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출구 찾아야

[제안] '수직적 서열화'에서 이제는 과감히 '수평적 다양화'로

등록 2017.03.15 15:10수정 2017.03.1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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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학생들의 1인시위  “피라미드식 대학 서열화, 출신대학에 따른 학벌카스트, 대입결과에 따른 학생·교사·학교의 서열화, 학생의 개성·재능·창의성을 잘라버리는 주입식교육... 이제는 그만"

학생들의 1인시위 “피라미드식 대학 서열화, 출신대학에 따른 학벌카스트, 대입결과에 따른 학생·교사·학교의 서열화, 학생의 개성·재능·창의성을 잘라버리는 주입식교육... 이제는 그만" ⓒ 쉼이있는교육


"눈뜨자마자 학교 가서 공부하고 점심 먹고 공부하고 방과후수업 듣고 저녁 먹고 야자(야간 자율학습)하고, 학교 마치면 밤 10시… 집에서 좀 쉬려고 하면 공부하라고 하고… 너무 피곤해서 눈 감으면 또 다시 반복되는 일상. 나는 어른이 되면 뭐가 될까… 이 생각에 눈물 나고 한숨만 나온다."

"내가 너무너무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데 그 공부를 하는 동안 수학, 영어 점수가 다른 애들한테 뒤처질까봐 다시 수학 문제집을 붙잡고 있으려니 눈물나더라구요… 이런 교육 제도에 결국 따라가 버리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은 이게 아닌데… 공부하다가 강박증까지 생기고 죽고 싶었던 거 생각하면 너무 답답하고…."

우리 학생들의 고통스러운 절규이자 살려달라는 호소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교육문제로 신음이고 비명이다. 교육 때문에 교육주체들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선생님도 모두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왜 우리는 모두 힘들어하는 교육체제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소금쟁이처럼 전근대를 맴돌 것인가? 그러나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를 배제하고 교육논리로 접근하면 답이 보인다.

a 선생님들의 1인시위 대입결과에 따른 학생·교사·학교의 서열화, 학생의 개성·재능·창의성을 잘라버리는 주입식교육, 그리고 청소년 자살...이제는 그만!"

선생님들의 1인시위 대입결과에 따른 학생·교사·학교의 서열화, 학생의 개성·재능·창의성을 잘라버리는 주입식교육, 그리고 청소년 자살...이제는 그만!" ⓒ 교육희망


대학서열화 깨뜨려지지 않는 한, 한국교육 백약이 무효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태정태세문단세'도 아니고 우리나라 현재 교육은 누가 뭐래도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한 줄 세우기, 대학서열화가 문제다. 이것이 깨뜨려지지 않는 한 그 어떤 처방도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혁신학교, 거꾸로교실, 질문이 있는 교실, 토론이 있는 교육' 등 나름대로 한국교육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이다. 그러나 이 모든 각고의 노력이 큰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입시위주의 교육과 대학서열화'가 떡 하니 벽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서열화를 깨기 위한 대안은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였다. 2000년대 초 정진상 경상대 교수가 제안한 방안으로 민주노동당의 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고, 이후 2012년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란 서울대를 비롯해 16개 또는 25개 지방 국공립대가 하나의 대학처럼 공동으로 입학하고, 수업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민주진보 교육시민단체들의 요구사항이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도 '국공립대학 공동입학, 공동학위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하향평준화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문 전 대표는 "공동학위제는 서울대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국공립대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의 위상을 활용하여 '서울대를 전국에 만든다'는 목표로 국립대에 집중 투자하며 수험생들을 공동선발하면 대입 경쟁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은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영형 사립대학 체제를 구축해 교육의 상향 평준화를 기하겠다"고 약속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전국 국공립대를 통합하고 서울대를 대학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고질적 병폐인 대학서열화 해소하려면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현재의 학벌은 수월성의 대가라기보다는 '사회적 기득권'과 같다"며 "현재의 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발본(拔本)적이고 혁신적이고 어떤 의미에서 '급진적'이기까지 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수직적으로 서열화 된 대학체제를 수평적으로 다양화 하는 것은 초중등교육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기반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수직적 서열화의 사회에서 수평적 다양성의 사회로 전환하고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 참교육연구소장도 "대학서열체제 혁파 없이는 상위 학벌 취득에 대한 과잉 열망을 해소할 수 없고, 극단적인 입시경쟁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대학서열 해소와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통합네트워크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입시혁명을 이뤄내면 대학이 선발 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대학통합네트워크에 대해 대학개혁운동에서는 다음과 같은 3단계의 개혁 과정을 상정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통합네트워크 안의 기본구조>

1단계 : 통합국립대학 구성 및 통합국립대학 내에서의 공통교양과정 운영
1) 서울대를 포함한 통합국립대학 구성(법인화의 역전)
2) 서울대의 법인화를 고려하여 서울대를 뺐을 경우, 경기도에 수도권 거점 국립대학을 만든다.

