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게 꿀밤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촛불 인터뷰] 어느 뇌성마비장애인 촛불집회 참가자의 절규

등록 2017.02.05 20:01수정 2017.02.0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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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촛불집회 무대 앞의 김형국씨 김형국씨가 4일 오후 3시경 촛불집회 메인 무대 앞쪽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다.

촛불집회 무대 앞의 김형국씨 김형국씨가 4일 오후 3시경 촛불집회 메인 무대 앞쪽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다. ⓒ 김성욱


이것은 깔끔한 기사가 아니다. 전동스쿠터를 타고 벌써 7번째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어느 뇌성마비장애인의 거친 외침이다. 덜 정제된 분노다. 본 집회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 토요일(4일) 오후 3시부터 일찌감치 중앙무대 앞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김형국(44)씨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 날씨도 춥고 벌써 14차 집회다. 오늘도 집회에 참가한 이유가 있나.
"나는 몸이 불편해도 센터에서 자동 가스차단기를 만들면서 돈을 벌고 있다(그는 뇌성마비장애인 직업재활센터 '나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가스차단기 제안서를 보여주었다-기자주). 그런데 박근혜는 국민들이 낸 세금을 최순실과 함께 지갑에 넣었다. 자기는 월급도 꼬박꼬박 받으면서! 이게 말이 되나. 빨리 내려와야 한다."

- 전동스쿠터를 타고 7번이나 집회에 참가하면서 불편했던 점은 없었나.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않지만 작년 촛불집회 때였다. 경복궁 오른쪽 방면에서 청와대로 올라가는 언덕이 가파른데 박근혜에게 직접 할 말이 있어 힘겹게 올라갔더니 경찰이 가로막았다. 그리고 조금 이따가 구급차가 와서 나를 언덕 밑으로 내려 보내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괜찮다고 했는데도 억지로 그랬다. 억울했다. 이런 것이 장애인이라고 차별하는 것 아닌가? 장애인도 알 것 다 안다. 그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경찰과 구급차가 왜 범죄자를 보호하나."

- 그렇게 힘들게 언덕을 올라가서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사실 말할 것은 없었다. 지금까지 말로 해도 안 된 것 몰라서 묻는 것인가? 그래서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나.
"정치 잘 모른다. 교회에서 조금 얘기를 듣고 있을 뿐이다. 그치만 정치인들이 장애인들과 같이 만나서 대화도 나누고 얼굴도 자주 보길 바란다. 과거 박원순이 찾아와 만난 적이 있는데 고마웠던 기억이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이 부분은 그가 말한 그대로 옮긴다) 대통령은 장애인과 일반인이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는 툭하면 외국에 나갔다. 국내에 문제가 많고 외국은 다 잘 산다는데 왜 자꾸 외국에 가는 건지! 이게 나라인가? 그런 엉뚱한 짓만 안 해도 괜찮아질 것이다."

a 4일 오후 광화문 광장의 김형국씨 김형국씨가 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전동스쿠터에 오른 채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4일 오후 광화문 광장의 김형국씨 김형국씨가 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전동스쿠터에 오른 채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 김성욱


- 내친김에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이걸(그는 그가 타고 있던 전동스쿠터를 손으로 치며 말했다) 내가 받은 게 노무현 때다. 그래서 기대 많이 했다. 근데 왜 갑자기 자살을 하는가! 그렇게 자살해버리고 나면 이걸 받은 나는 어떡하란 말이냐. 그게 뭐냔 거다.

장애인도 인간이다. 그때 그렇게 처음 기대했었다.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그 작은 기대. 나도 연애하고 싶다! 나도 당당하게 연애하고 싶단 말이다!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도 쓸 일이 없다. 그 기분 아나. 밖에 나가기가 힘드니까.


심할 땐 거리에서 욕지거리까지 들어야 한다. 왜 남들 귀찮게 전동스쿠터 끌고 나오느냐고, 그런 거 타고 사람 많은 덴 좀 나오지 말라고. 그럼 나는 연애를 어떻게 하란 말이냐. 어떻게 인간답게 살란 말인가.

우리도 편하고, 그들도 편한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들 세금 잘 받아서 이것들(그는 구부러진 양팔로 온 사방을 가리킨다) 모조리 다 바꿀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광화문 지하철역 쪽을 가리키며)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왔다. 그나마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지하철인데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것만 개선되어도 한결 편할 것 같다. 오늘도 여기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조금만 내 얘길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금만 내 얘길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그래서 이것은 그저 조금이라도 얘기를 들어 달라는 어떤 이의 토해냄을 전달한 것일 뿐이다. 이렇게 토해내는 것을 보면 그처럼 가슴 답답한 이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고 싶다. 확성기를 달아주고 싶다.
#김형국씨 #장애인인권 #장애인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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