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키 찾아준 학생들, 아저씨가 짜장면 쏜다

파출소에 열쇠 찾아 맡겨준 고마운 학생들

등록 2017.02.24 09:25수정 2017.02.24 09:2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다보면 누군가의 사소한 배려가 눈물겹게 고마울 때가 있다.
 
아주 소중한 물건을 잃어 버렸을 때 누군가 그것을 아무런 대가도 바리지 않고 찾아서 돌려준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도 없다.
 
23일 목요일 점심,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고 즐겁게 담소를 나눌 때까지도 나는 내 자동차 열쇠의 행방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지인의 사무실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갔을 때 주머니가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주머니를 아무리 찾아 봐도 자동차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지인의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 이 잡듯이 뒤졌지만 열쇠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지인과 함께 점심을 먹었던 식당을 찾아가 보았지만 식당 주인은 "열쇠꾸러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혹시 몰라 식당에도 연락처를 남겼다. 식당에서 지인의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자동차 열쇠는 없었다.
 
보험사에 연락을 취해야 하나, 아니면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할까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 문득 주변에 덕산파출소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덕산파출소로 향했다. 파출소에 도착한 필자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말을 던졌다.


"혹시 누군가 열쇠 꾸러미 같은 거 맡긴 것 없나요? 아, 분실신고를 하려구요."
 
그런데 파출소에 근무 중이던 경찰관은 뜻밖의 희소식을 전했다. 경찰은 "아, 조금 전에 어떤 학생들이 열쇠 꾸러미 하나를 주워서 가져다 놓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열쇠 꾸러미를 보여 주기 전에 열쇠의 '인상착의'부터 물었다.
 
 충남 예산군 덕산파출소에서는 필자가 잃어버린 자동차 열쇠를 편지 봉투에 담아 보관하고 있었다.

충남 예산군 덕산파출소에서는 필자가 잃어버린 자동차 열쇠를 편지 봉투에 담아 보관하고 있었다. ⓒ 이재환


필자는 "열쇠는 세 개 정도 달려 있고, H사 차종의 자동차 열쇠입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편지봉투에서 꺼낸 것은 바로 필자의 자동차 열쇠였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필자는 학생들의 연락처부터 물었다.
 
비록 값비싼 사례는 할 수 없어도 학생들에게 짜장면 한 그릇 정도는 대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학생들이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필자는 열쇠를 보관했던 편지봉투에 필자의 연락처를 남겼다.
 
혹시라도 학생들이 찾아오면 연락을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학생들의 작은 배려에 필자는 큰 수고를 덜었다. 자동차가 없다면 덕산에서 홍성까지, 당장 택시를 타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보험사에 연락해 자동차 열쇠를 다시 만들기 위해 이런 저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려면 시간과 비용을 꽤 허비할 수도 있었다.

물론 필자가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유는 사례도 사례지만, 학생들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한 작은 선행이 누군가에게는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또, 남을 배려하는 그 마음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하라고 당부하고 싶어서다.
 
2월 23일 오후 12시에서 2시 사이, 충남 예산군 덕산파출소에 열쇠꾸러미를 맡겨준 학생들은 꼭 파출소로 연락 주시길 바란다. 아저씨가 짜장면 쏜다.
 이름 모를 학생들이 찾아준 필자의 자동차 열쇠.

이름 모를 학생들이 찾아준 필자의 자동차 열쇠. ⓒ 이재환


#덕산 파출소 #덕산 #자동차열쇠 #분실물 #짜장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