2단계 : '정부책임형 사립대학(공영형 사립대학)'을 확대하고 그 기초 위에서 통합국립대학과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간의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성
- 이 과정에서 국립대학의 기초학문 경쟁력을 지원하고 사립대학에 실용학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국가지원정책의 분화
- 통합국립대학에 속한 대학이 각 지역별로 거점대학이 되도록 하고, 일종의 '공유의 플랫폼'이 되도록 한다.  

3단계 :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일반 사립대학을 포함하는 권역별 대학통합네트워크로 확장·재구성

교육운동연대 등 다수의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사회적교육위원회(준)도 지난 2월 22일 대선 교육의제를 발표하면서, 대학통합네트워크 건설에는 정권 출범 이후 최소 3~4년이 소요될 것이기에, 1단계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성과 함께 부실사립대학의 국공립화 및 독립사립대의 정부책임형 사립대 전환을 병행 추진한 후, 2단계로 국공립대학과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선발, 공동교육, 공동학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a 대학통합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현 소장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입시혁명을 이뤄내면 대학이 선발 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전환될 것”

대학통합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현 소장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입시혁명을 이뤄내면 대학이 선발 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전환될 것” ⓒ 김형태


대학서열화 깨야 고질적인 경쟁교육의 문제도 해결

교육전문가들은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되면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대학 서열화 문제가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거나, 완화하기 위해서는 주요 15개 대학의 서열을 무너뜨리는 것이 핵심인데, 서울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대학서열화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공영형 사립대학 제도 같은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경훈 아주대 교수는 "유명 사립대들이 대학통합네트워크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의미있는 대학서열화 완화는 어렵다"며 "양질의 사립대들이 정부지원대학이 되도록 하려면 이들에게 반값등록금뿐만 서울대와 지역거점국립대학에 대한 지원에 못지않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립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거액의 정부지원금을 받는다면 참여할 것"이라며 "이들은 통합국립대에 비견될 수 있는 우수한 사립대학군('혁신대학')을 형성할 것이며, 실질적인 대학서열화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한 전교조 정책실장은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의 동의와 참여가 필수적이고, 독립사립대학들이 정부책임형사립대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말한 뒤 "이를 위한 조건들이 지난 몇 년간 빠른 속도로 갖춰졌다"며 "정부책임형사립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립대에 대해 교직원 인건비와 교육과정운영비에 정부의 예산이 대거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예산이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을 통해서 확보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 국립대가 거의 없기에, 국립대 네트워크 정책으로는 대입 경쟁이 그다지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의 사립대들이 학생선발권을 양보하여 전국적 인구비율에 맞는 '국·공·사립 메이저대학 공동학생선발'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한 "결국 대담한 상상력을 발휘한 사회적 타협책이 필요하다"며 "연고대가 학생선발권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교수 1인당 매년 1억원씩(대략 대학 1개당 1천억원 이상) 연구비를 추가 지원하는 등 명문 사립대가 공동선발체계에 들어오도록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자"고 말했다. 

조영달 서울대 교수는 "지역 대학들이 연합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컨소시움 형태의 대학 연합체를 구성하거나, 필요에 따라 협력체제(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능을 분화하는 등 특성화로 대학서열화를 해소하자"며 "지역에서 고교 졸업하고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 우선 선발권 50%로 확대(현재는 약 30%)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학벌이나 지역에 의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지역지원 및 격차해소법' 등을 제정하면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화 및 경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교육전문가들은 대학통합네트워크가 제대로 작용하려면 서울대와 유명 사립대가 포함되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교육 불평등의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업을 얻고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며 더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다는 사회통념이 생각보다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a 지난 2월 대선의제 발표 및 기자회견  교육전문가들은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되면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대학 서열화 문제가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2월 대선의제 발표 및 기자회견 교육전문가들은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되면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대학 서열화 문제가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 김형태


궁극적으로, 대학 나오지 않아도 행복한 사회 만들어야

독일의 경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임금이나 승진에서 거의 차별받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교수나 청소하는 아주머니나 급여차이가 크지 않다고 한다. 영향력의 차이가 있을 뿐 직업에 귀천이 없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경우, 의사와 벽돌공, 택시기사의 월급이 큰 차이 없다. 20~30%만 대학 진학한다. 대학에 가는 것보다 각종 직업학교에서 실속 있게 전문교육을 받아 사회에 진출한다. 그런데도 행복지수 1위 국가다.

박성희 박사(독일교육 왜 강한가 저자)는 "독일에서 존경받는 사람은 제빵사와 이름없는 시골의사"라며 "독일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은 커리큘럼이 얼마나 좋은지와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한 뒤 "우리나라와 같이 엘리트로서 사회에서 존경을 받으며 연봉이 높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 취업률은 독일인이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독일 등 교육선진국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꿈을 펼치며, 먹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대학진학율도 낮아질 것이고 대학서열화도 깨질 것이다.

최훈민 전 '희망의우리학교' 대표는 "대학과 학벌이 아닌, 진정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는 진로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현재 우리 교육은 나 자신에 맞는 진로를 찾기가 아니"라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목표가 있다면, 사회의 기준이 만든 서열보다 나 자신의 기준이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통합네트워크 #대학서열화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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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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