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소방대원의 코인 챌린지, 그 유래와 의미는?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5] 재미와 자부심을 한 번에 잡는다

등록 2017.01.29 16:19수정 2017.01.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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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국소방대원 코인들

미국소방대원 코인들 ⓒ 이건


미국소방대원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 중에서 '코인'은 빠지지 않는 아이템중 하나다.

코인은 우리나라의 오백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더 크고 두꺼운 원형이 보통이지만, 방패 모양이나 군대에서 사용하는 인식표(dog tag)와 같은 다양한 스타일의 코인도 있다.

누가 언제부터 왜 코인을 만들었는지 그 유래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고대 로마의 기록에서 그 단서의 일부를 찾을 수 있다.

로마시대에서는 그날 전투에서 잘 싸운 군인에게 일당과 함께 보너스로 코인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 코인은 특별한 의미를 담아 제작한 것으로 코인을 지급받은 군인들은 물건을 사기보다는 기념으로 잘 간직했다고 전해진다.

코인의 유래와 관련해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한 미군 장교가 자신의 부하 조종사들에게 소속부대의 상징이 새겨긴 코인을 선물로 나눠준다. 어느 날 그의 조종사 중 한명이 독일병사들에게 생포되면서 아주 작은 가죽지갑에 들어있던 코인만 빼고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탈출에 성공한 그는 프랑스로 도피하지만 오히려 프랑스 군인들로부터 스파이 혐의를 받고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인다. 그때 그가 소지하고 있던 코인을 알아본 한 프랑스 군인에 의해 그의 신원이 확인되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부대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코인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 군대문화로부터 시작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요즈음은 군대뿐만 아니라 소방, 경찰, 보이 스카우트, 라이온스 클럽 등 다양한 조직에서 코인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대통령들도 직접 코인을 제작해 나눠주기도 했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도 대통령 코인을 만들어 부상을 당한 군인이나 큰 공을 세운 군인 등 특별한 경우에 감사의 징표로 전해주었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강한 소속감과 자부심이라면 군인 못지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방대원들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소방대원들이 자신의 소방서를 대표하는 상징이나 모토가 새겨진 코인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닌다.

a  미 공군 소방대원의 코인

미 공군 소방대원의 코인 ⓒ 이건


소방대원들의 코인은 다양한 용도로도 사용된다. 명함처럼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코인을 통해 자신의 소속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 열심히 일한 소방대원에게 수고했다는 표시로 건네지는가 하면, 코인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에 기부하기도 한다.

또 코인은 소방대원들 사이에 게임을 할 때도 사용된다. 바로 미국소방대원들이 즐겨하는 '코인 챌린지'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파병된 미국 군인들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a  한 소방대원이 '코인 챌린지'를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코인을 제시하고 있다.

한 소방대원이 '코인 챌린지'를 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코인을 제시하고 있다. ⓒ 이건


게임의 룰은 이렇다. 보통 직장이나 혹은 회식자리에서 한 사람이 코인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코인 챌린지"라고 외치면, 주변에 있는 소방대원들 또는 회식장소에 같이 동행한 소방대원들은 소방서 코인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때 코인이 없는 사람은 코인을 보여 달라고 요청한 사람과 코인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음료수 또는 맥주를 사야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코인을 가지고 있다면 "코인 챌린지"를 외친 사람이 모두에게 음료수나 맥주를 사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그냥 피식하고 웃어 넘기는 시시한 게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시하게 보이는 이 게임 속에는 오랜 시간동안 변치 않고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소속감, 명예, 그리고 자부심이 들어있다.

아주 작은 물건에까지 자신의 소속을 표시하고 항상 몸에 지니면서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모습 속에서 재미를 넘어 그들의 직업사랑과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다.
#미국소방대원 #코인 챌린지 #미국소방이야기 #이건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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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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