가득 깜짝 선물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