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공사, 1000억 날린 모노레일 "직접 추진" 빈축

공사 "사업 폐지는 아니다"... 시민단체, "정신 못 차려"

등록 2017.03.17 16:41수정 2017.03.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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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끝에 월미모노레일 사업이 무산됐다. 인천교통공사(이하 공사)는 17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2일 공사 이사회에서 의결한 '월미모노레일 실시협약 해지'를 사업자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민간자본 투자로 추진한 월미모노레일 사업은 2년여 만에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공사는 "민간사업자의 사업추진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협약을 해지했다"며 "공사의 모든 임직원은 지금의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에 인천시민 특히 중구 주민들에게 사과드리며, 시민 여러분의 어떠한 질타도 엄중히 받겠다"고 했다.

교통공사, '월미모노레일 실시협약 해지' 공식 발표

월미모노레일은 안상수 전 시장이 2008년에 착공한 월미은하레일이 2010년 준공 후 부실시공으로 개통하지 못하자 송영길 전 시장 시절인 2013년에 레일바이크로 전환하기로 했고, 유정복 시장이 2014년에 다시 소형 모노레일로 변경해 추진한 사업이다.

2014년 유 시장 인수위원회가 소형 모노레일로 전환하자고 할 때부터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거셌으나, 유 시장은 밀어붙였다. 그 결과, 공사는 2015년 2월 기존 레일바이크 협약업체인 가람스페이스와 소형 모노레일로 변경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까지 개통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다시 올해 5월에 개통하겠다고 했으나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월미모노레일은 인천역에서 출발해 월미도 외곽 6.1km 구간을 돌아 다시 인천역으로 들어오는데, 모노레일 운영에 필요한 전체 차량 70량 중 시제 차량 외에는 제작된 차량이 없었고, 열차가 주행할 'T'자형 레일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또한, 사업자는 무인자동운전시스템으로 운영하고, 국내 최초로 열차마다 배터리를 장착해 운영하겠다고 했다. 궤도를 따라가며 열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열차에 배터리를 장착해 무인 운행하는 첨단방식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게다가 사업자는 레일바이크 업체였지, 궤도 업체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시가 모노레일로 전환할 때 시민단체와 인천시의회는 사업자가 궤도사업 경험과 기술력·자본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반대했다.


이번에 소형 모노레일 사업도 무산되면서 10년간 세금 약 1000억 원(월미은하레일 투입 853억 원과 레일·열차 철거비용, 철거 후 소형 모노레일 투자비 등)만 낭비한 채 흉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사는 민간자본 투자사업 무산에 대한 상급기관의 진상조사 등에 적극 협조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소형 모노레일 사업 과정에서 실시협약을 변경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 변경에 따라 공사가 입게 될 손해에 대한 조사다.

공사와 민간사업자 간 소송 불가피할 전망

공사는 2015년 2월 협약 체결 후 사업추진이 미진하자 지난해 7월 협약 내용을 변경하면서 사업자 쪽에 '지체상금(사업 불이행에 따른 배상금)' 부담을 삭제해주고,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본금을 사업비의 20%에서 10%로 낮춰줬으며, 자금조달계획서상 납부기한과 사업 기간을 연장해줬다.

하지만 공사는 사업자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또 사업자가 사업 이행 보증을 위해 제출한 보증보험증권이 지난해 말 부실처리된 것을 볼 때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어 협약 해지를 의결했다.

그러나 이 사업이 무산될 경우 소형 모노레일로 전환한 유 시장이 입는 정치적 타격이 크고, 월미도 주민들 또한 사업 추진을 요구했기 때문에, 부시장이 중재에 나섰다. 시와 공사, 사업자, 주민대표로 구성한 4자 간담회를 다섯 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었다.

시는 지난 14일 여섯 번째 중재를 시도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지난 16일 시와 공사 관계자를 불러 사업추진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시의회 또한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며 협약 해지를 촉구했다.

공사의 협약 해지 발표에 앞서 시 관계자는 "사업자의 입장도 있고, 주민 민원도 있는 만큼 견해차를 좁혀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해보려했는데 안 됐다. 추가 간담회는 없다. 공사가 판단해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공사가 협약 해지를 공식 통보했기 때문에, 공사와 사업자 간 소송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소송에서 쟁점은 사업이 무산된 데 대한 책임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기존 설비의 현황자료를 넘기지 않아 사업이 지연됐고 결국 무산됐다는 게 사업자의 입장이고, 사업자가 요청한 자료를 다 넘겼다는 게 공사의 입장이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책임소재 정도에 따라 사업자가 주장하는 투자비용 약 70억~80억 원에 대한 보상 문제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시민단체, "1000억 원 날리고도 정신 못 차려"

협약 해지에 따라 월미은하레일 철거를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의 의견이지만, 공사는 소형 모노레일 사업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혀, 또다시 갈등이 예상된다.

공사는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협약은 해지됐지만, 모노레일 사업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공사는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이 해지된 것이지 월미도 활성화를 위한 모노레일사업 개선을 포기한 것은 아님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또한, 시와 중구, 지역주민으로 '월미은하레일 활용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공사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세금 1000억 원을 날리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공사는 매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고 있어 시 재정이 투입된다. 지난해 적자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으로 약 700억~800억 원 규모로 알고 있다"고 한 뒤 "시 또한 재정위기로 땅을 매각하는 마당에 부실이 빤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교통공사 #인천시 #유정복 #월미모노레일 #월미은하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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