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빠진 '서해5도 민관협의체' 파행 여전

올해도 서해5도 대책위 불참... 인천시, "정상 운영 중... 불참 시 대체 계획"

등록 2017.03.10 08:16수정 2017.03.1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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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6월 연평도 어민들이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했을 때 연평도를 방문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중국어선 불법조업과 관련해 서해 5도 어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그해 8월에 '민·관·군 협의회(아래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민관협의체는 인천시가 중심을 잡고 서해 5도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관련 대정부 건의(채널 일원화) 사항과 조업구역 확장ㆍ조업시간 연장 등 어업여건 개선방안, 어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방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조정하고 정책화하는 기구다. 인천시ㆍ옹진군ㆍ경찰ㆍ군부대ㆍ시의회ㆍ옹진수협ㆍ시민단체ㆍ어민단체 관계자 총1 8명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열린 1차 회의 때부터 어민단체 대표 대다수와 시민단체가 불참, 전체 18명 중 인천시 유관기관 소속 11명만 참석하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지난 8일 열린 2차 회의도 어민단체와 시민단체의 불참 속에 진행됐다.

2차 회의는 파행이 예견돼있었다. 어민들이 구성한 '중국어선 불법조업 서해5도 대책위원회(아래 서해5도 대책위)의 제안으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시가 서해5도 대책위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한 게 문제가 됐는데도 그동안 달라진 게 없었다.

서해5도 대책위 공동위원장 중 일부가 민관협의체 구성에서 배제됐고, 민관협의체의 의제 또한 서해5도의 다양한 현안을 제외한 채 수산 분야로만 축소됐다. 이에 서해5도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다른 어촌계장과 시민단체가 참여를 거부했다.

당시 서해5도 대책위와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반쪽짜리 협의체에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뒤 시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3월 2일 시는 불참을 선언했던 서해5도 대책위와 시민단체에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를 두고 서해5도 대책위 등은 "우리가 불참을 선언했음에도 마치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공문을 보내는 저의가 무엇인가. 이는 단순한 행정착오가 아니다. 반쪽짜리 협의체라는 비난 여론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불통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민관협의체에 불참을 다시 선언한다. 또한 당장 협의체에서 제외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아울러 이번 일로 유정복 시장은 어민들을 두 번이나 농락했다. 이에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당사자가 빠진 협의체는 탁상행정의 표본일 뿐이다. 더 이상 서해5도 어민들을 기망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서해5도 대책위, "요식적인 협의체 해체하는 게 낫다"

시는 지난 8일 민관협의체 2차 회의를 연 뒤 "수산분야 관련 새로운 의견을 모아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로 하는 한편, 향후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방안에 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시는 "연평어장의 조업시간을 1시간 30분 연장하고, 조업구역도 확장(801→815㎢)했다. 또한 지난해 100억원을 투입해 NLL(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에 중국어선 불법조업 방지시설 860기를 설치했고, 올해도 70억 원을 투입해 70기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시는 향후 연안 바다목장 설치, 바다숲 조성, 수산물 집하장 설치, 수산 종묘(참조기·꽃게·조피볼락·동죽) 방류 등 수산자원 조성, 어업인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서 "이번 협의회를 계기로 서해5도에서 우리 어선의 안전한 조업과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 등의 현안이 조기에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정부와 협력해 어업인들의 조업환경이 개선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서해5도 대책위가 불참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별문제가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계속 불참할 경우 위원을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서해5도 대책위가 불참하고, 일부 어민단체가 불참했다고 해서 협의체가 파행적이진 않다. 다른 어민들은 참석해서 다양한 의견을 냈다. 협의체는 정상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어민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라고 한 뒤 "불참하고 있는 어민단체나 시민단체의 경우 옹진군을 통해 공문을 보내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타 단체로 대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민관협의체 구성은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ㆍ관ㆍ군이 협력하자는 취지에서 서해5도 대책위에서 제안했다. 하지만 '협력'은 갈등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서해5도 대책위 관계자는 "최초 제안 단체인 서해5도 대책위를 무시하고 민관협의체를 일방적으로 구성하더니, 개선하기는커녕 자기들 입맛에 맞는 단체와 어민으로 교체하겠다고 한다. 이는 시가 정략적이고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서해5도 대책위는 요식적인 협의체를 인정할 수 없다. 당사자가 빠진 협의체는 차라리 해체하는 편이 낫다"고 질타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해5도 #서해5도민관협의체 #인천시 #유정복 #중국어선 불법조업 서해5도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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