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후 예우, 전두환·노태우처럼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호는 그대로... 무궁화대훈장·공항 의전·국가장 가능

등록 2017.03.09 10:07수정 2017.03.09 10:07
31
원고료로 응원
a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중국, 라오스 순방을 마치고 지난 9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법 53조 1항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즉시 파면된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 중 파면되면 그 이후의 생활은 어떻게 될까. 간단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선례가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4조부터 6조는 전직 대통령이 받을 수 있는 예우를 규정하고 있다. 4조는 현직 대통령이 받는 100분의 95에 상당한 연금을 받는다는 내용, 5조는 유족에 대한 연금과 기념사업의 지원에 관한 조항이다. 6조는 그 밖의 예우에 대해 다루는데 4항을 보면 4개 호가 규정돼 있다. 바로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 '교통·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 '본인 및 그 가족에 대한 치료', '그 밖에 전직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예우'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호는 박탈 안 돼

하지만 이 법은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규정하고 있다. 7조 2항이 정한, 예우 예외 대상은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다. 이외에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대한민국의 국정을 상실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파면 당한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연금, 기념사업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다. 동시에 이 조항은 예우 박탈 대상 중에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는 제외했다. 즉, 다른 예우는 다 박탈하더라도 일정 기간 경호·경비는 전직 대통령들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파면 당해 청와대를 나오더라도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경호실의 경호·경비를 받는다. 전직 대통령은 최대 15년 동안 경호를 받을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이 파면 당한다면 10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가 끝난 뒤엔 경찰이 경호를 맡는다.

한편 작년과 올해 편성 받은 박 대통령의 '사저 경호를 위한 건물 신축용 예산'은 역대 대통령 사저 예산 중 가장 큰 금액인 67억6700만 원이었다. 대통령경호실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지 다른 곳으로 갈지 거취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배정된 예산을 그대로 집행할 지는 확실치 않다.


a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국빈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각) 첫 순방국인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무궁화대훈장·공항 VIP의전·국가장 예우 가능

그러나 경호·경비 외에도 파면된 대통령이 받을 수 있는 전직 대통령 예우는 더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박탈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들이다. 상훈법, 여권법, 국가장법 등이 전·현직 대통령에 부여한 '사실상의 예우'다. 


대통령은 파면돼도 무궁화대훈장을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무궁화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훈장으로 현행법상 대통령, 대통령의 배우자 및 공적이 뚜렷한 우방 원수와 그 배우자에게 수여한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에 받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에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 무궁화대훈장은 금, 은, 루비 등으로 만들며 약 5000만 원의 돈을 들여 만든다.

대통령은 파면된 뒤에도 공항 VIP 의전을 받을 수 있다. 여권법시행령에 따라 불시 소지품 검사를 받지 않고 일반인의 시선을 피해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관용여권과 외교관여권도 발급받을 수 있다. 비자발급이 필요한 국가에서도 비자 발급을 면제받을 수 있으며 해외에서 경범죄를 저질러도 처벌과 재판을 받지 않는 사법상 면책특권도 누릴 수 있다.

파면당한 대통령이 사망하면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국가장은 현행법상 '국가나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했을 때'를 전제로 하며 이를 통해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에 두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장,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장으로 진행했다. 국가장 비용은 국고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땐 세금 21억 원이 사용됐다.

대통령이 파면 당해도 이 같은 사실상의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7조 2항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도 예우 박탈 대상으로 정했으나, 이에 해당하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관용여권 사용 등 사실상의 예우들을 받고 있다.

경호·경비를 제외한 다른 사실상의 예우를 박탈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상훈법·여권법·국가장법 등 3개의 법률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여권법 개정안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폐기됐고, 상훈법과 국가장법 개정안은 아직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추혜선 의원실은 "정의당에선 중요한 법안으로 밀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당한 뒤 여러 특혜를 누릴 가능성에 대해 방지하는 게 국민정서에 맞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탄핵 #파면 #박근혜 #사저 #경호
댓글3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고장난 우산 버리는 방법 아시나요?
  2. 2 마을회관에 나타난 뱀, 그때 들어온 집배원이 한 의외의 대처
  3. 3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4. 4 삼성 유튜브에 올라온 화제의 영상... 한국은 큰일 났다
  5. 5 "청산가리 6200배 독극물""한화진 환경부장관은 확신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